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시, 아름다운마을가꾸기운동 전개하며 결의대회 동사무소 별로 개최
일부 시·도의회 의원 자신의 치적 자랑, “관선시대 수준 못 벗어난다” 평

청주시는 지난해 아름다운마을가꾸기운동을 시작하면서 동 별로 매년 아름다운마을가꾸기 결의대회를 열도록 지시했다. 이에 따라 현재 청주시내 29개 법정 동 중 용담·명암·산성동과 용암1동을 제외한 27개 동이 이미 금년 4~5월 중에 아름다운마을가꾸기 결의대회를 마쳤다.

   
▲ 청주시 탑·대성동 사무소가 아름다운 마을 가꾸기 결의대회(왼쪽)를 마치고 꽃길을 만들고 있다. 사진은 특정기사와 관계없음. / 육성준 기자
아름다운마을가꾸기는 전국장애인체육대회와 전국소년체육대회 등 대규모 행사를 앞두고 아름답고 친절한 도시 이미지를 부각시키고, 시민들의 잘못된 질서의식 행태를 바로잡아 주민의 자치역량을 제고하는 행사라는 게 청주시 관계자의 설명이다. 자율실천결의대회를 통해 범시민 준법의식과 공공의식을 함양하되 거리캠페인, 꽃길 가꾸기, 작은 음악회 등 이벤트행사를 곁들여 축제 분위기로 추진하라는 게 청주시의 입장. 구체적으로 동에서 할 수 있는 일로 제시된 것도 꽃길 조성, 가로화단 가꾸기, 소하천 가꾸기, 쓰레기 종량제 생활화, 취약지 대청소하기, 주정차 질서 지키기, 아름다운 간판 가꾸기 등이다.

따라서 이 운동은 평소 동사무소에서 하던 것들인데 주민참여를 독려해 아름답고 깨끗한 동네를 만들자는 것으로 요약된다. 그런데 일각에서 아름다운마을가꾸기가 당초 목적을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이 결의대회에는 적게는 200명, 많게는 400~500명이 참여하는데 대부분 통장협의회, 바르게살기협의회, 새마을부녀회 등 직능단체 회원들이다. 그러다보니 동사무소에서 가장 ‘동원’하기 좋은 직능단체 회원들을 불러내 관선시대식의 보여주기식 행사 한 번 하고 마는 것으로 끝나버릴 소지가 높다는 여론이다.

그리고 행사장이 한대수 시장과 일부 시·도의원의 선거유세장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 6일 결의대회를 연 시내 모 동사무소에 가자 시의원이 연단에 올라가 자신의 치적을 자랑한 뒤 지역구인 자신의 동에 청주시 예산을 보다 많이 지원해 줄 것을 바라며 한시장을 향해 여러 차례 박수를 유도하는 광경이 목격됐다. 또 지역구가 청주인 한 도의원도 예산지원을 많이 해주는 한시장에게 박수를 쳐달라며 참석자들에게 박수를 유도하는 한편 의원사업비를 학교와 경로당에 지원했다고 자랑했다.

그런가하면 한시장은 주민들을 향해 “하루에 40분 정도씩 걸으면 고혈압, 당뇨, 심장병에 좋다. 무조건 걸어라”라며 아름다운마을가꾸기운동과는 다소 동떨어진 연설을 했다. 이 날 결의대회는 시장, 도의회 의원, 시의회 의원 등이 한 번씩 연단에 올라가 연설하고 결의문을 낭독하는 식으로 진행됐으나 알맹이 없는 일회성 행사라는 지적을 받기에 충분했다. 지난 1월 초 청주시내 동사무소 연두순시에 이어 4월부터 시작된 아름다운마을가꾸기 결의대회에 한시장이 참석하는 것을 두고 주변에서는 선거운동 아니냐는 곱잖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한시장은 이 행사에 부득이한 이유 아니면 대부분 참석하는 것으로 알려졌고, 시장이 못가면 부시장이나 구청장이 참석한다는 게 청주시 관계자의 말이다.

시에서는 또 아름다운마을가꾸기운동에 동사무소 별로 각각 500만원의 예산을 지원했다. 이 행사와 관련 모 동장은 “시에서 일률적으로 주제를 정해서 시키지 말고 각 동으로부터 특성에 맞는 사업을 받아 검토한 뒤 추진하도록 했으면 좋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그리고 모 동장은 “이 운동을 진행하는 과정이 민주적이면 주민들이 주민자치를 경험하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그래서 우리 동네를 우리 손으로 가꾸자며 열심히 하는 데는 효과를 거두고 형식적으로 주민들만 동원하는 데는 안하느니만 못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작년에 전국체전을 하면서 우리 마을을 우리 손으로 깨끗하고 아름답게 하자는 운동이 효과를 보았다. 하반기에는 실적을 평가해 시상식도 했다. 주민화합과 주민자치 차원에서 도움이 된다고 본다”며 “선거와는 관계없는 행사”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무언중에 동사무소간 경쟁을 붙여 인원 동원이 최대의 관심사가 된 이 운동은 겉으로는 지방자치를 표방하고 있지만 관선시대의 행사 수준을 벗어나지 못해 질적인 수준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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