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식품연구원 보고서 브랜드쌀 가운데 ‘중하위권’ 판정
품종전환은 필수, 계약재배 농가 조직관리가 관건

광고비만 8억원, 청원군은 브랜드파워 전략에 치중
청원생명쌀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2001년 전국쌀품평회에서 청원 북이면에 사는 오용균씨가 출품한 쌀이 전국 1위를 차지한데 이어 전국 단위 품평회에서 내리 3년 동안 대상을 차지했지만 수매대상 면적을 확대하면서 품질 저하 시비를 불러오고 있는 것이다.

이는 청원군의 용역을 받아 ‘청원생명쌀 명품화 계획’을 연구한 한국식품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른 것으로, 보고서는 청원생명쌀이 싸라기 및 비정상립의 비율이 높아 특제품 수준에 미달되고 함수율도 전반적으로 기준치에 모자라 브랜드쌀 가운데 중하위권 수준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보고서는 건조, 저장방법, 운영기술 등을 보완하거나 개선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그러나 생명쌀의 질 저하는 2001년 생명쌀을 브랜드화한 이후로 계약재배 면적을 500ha에서 3000ha로 늘리는 등 수매대상 면적을 대폭 늘린데 따른 필연적인 결과라는 분석도 있다.

여기에다 비배품질관리 등에 대한 투자를 전혀 하지 않고 이를 농민들에게만 맡겨 놓고 있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그러나 청원군의 입장은 다르다. 쌀수입개방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철저하게 공동브랜드로 대항해야 하고 오히려 계약재배 규모를 늘려가야 한다는 것이다. 아무리 품질이 좋더라도 각개 약진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청원군은 이에 따라 20~30억원에 이르는 생명쌀 관련 연간 예산 가운데 30%에 가까운 8억원을 광고비로 지출하고 있다. ‘밥맛’을 택하기 보다는 유명세로 승부를 걸겠다는 전략인 셈이다.

하지만 품질이 명성을 따라가지 못할 경우 소비자들로부터 외면을 받는 것은 뻔한 이치여서 명품대열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소로리 볍씨의 맥을 잇는 생명쌀
청원군이 자랑하는 생명쌀의 탄생은 200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쌀 전업농들의 모임인 (사)한국쌀전업농청원군연합회에서 쌀 명품브랜드 개발과 관련한 사업계획서를 청원군에 제출하고 군이 브랜드 공모를 거쳐 상표등록 절차를 마무리함에 따라 생명쌀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아직 세계적인 공인 여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지만 청원군은 약 1만5000년 전으로 추정되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소로리 볍씨’가 발견된 고장이다. 더불어 미호천변의 충적토와 초정리 광천수 등 쌀 생산과 관련한 천혜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 청원군의 홍보 전략이다.

실제로 전업농청원군연합회의 제안으로 생명쌀 브랜드가 탄생한 뒤 2001년 쌀 단일품목에 대한 평가를 하는 유일한 행사인 전국쌀품평회에서 1위를 차지해 기대에 부응하게 된다. 또 2002년에는 농어민후계자 으뜸농산물품평회에서 역시 1위를 차지했으며, 2003년에도 2001년과 같은 대회에서 1위에 오르는 등 내리 3년동안 전국단위 품평회를 석권하는 기염을 토하게 된다.

청원군은 현재 내수농협과 오창농협, 청남농협, 청주연합RPC 등 모두 4개 RPC에서 1900여 농가가 계약 재배한 벼를 수매해 1등급을 가려낸 뒤 1만8000톤 정도를 생명쌀로 포장해 판매하고 있다. 생명쌀 계약재배 면적은 지난해를 기준으로 할 때 3000ha로, 브랜드 출발 당시의 전업농 재배면적 500ha에 일반농이 가세해 규모가 6배나 늘어난 것이다.

알려진 비밀, 품평회는 개인출품
여기에서 하나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품평회는 개인이 출품한 농산물에 대한 평가를 하는 행사로, 물론 청원군이 자랑하는 ‘3년 연속 전국 대상 수상’도 사실은 ‘개인 수상’이라는 것이다.

각종 품평회는 전국대회에 앞서 개별 농민이 5kg씩 제출한 쌀에 대한 육안 검사와 밥맛 관능검사를 거쳐 지역의 출품작을 결정한 뒤 전국적으로 경쟁을 벌이는 방식이다.

2001년 품평회 수상자는 북이면에 사는 오용균씨이고 2002년 수상자는 오창면에 사는 박지환씨, 2003년 수상자는 문의면에 사는 송인백씨다. 이들은 하나같이 지력을 높이기 위해 객토작업, 볏짚 깔기, 갈아엎기 등을 수없이 반복한 경우로 자신의 농법과 생산물에 대해 남다른 자부심을 갖고 있다.

문의면 농민 송인백(54)씨는 “3년 전부터 쌀 수입개방에 대비해 품종개발과 함께 지력을 높이는데 주력해 왔다”며 “농사만 잘 지으면 어떤 상황이 닥치더라도 헤쳐나갈 수 있다”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송씨는 또 “청원군이 자신의 수상을 생명쌀 전체의 수상인 것처럼 인용하면서 인사치레도 없어 서운한 적도 있었지만 같은 지역 농민끼리 다 잘 살아야 하는 것 아니냐”며 계약재배 농가를 확대하는 것에 대해서도 관용적인 입장이다. 계약재배 면적을 확대하더라도 비료 등 농자재에 대한 지원이 충분한 만큼 미질 저하를 크게 우려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송씨는 자신의 생산한 쌀 가운데 30%를 생명쌀 상표로 유통시키고 50%는 ‘가재쌀’이라는 자체 상표를 부착해 문의신협과 우편을 통해 판매하고 있다. 송씨는 2만6000여 평에 이르는 쌀농사 외에도 표고농사를 수입원으로 부농의 꿈을 일구고 있다.

품종 전환 이뤄지지 않으면 비관적
송씨와 달리 2001년 품평회 수상자로 청원생명쌀의 산파격인 북이면의 오용균(53)씨는 생명쌀의 미래에 대해 비관적이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품종 전환과 조직관리에 대한 대책이 없다면 명품대열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현재 청원쌀의 품종은 정부보급종 가운데 하나인 추청벼, 이른바 ‘아키바레’다.
일본 품종으로 약 30년 전 우리나라에 보급돼 토착화된 추청벼는 비교적 밥이 차지고 쌀알도 고른 편이지만 식었을 때 찰기가 떨어지고 변색이 되는 등 최근 새로 개발된 품종에 비해 경쟁력이 크게 떨어진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최근 뜨고 있는 안성의 ‘안성마춤쌀’이나 ‘해남의 한눈에 반한 쌀’ 등 상당수의 브랜드쌀들은 ‘고시히까리’나 ‘하이노키’ 등 신품종으로 교체해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오용균씨는 “품종을 전환하지 않을 경우 몇 년 안에 경쟁력을 잃을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도 청원군은 정부보급종이라는 이유만으로 추청벼를 고집하고 있다”면서 답답함을 토로했다.
오씨 등 전업농 소속 일부 농민들은 청원쌀로 납품하는 추청벼 외에도 신품종을 계약재배하거나 시험재배하면서 품종전환에 대비하고 있다. 오씨는 특히 시험재배 중인 속칭 ‘천황벼’에 기대를 걸고 있는데, 천황벼는 모 광역자치단체장이 일본을 방문했을 때 한 움큼을 쥐어와 국내에 퍼뜨린 비공식 품종이다.

오씨는 이밖에도 조직관리가 실종된 것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나타냈다.
조직관리란 재배단위 별로 농민들이 모여 농업기술이나 경험을 공유하는 자리를 말하는데, 적어도 분기에 한 차례씩 모임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 오씨의 주장이다. 그러나 일반농이 대거 유입된 데다, 청원군도 조직관리에 뒷짐을 지고 있다는 것이 오씨의 설명이다.

오씨는 “1년에 한차례 이뤄지는 영농교육과 군수명의의 서한문이 현재 조직관리의 전부”라며 “품질관리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조직관리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연구원 보고서는 ‘중하위권’ 판정
앞서 언급했던 한국식품연구원의 보고서도 청원쌀 명품화와 관련해 여러 가지 개선사항을 지적하고 있다.
우선 품질분석 결과를 살펴보면, ‘쌀의 품질’ 부분은 수분과 단백질 등 밥맛을 결정하는 요소에 있어 대체적으로 ‘적절하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그러나 모양이 갖춰지지 않은 비정상립이 RPC 별로 5.6~6.8%에 달해 완전미 기준인 1.2%와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싸라기의 비율도 3%를 웃도는데 청원연합RPC의 경우에는 무려 10.8%에 달해 ‘특제품’ 수준에 미달한다는 것이 결론이다.

‘벼의 품질’과 관련해서는 함수율이 전반적으로 모자라고 지방산가가 증가했다는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이는 모두 밥맛과 연관이 있는 수치인데, 함수율의 경우에는 청원군이 마련한 자체 기준(안)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준은 15.5~16.5%이지만 청남RPC 12.9~14.9%를 비롯해 4개 RPC 모두 14~15%대에 머물렀기 때문이다.

또 청남RPC의 지방산가는19.1~20.4mg, 오창RPC는 15.4~19.6mg로 나타나 적정치인 8~13mg을 크게 웃돌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밥맛에 대한 관능검사로, 관능검사는 기계가 밥맛을 결정하는 요소를 수치로 나타내 정밀 비교가 가능하다.

‘식미 관능검사’ 보고서에 따르면 냄새와 외관, 맛, 조직감 등에 대한 종합평가에서 생명쌀을 2004년 브랜드쌀의 수치와 비교해 ‘중위권, 또는 중하위권’ 수준이라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건조속도의 문제로 광택이 떨어지는 등 건조, 저장환경에 원인이 있다는 분석이다.
RPC별 식미 종합평점은 청남 6.54, 오창 6.22, 내수 6.19, 청원연합 5.68로 전국 브랜드쌀의 수준인 7.23에는 크게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건조, 저장 등 공정개선 시급
한국식품연구원은 이 같은 미질 저하의 원인을 RPC 등에서 이뤄지는 건조, 저장 과정 등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청원연합 RPC는 가공시설 등 전반적인 개선과 보완이 필요하고, 나머지 3곳도 농산물위생관리기준 및 작업효율을 고려할 때 보완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보완 사항으로는 집진시설과 현미부 칸막이 등이 지적됐다. 또 건조, 저장 및 가공공정의 체계와 운영기술의 일원화가 필요하다는 것이 연구원의 진단이다.

식품연구원이 궁극적으로 제시한 발전방향은 모두 4가지. 첫째는 품평회 수상자 오용균씨의 주장과 마찬가지로 ‘종자갱신 100% 계획’을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원료벼 구입기준을 현미 검사로 전환하고 건조기를 이용한 건조와 냉각저온 저장체계를 갖춰야 한다’는 주장이다.

다음 발전방향은 생명쌀의 생산비율을 70%이상으로 높인다는 것으로, 이는 전업농 위주의 고품질 쌀로 명품화를 꾀한다는 일부 주장과 배치되는 것이다.
마지막 네 번째는 생산시설을 미래지향적으로 바꾸고 판매전문회사를 설립을 추진하자는 내용이다.

4가지 발전방향 가운데 일부는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품종개발과 시설개선, 판로개척 등은 시급성을 다투는 과제라는데 이견이 없다.
한국식품연구원은 ‘청원생명쌀의 품질 및 운영방안을 설정하고 장기적인 발전방향을 정립해 고품질, 차별화된 브랜드로 정착시킨다’는 목표아래 2004년 8월20일부터 2005년 6월19일까지를 기한으로 연구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청원군 ‘브랜드 파워’로 밀어붙인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청원군의 생명쌀 전략은 철저하게 ‘브랜드 파워’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계약재배 농가를 계속 늘려나가는 등 몸집 불리기에 치중하는데다 태진아씨가 등장하는 TV 광고 등에 연간 6억원을 투자하는 등 지하철 광고판, 선전탑, 이동차량 광고 등에 연간 8억원을 투자하고 있다.

청원군 관계자도 “쌀 수입 개방이 이뤄지는 상황에서 소규모 브랜드가 난립하는 각개약진으로는 경쟁력을 가질 수 없다”며 “계약재배 농가를 계속 확대한다는 것이 기본방침”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청원군은 연간 20~30억원에 이르는 생명쌀 관련 예산 가운데 종자지원에 약 2억원, 비료 등 자재대금에 약 5억원, 포장재 지원에 약 1억5000만원 등을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광고비의 비중은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이에 반해 씨를 뿌려서 거두어들일 때까지의 모든 손질을 의미하는 ‘비배관리’ 예산은 단 한 푼도 책정하지 않은 상황이다.
청원군 관계자는 이에 대해 “농민들이 자발적으로 비배관리에 치중하기 때문에 군에서 일괄적으로 지원할 필요는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전업농 관계자들의 생각은 다르다. 품종의 순수성 여부를 확인하고 질소질 비료의 과다 사용 여부나 쓰러진 벼가 포함됐는지 여부 등을 정확히 알기 위해서는 비배관리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전업농청원군연합회 이용광(34)사무국장은 “비배관리는 사실상 밥맛을 좌우하는 요인으로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생명쌀 초창기에 전업농에서 자부담으로 비배관리를 통해서 기술 지도를 실시한 것도 고품질쌀을 만들기 위한 노력이었다”고 말했다.
한편 청원군은 올 들어 경기도 하남시에 수도권 물류센터를 건립했고 서울시 목동에 생명쌀전문매장의 문을 여는 등 수도권 판매 전략에 집중하고 있다.
청원생명쌀은 이 같은 수도권 집중 전략 속에 전체 물량의 절반 정도를 충청권에, 나머지 절반을 서울 등 수도권 유통시키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청원군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수도권과 충청권의 판매 비율을 6대 4 정도로 만드는 것이 올해 목표”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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