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권 요구 VS 사교육비 절감 팽팽히 맞서
학원들 조용한 가운데 수강생 줄어 울상

2008학년도 대학입시때 부터 내신성적을 위주로 전형이 실시된다. 현 고교 1학년생부터 적용되는 것이다. 12번의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를 치러야 하기 때문에 학생들은 ‘과중한 입시제도’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학교 교육을 정상화 할 것이라고 교사들은 반기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내신과외에 수능과외, 논술과외까지 늘어날 사교육비 때문에 학부모들은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수도권 학원들은 학생들로 이미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저주받은 89년생’, ‘실험용 쥐’ 듣기만 해도 섬뜩한 단어들이 고1학생들 사이에 퍼지고 있다. 3년내내 시험의 중압감에 시달려야하고 자주 바뀌는 입시제도를 꼬집는 단어들이다.

서울대가 사실상 논술형 본고사를 도입하겠다고 발표를 하고 주요 대학들도 내신 비중을 높이는 대신 변별력을 높이기 위해 논술과 심층 면접 도입에 동조하고 나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한번만 시험을 잘못치뤄도 원하는 대학을 갈수 없다는 위기감 때문에 고1 교실은 지금 내신과의 전쟁중이다.

내신 비중이 높아지면서 학원이 성황을 이룰 것이란 당초 예상은 빗나갔다. 청주지역 학원들은 학생이 줄어 당황하는 눈치다. 학교에서 밤늦은 시간까지 학생들을 잡아두는 자율학습때문이다.

상당수의 학생들은 자율이 아닌 ‘반 강제’로 진행하는 자율학습을 개인의 선택에 맡겨야 한다고 불만이다. 과외나 학원을 통해서라도 부족한 과목을 보충하고 싶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학교는 공교육 정상화와 사교육비 절감을 위해서라도 자율학습을 고수하겠다는 입장이다. 학부모들은 찬반 양론이 팽팽이 맞서고 있지만 반대의 의견이 다소 많았다.

A고 1년 김모군은 “보충수업은 몰라도 자율학습은 능률이 오르지 않는 시간낭비다”면서 “차라리 그 시간에 학원에서 부족한 과목을 보충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친구들이 많다”고 토로했다.

김군의 말처럼 자율학습에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는 학생들이 상당수 있다. 특히 상위권 학생 몇몇을 제외한 대부분의 학생들이 자율학습 무용론을 주장하고 있다. 학생들은 자율학습이 개인의 능력이나 학업방식은 무시되고 학교의 방침에 무조건 따라야 하는 강제성 때문에 불만이 더 크다.

대부분의 고교는 정규수업이 끝나는 오후 4시부터 2시간동안 보충수업을 진행한다. 보충수업이 끝나고 7시부터 10시까지가 야간 자율학습 시간이다.

야간 자율학습의 분위기는 예전에 비해 많이 낳아진 편이다. 교사의 감시(?)가 위력을 발휘하는 점도 있지만 친구가 경쟁자로 바뀐 현실에 바짝 긴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A고 최모 교사는 “내신 비중을 높이는 대입 전형으로 바뀌면서 고 1교실은 학습 분위기가 진지해지고 많이 좋아졌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에 대해 이 학교 안모군은 “학원갈 시간만 기다리면서 선생님 몰래 딴짓하거나 시간만 낭비하는 학생들이 아직도 많다”면서 “원하지 않는 자율학습을 왜 해야 하는지 이해가 안된다”고 말했다.

고 1학생을 둔 이모씨(여)는 “학원까지 마치고 새벽 1시가 넘어 파김치가 돼 집에 들어오는 아들을 보면 안스러울때가 한두번이 아니다”면서 “자율학습을 없애고 잠자는 시간을 늘려주는게 낫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반대의 의견도 있다. 학부모 최모씨(여)는 “아들이 독서실이나 학원에 다닐때보다 돈도 적게 들고 어디가서 딴짓이나 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덜수 있어 자율학습에 찬성한다”고 말했다.

학교간 다소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의 고교에서 한 반에 절반이 넘는 학생들이 밤 10가 넘어 학원으로 향한다.
B고 안모군은 “우리반 34명중 아마 3분의 2는 학원에 다닐 것”이라며 “학원에 안가는 친구는 공부잘하는 몇 명 뿐이다”고 설명했다.

학교장 재량에 맡겨져 있지만 거의 모든 학교에서 자율학습을 실시하고 있다. 생활지도가 용이하고 바뀐 대입 전형은 학교 수업만 충실히해도 된다는 생각때문이다. 무엇보다 학부모들의 사교육비 부담을 덜어준다는 이유에서다.

B고 윤모 교장은 “자율학습을 하지 않고 학생들을 풀어두면 생활지도가 어렵다”면서 “학습분위기가 좋아져 자율학습은 잘 진행되는 편이다”고 말했다.
또 S고 김모 교장은 “강제도 안되지만 방임도 안된다. 문제는 학습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교장들의 고민이 있다” 면서 “자율학습에 학생들이 불만이 많다면 학생회에서 스스로 결정하도록 맡기는 방법도 있을 것”이라고 의견을 제시했다.

2008년부터 내신성적 위주로 전형이 바뀌면서 호황을 예상했던 학원들은 아직 조용하다. 자율학습이 현행대로 지속된다면 앞으로도 수강생은 크게 늘어나지 않을 전망이다.

학원 강의는 밤 10반에 시작해 12시40분이면 모든 수업이 끝난다. 이렇게 전과목을 가르치는 종합반의 한달 수강료는 18~20만원 선이다. 단과반은 과목당 9만원의 수강료를 받고 있다.

내신 비중이 높아지면서 학원의 강의도 변하고 있다. 학교별로 교사의 출제 성향을 분석하고 그동안 출제된 기출문제로 적중률을 높여 내신 성적을 관리해 주고 있다.
이렇게 청주에서 고등부를 전문으로 가르치는 학원은 4~5곳 정도가 있다. 자율학습이 없던 시절에 비하면 겨우 명맥만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고액과외나 고액학원도 일부 성업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학원의 한 강사는 “고액과외는 과목당 기본이 100만원을 넘는다”면서 “1주일에 두 번 언어와 수리, 외국어를 가르치면서 50만원의 수강료를 받는 학원도 2~3곳이 된다”고 귀끔했다.

학원들도 사회에서 사교육비의 진원지로 학원을 손꼽을 때마다 억울하다는 반응이다. 대부분의 학원들은 교육청에서 고시한 저렴한 수강료로 학생들을 가리치고 있지만 수도권의 고액과외나 학원들 때문에 전체 학원들이 같은 취급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한 학원장은 “사교육비에 대한 잘못된 통계자료가 자주 인용되면서 학원이 마치 사교육비를 조장하는 주범으로 인식되는 현실이 안타깝다”면서 “실제 학원비는 학교에서 받는 보충수업료와 비슷한 수준에 불과할 뿐이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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