청주시가 지난 98년1월 개발에 들어가 3년만인 지난해 11월30일 준공한 봉명·신봉동 준공업지역 구획정리사업은 총면적이 26만8000평(88만9000㎡)에 순수투입 예산 330억원과 시공업체(현대산업개발)에게 공사비 대금으로 제공한 326억원 상당의 체비지(공공주택용지 7만7690㎡)를 합쳐 총656억원이나 들어간 대규모 공사다.
도시의 균형적 발전을 위한다는 명분아래 계획적 개발목적에서 청주시가 추진한 봉명·신봉동 구획정리사업지구는 편입토지의 지주에게 일정 감보율을 적용한 뒤 환지해 준 땅과 도로 등 공공시설용지 및 투입한 공사비 환수를 위해 사업주체인 청주시가 직접 확보한 체비지 등으로 구성돼 있다.
청주시가 사업예산 환수목적으로 확보한 체비지는 시공업체에게 공사비 대금으로 명의이전해 준 공공주택용지의 체비지를 제외하고 순수하게 57개 필지에 면적이 1만여평(3만4559㎡)에 달하는 데 이를 현금가치로 환산하면 평가금액 기준으로 153억 3800만원에 이른다. 청주시 관계자는 “이 땅은 사업시행에 앞서 173억원의 예산을 들여 사들인 것으로 구입대금과 앞으로 환수할 평가금액간에 차이가 발생하지만 체비지에 포함돼 있지 않은 시 소유의 유통시설용지까지 포함하면 적자는 아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는 체비지 매각이 사업완공후 1년이 넘도록 거의 이뤄지지 않으면서 투자비 회수가 갈수록 지연되는 데 따른 금융비용 부담 등을 생각한다면 이 사업으로 인해 청주시가 겪는 재정압박 요인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청주시는 지난 10월15일 시소유 체비지에 대한 공개경쟁입찰을 실시했는데, 총 57개 필지중 5개 필지만 낙찰돼 필지수 기준으로 10%만 팔리는 극히 저조한 실적을 거뒀다. 시 관계자는 “낙찰된 5개 필지는 모두 공공후생지원시설용지로 총면적이 500여평(1800㎡)에 매각대금은 10억8000만원에 그쳤다”고 말했다.
시 소유 체비지 57개 필지는 공공후생지원시설용지가 48개 필지에 2만5000㎡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주차장(3개 필지 7489㎡) 단독주택지(6개 필지 2041㎡) 등으로 구성돼 있다. 공공후생지원시설용지란 근린생활시설용지를 조성하거나 지정할 수 없는 준공업지구내에서 지정할 수 있는 특정목적의 땅이지만 실질적으로는 근린생활시설용지와 크게 다르지 않다.
어찌됐든 청주시로서는 장기민원 해결과 도심개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봉명·신봉동 구획정리사업을 시행했지만 그 이후 1년이 넘도록 체비지의 매각이 지연되면서 결과적으로 예산낭비에 따른 출혈을 앉아서 초래하고 있는 셈이다.
이에대해 청주시는 “부동산경기가 침체되고 청주지역에 토지 공급물량도 많아 조속한 매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하지만 엄연히 환금가능한 토지를 소유하고 있는 한 적자사업은 아니지 않느냐”고 말했다. 그러나 청주시보다 뒤늦게 용암 2지구에 대한 택지개발에 나서 땅 판매에 나서고 있는 토지공사는 똑같이 어려운 부동산 경기침체 속에서도 뛰어난 판매실적을 보이고 있어 큰 대비를 이루고 있다.
/임철의기자


“땅 판매 비법없나요”
청주시 관계자는 “봉명·신봉동 구획정리사업지구내 땅이 이렇게까지 안 팔릴 줄은 전혀 몰랐다”며 내심 당황하는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이 때문에 해당 부서에서는 어떻게 해야 문제의 땅을 제때 팔 수 있을 것인지 묘안을 짜내느라 머리에 ‘쥐‘가 다 날 정도이다. 그리고 토지의 계획적 개발-판매에 있어서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 최고의 전문적 식견과 풍부한 노하우를 갖고있는 토지공사로부터 ‘비법’을 배우는 등 몸이 바짝 달아 있는 모습이다.
한 관계자는 “청주시의 체비지 관리 및 처분규칙에 따라 오는 12월 재입찰 매각에 나설 계획”이라며 “그런데도 매각이 이뤄지지 않으면 관련규정에 따라서 수의계약을 통해 처분하는 방안 등 여러 방법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문제의 규칙은 토지매매 계약일 이후 매입자로 하여금 90일 이내에 대금을 완납토록 함으로써 토지매입자에게 커다란 부담을 주고 있다”며 “따라서 3년 균등분할 조건을 내세우고 있는 토지공사처럼 청주시에서도 고객 눈높이에 가깝게 다가갈 수 있는 획기적인 매각조건 내용을 제시할 수 있게 규칙을 변경해 12월에 있을 재입찰 매각을 준비 중”이라고 귀띔했다. 일선 실무자들이 책상에만 앉아있지 않고 벤치마킹 대상인 토지공사를 찾아 마케팅 기법을 캐내는(?) 등 발로 직접 뛰고 있음을 반증하는 대목으로, 청주시가 땅을 조기에 팔지 못해 얼마나 조바심을 내고 있는지 확연히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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