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게 27t에 4만명이 동시에 한솥밥 시식 가능
졸속추진으로 전면 재검토 목소리도 높아

괴산군이 주민화합과 관광활성화를 이유로 세계 최대 규모로 추진하고 있는 ‘군민 가마솥’ 이 연이은 제작 실패와 사고로 얼룩지면서 제작 가능성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 신축중인 가마솥 보호각(위), 가마솥 뚜껑(아래).
지난달 28일 솥 제작을 맡은 D주물(대표 박상진)에서 용선로 해체작업도중 쇳물의 일부가 물에 닿으면서 주물 파편이 날려 일하던 인부 3명이 2~3도의 화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했다.

군 관계자는 “용광로 해체 작업을 하던 중 용광로 내에 남은 탄이 있어 물을 뿌렸는데 용광로 안의 쇳물이 물과 접촉하면서 폭발해 인부가 다쳤다”고 설명했다.

가마솥은 제작과정에서 몇차례 시행착오를 겪기도 했다. 솥뚜껑 제작은 ‘4전5기’끝에 성공했고 본체 제작은 지난해 11월 쇳물을 주입하면서 거푸집이 터져 실패로 끝나기도 했다. 또 솥뚜껑 무게도 감당 못하는 기중기를 설치했다가 교체를 하는 ‘촌극’을 빚기도 했다.

특히 가마솥 거치대의 위치 선정과 설계가 잘못돼 제작이 끝나 일반인들에게 공개되더라도 철난간을 올라가 구경해야 하는 불편이 우려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졸속추진 시비와 함께 사업 추진에 대한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당초 3억7000만원으로 시작한 가마솥 제작은 규모가 커지고 조형물이 추가되면서 5억6000만원으로 사업비가 늘었다. 군은 그동안 제작 실패로 대략 1억원 가량의 사업비를 손해 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군 관계자는 “가마솥 제작에 군 예산만 들었다면 괜찮지만 군민의 성금이 들어가 어떻게든 만들어야 할 입장이다”고 말했다.

증평군 분리로 군세 위축되자 가마솥 제작 구상
괴산군이 세계 최대 규모의 가마솥 제작을 구상한 것은 2003년 11월이다. 증평군 분리로 군세가 급격히 위축되게 되자 군민단합과 관광객 유치 등을 위해 가마솥 제작을 추진하게 됐다.

군 관계자는 “가마솥은 가족공동체를 끈끈하게 이어준 매개체다. 증평군 분리로 주민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 동시에 한솥밥을 먹을 수 있는 대형 가마솥 제작을 구상했다”고 말했다.

군은 군민 모금을 통해 가마솥 제작비용을 마련했다. 가마솥제작추진위를 구성한 군과 주민들은 고철과 성금을 모아 1억7000만원을 마련했고 여기에다 군 예산까지 합해 3억7000만원의 사업비를 확보했다.

군은 지난해 7월 상단 지름 5.5m, 깊이 2m, 두께 5㎝, 둘레 15.7m에 뚜껑과 본체를 합친 무게가 무려 24t에 달하는 가마솥 제작에 들어갔다. 솥뚜껑 무게만 7t에 이르기 때문에 밥을 지을 때 솥뚜껑을 열고 닫기 위한 크레인까지 설치해야 했다.

가마솥 뚜껑에는 두 마리의 용이 여의주를 물고 승천하는 모양을 새겼고, 12개 읍·면을 상징하기 위해 거북이 12마리를 넣었다. 솥의 테두리에는 괴산군 로고인 ‘미래의 땅, 살기좋은 괴산’과 임꺽정 캐릭터를 그렸다. 또 화덕과 주걱을 각각 12개로 만들어 각 읍·면을 대표하는 상징물들로 구상됐다.

하지만 솥뚜껑 제작과정에서 직경이 5.5m에서 5.57m로 다소 커졌고 2마리의 용머리를 올리는 예술성을 가미하면서 3t이 늘어 전체 무게는 27t이 됐다. 용머리는 예술적 가치외에도 압력밥솥에서 김을 빼는 배출구 역할도 하게 된다. 또 본청과 11개 읍·면을 상징하기 위해 무궁화 12송이도 추가로 새겨 넣으면서 전체 규모가 커져 제작비가 5억6000만원으로 늘어나게 된 것이다.

가마솥은 12개의 화덕에 불을 지펴 밥을 지을 경우 줄잡아 20㎏들이 쌀 200부대를 소화할 수 있다. 이는 대충 추산해도 괴산 전체 인구와 맞먹는 4만명이 동시에 한솥밥을 먹을 수 있는 어마어마한 규모다.

군이 가마솥을 제작한데는 관광객들에게 농특산물을 집중 홍보한다는 전략도 담겨 있다. 당초 군은 가마솥을 제작해 지난해 8월 ‘괴산 청결고추 축제’에 맞춰 처음 선보일 예정이었다. 가마솥에 밥을 지어 주민과 관광객들이 지역에서 생산된 고추장으로 밥을 비벼 먹을 수 있도록 할 계획이었던 것이다.

거듭된 제작 실패로 8월에 밥먹을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
군의 가마솥 활용 계획은 거듭된 제작 실패로 차질을 빚고 있다. 규모가 워낙 크다보니 거푸집 제작과 쇳물붓기 작업에 차질이 생기기도 했다. 본체 제작시에는 솥바닥과 본체 사이에 조임이 제대로 안돼 쇳물이 새면서 실패하기도 했다.

업체가 가마솥 제작 실패의 원인에 대해 함구하고 있어 자세한 내용은 알려지지 않고 있지만 조형과 거푸집 사이에 쇳물이 들어갔을 때 거푸집이 압력을 견디지 못하는 기술적인 어려움 때문에 애를 먹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군은 가마솥 제작이 잇따라 실패로 끝나고 밥을 지을 수 있는지 조차 확신할 수 없게 되자 오는 8월 고추축제때 밥 짓기를 시도해 본뒤 만약 실패한다면 대학 찰옥수수를 쪄서 관광객들에게 홍보하는 대안도 검토중이다.

군은 가마솥 완성을 기다리면서 괴산읍 고추유통센터내에 8900만원을 들여 보호각을 짓고 화덕과 크레인 설치 막바지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솥이 7월말에 완공되면 8월 고추축제때 첫 선을 보이고 관광객들이 볼 수 있도록 전시해 놓을 계획이다.

최근에는 주물 전문가들을 초청해 제작에 자문을 받고 있지만 제작 공법이나 공장 시스템이 달라 가마솥 제작 가능성 여부는 누구도 확신을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군의 계획대로 8월에 가마솥을 구경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군 관계자는 “일부에서 예산 낭비라는 지적도 있었지만 군민화합과 관광활성화를 위해 주민들의 정성을 모아 가마솥을 제작하게 됐다. 솥의 규모가 크고 예술성도 뛰어나 앞으로 관광객들에게 좋은 볼거리가 될 것이다”고 말했다.

한편 군의 가마솥 제작이 차질을 빚게 되자 일부에서는 재정자립도가 17%에 불과한 군에서 일년에 밥 한 번 지어먹기 위해 막대한 예산을 들일 필요가 있었느냐는 비판의 목소리와 선심성, 일과성 이벤트 행사로 끝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