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천 세무서, 공매 남용 심각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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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천 세무서, 공매 남용 심각하다 ”
  • 윤상훈 기자
  • 승인 2005.05.0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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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입장 생각하지 않는 행정 편의주의 전형

체납 세액 징수를 위한 최후의 수단으로 불리는 공매 제도가 일선 세무 행정 기관의 냉혹한 법 적용으로 서민들의 원성을 부르고 있다.

제천시에서 고향 친구와 함께 운수업을 하다가 2000년 파산한 Y씨의 어머니 J씨는 지난 19일 제천세무서 공무원에게서 한 통의 전화를 받고 순간 넋을 잃고 말았다.
사업이 파산된 이후 체납 상태에 있던 세액을 환수하기 위해 Y씨 명의의 아파트를 자산관리공사를 통해 공매에 부쳤다는 세무서 측의 간단 명료한 설명을 전해들은 J씨는 순간 로봇의 음성보다 차가운 수화기 저 편을 향해 버럭 날을 세워 목청을 돋웠다.

납세의 의무를 소홀히 한 국민을 상대로 국가 기관이 공매를 통해서라도 체납 세액을 징수하려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조치다. 그렇기에 얼핏 J씨가 수화기를 붙들고 담당 공무원에 맞서 핏대를 세워 반발하는 것은 적반하장처럼 보인다.

J씨가 억울해 하는 데는 어떤 사연이 있었을까?
아들 Y씨가 사업에 실패한 이후 J씨 가족은 Y씨뿐 아니라 Y씨의 동업자가 남겨놓은 사채와 은행 빚을 지금까지도 아들과 연대해 변제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제천세무서에 체납된 각종 세금까지도 세무서의 양해를 얻어 분납 형태로 갚아오던 터였다.

그런데, 지난 해 6월부터 과중한 빚 부담과 가계 사정 악화로 인해 꼬박꼬박 갚아오던 세금을 또다시 연체하게 됐고, 제천세무서는 이를 이유로 자산관리공사에 Y씨 소유 부동산을 공매 의뢰하게 된 것이다.
문제는 Y씨 가족의 유일한 재산인 아파트가 공매에 넘어가는 지경에 이르도록 J씨는 물론 당사자인 Y씨조차도 지금껏 이 같은 사실을 알지 못한 채 지내왔다는 사실이다.

사업 실패 후 오랜 기간 직장을 갖지 못하던 Y씨가 인근 지역에 취업하면서 주소지를 제천에서 직장 소재지로 옮긴 후 장기 간 집을 비워왔던 까닭에 제천세무서가 기존 주소로 발송한 최고서 등 관련 서류를 확인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어머니 J씨는 “아들이 사업에 실패한 뒤 각종 부채에 시달리면서도 친구가 갚아야 할 부채까지 대신 떠안으면서까지 꿋꿋하게 시련을 견뎌왔다. 그런데 작년 늦봄부터 너무나 형편이 어려워서 도저히 더 이상 채무를 변제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하지만, 아들의 잔여 세무 체납액이 420만원밖에 안 되기 때문에 부동산이 공매에 넘어갈 상황인 줄 알았다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진작에 갚고 문제를 해결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J씨는 7개월 여 동안 체납 세액 분납 약속을 지키지 못해 애를 태우던 지난 2월 경 제천세무서 2층 담당 부서에 들러 당시의 어려운 사정을 소상히 해명한 뒤 세무서가 조금만 더 시간을 주면 돈이 생기는 대로 나눠서 변제하겠다고 부탁해 “알았으니, 빨리 밀린 세금을 갚으라”는 양해까지 얻어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렇게, J씨 모자가 제천세무서와 체납세 분납 협의 등과 관련해 지속적으로 연락을 취해왔고 휴대 전화도 기존 번호 그대로 사용해 온 점을 감안하면, 제천세무서가 최소한 휴대전화를 통해서라도 최고 예고 등을 사전에 당사자에게 충분히 알릴 수 있었던 셈이다. 그럼에도 제천세무서가 느닷없이 최고장을 발송하고 일방적으로 부동산을 공매 처분키로 한 것은 지나친 행정 편의주의적 행태라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
실제로 J씨가 아들 아파트의 공매 사실을 알게 된 것도 제천세무서에서 걸려온 공매 사실 통지 전화 때문이었다.

J씨는 “제천세무서 공무원 중 체납자의처지를 생각하는 사람이 단 한 명이라도 있었다면, 최고장 반송 직후에 나나 아들에게 전화를 걸어서 공매 가능성을 경고하고 사전에 조치를 취할 수 있는 시간을 주었을 것”이라며 제천세무서를 질타했다.
이에 대해 제천세무서 측은 “이미 체납 세액에 대한 연체가 상당 기간에 이르렀고, 정해진 법규에 따라 최고장과 공매 통지서를 발송한 만큼 아무런 하자가 없다”며 세무서로 반송돼 온 관련 우편물을 제시했다.

그러나, “제천세무서가 사전에 채무자 전화번호를 확보하고 있었고, 그에 따라 채무자에게 전화를 걸어 관련 사실을 통지할 거였다면, 최고장 발송 단계에서 미리 연락을 취해 채무자가 합리적인 조치를 취할 시간을 줄 수 있지 않았겠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우리로서는 정해진 법규대로 일을 처리했을 뿐”이라는 궁색한 해명으로 일관해 씁쓸한 뒷맛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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