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듯이’…유행가처럼 봄날은 갔습니다. 진달래, 철쭉, 울긋불긋 지천으로 핀 산들은 누군가 연두색물감을 덧칠한 듯 하루가 다르게 색깔을 바꾸고 있습니다. 바야흐로 신록의 계절 5월.

시인의 찬미대로 ‘계절의 여왕’이라는 이름이 무색치 않으니 미상불 5월은 명성 그대로 백화제방(百花齊放)의 호시절입니다. 5일이 입하(立夏)로 절기 상으로는 이제 여름이 시작됐다하겠으나 30도를 넘나드는 때 이른 날씨는 올 여름 무더위를 예고라도 하는 듯 싶습니다.

예로부터 이 무렵이면 농촌에서는 한창 일손이 바빠지기 시작합니다. 못자리 판 만들랴, 논밭 갈이 하랴, 씨뿌리랴, 한해 양식을 위한 고된 농사일에 본격적으로 들어가는 것이 바로 이 때인 것입니다.

바쁜 것은 농촌뿐만 아니라 도시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가정의 달’에 ‘청소년의 달’인 5월은 각종 기념일이 몇 일 사이로 줄을 서있기 때문입니다.

5일 어린이날을 필두로 8일이 어버이날이요, 15일이 스승의 날이자 석가탄일, 16일이 성년의 날이니 이래저래 도시의 5월도 분주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부모 노릇, 자식도리, 스승에 대한 예 갖추랴, 이러 저런 해야 할 일이 ‘즐거운 비명’이 되고 있기에 말입니다.

어떻든 세상살이에서 가정보다 귀한 것은 없습니다. 부모와 자식, 아내와 남편, 혈육간의 천륜으로 맺어진 가족관계는 이 세상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것입니다. 아무리 강조한다해도 지나치지 않는 것이 가정의 존재입니다.

그러나 오늘 우리의 가정이 웃음소리로 가득한 것만은 아니라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습니다. 가난했지만 지난 날 온 가족이 한 이불에 발을 묻고 도란도란 잠을 자던 시절의 가족애는 먼 옛날 이야기가 된지 오래입니다.

전통적인 효사상은 실종되어 버렸으며 존경과 우애와 사랑으로 가득해야 할 가족은 단지 구성원으로 한 집안에서 함께 살아간다는 의미,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세상에 우리는 살고있는 것입니다.

경제규모 세계10위, 국민소득 1만 불이 넘는 나라에서 절대 빈곤층이 300만을 넘고 갈곳 없는 노인들이 때를 거르며 공원을 서성대고 빚에 몰린 가장이, 성적을 비관한 청소년이 아파트에서 투신하는 사회가 이 사회입니다.

그 뿐인가. 이혼율 세계 1위·자살율 세계 1위·고아수출 세계 1위라는 믿기 어려운 사실만으로도 오늘 우리의 가정이 어떤 상황에 처해있는가를 짐작하게 합니다.

1년에 15만여 부부가 결별을 해 이혼율 50%를 기록하고 하루 35명, 년 1만 3천 여명이 삶을 포기하고 목숨을 끊는 사회라면 그 사회를 정상적인 사회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핏덩이 고아들을 남의 나라에 수출해 돈을 벌어들이는 것은 또 어떻고요. 50년 전 국민소득 100달러 시대에도 우리 사회는 지금처럼 이렇지는 않았는데 살만큼 된 오늘, 나라가 이처럼 황폐해 진 것은 무엇 때문일까.

사회가 오죽 위기에 처했기에 ‘가정의 달’까지 만들어 놓은 것은 아닐까. 일년에 한 달이 아니라 열두 달 내내 ‘가정의 달’이어야 한다고 나는 믿습니다. 신록 우거지는 ‘가정의 달’ 5월, 가정의 소중함을 다시 생각해 봅니다.      / 본사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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