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은 인간관계에 우선할까?
이원종-한대수 사이를 보는 시각

지난 2일 출범한 민선 3기를 바라보는 시각은 다양하다. 어떤 프리즘으로 바라 보느냐에 따라 투영(投影)되는 모습도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지난 6.13 지방선거는 충북에서도 한나라당 압승으로 끝났다. 도지사를 포함한 6명의 자치단체장을 당선시켜 절반을 차지했고 도의원도 27석중 22석을 싹쓸이했다. 때문에 외형상 충북의 지방자치는 앞으로 한나라당의 운신에 절대적으로 영향받을 수 밖에 없다. 더 심하게 말하면 도지사 및 3곳의 시장(청주 충주 제천)과 도의회를 접수(?)한 이상 과거 자민련이 그랬듯이 ‘한나라당 판’이 된 것이다. 결국 이지사는 당적 변경으로 여론의 인민재판을 받았던 만큼 오히려 순탄한 3기를 보상받은 셈이다.
그러나 호사가들은 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 대표적인 관심사가 이원종지사와 한대수 청주시장간의 향후 역학관계다. 이는 민선 2기 과정에서 한때 이지사와 나기정 전 청주시장 사이에 형성됐던 이상기류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특히 주목하는 부분이다. 실제로 민선 1, 2기를 통해 광역자치단체장과 그 광역자치단체의 수부(首府)를 책임지는 기초자치단체장간엔 알게 모르게 신경전과 파열음이 나타났다. 충북에서도 예외는 아니었다. 민선 2기의 절반이 지난 시기인 2000년 5월 쯤이다. 자민련 이지사와 민주당 나기정 전청주시장간의 미묘한 속앓이가 밖으로 불거지면서 언론에 호재를 제공한 것이다. 당시 당사자들은 이를 부인했지만 둘간의 관계가 한동안 ‘원만치 않았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상하기관간 불경(不敬)이 원인

그러나 당시의 불협화음은 감정적인 측면이 강했다. 예를 들어 청주시의 중요한 공식행사에 이지사가 불참한다든가 혹은 청주시가 상급기관인 충북도에 업무협조를 제대로 고(告)하지 않는다는 등의, 어찌보면 상하 기관간의 상호 예우문제가 논란이 됐다. 실제로 청주시가 심혈을 기울인 동부우회도로 준공식에 이지사가 불참한 반면 나 전시장은 중국으로 해외출장을 가면서 사전 양해를 구하지 않고 당일 상경중 전화로만 알리는 바람에 이지사가 크게 불쾌해 한 것으로 알려졌다. 뿐만 아니라 그해 열렸던 항공엑스포 개최를 놓고도 서로 불편한 관계를 연출했는데 나시장이 자신을 대신해 박홍규 부시장을 시켜 이지사에게 서면보고하려 했다가 거절당한 사례도 있다. 이런 얘기들이 밖으로 불거지면서 구설수에 오르자 두 사람은 골프회동을 갖는 등 나름대로 모양새를 갖추기도 했다.

성격상엔 분명한 차이 점

이원종지사와 신임 한대수 청주시장 사이엔 특별히 문제될 게 없다. 그러나 주목되는 것은 분명 있다. 이미 주변에선 두 사람이 같은 당 소속이기 때문에 원초적인 괴리(乖離)는 상대적으로 덜하겠지만 성격상 언젠가는 대립각을 세울 개연성이 있다는 진단을 내린다. 이와 관련해선 지난 지방선거 때 이지사가 상대 후보로부터 괴롭힘을 당했던 청주 특급호텔 사업건이 우선 주목된다. 특급호텔은 한대수 시장이 충북도 행정부지사로 있을 때 인.허가 절차가 추진됐다. 당시 한시장이 위원장을 맡던 충북도 도시계획심의위원회는 특급호텔 심의건을 두 번씩이나 부결시켰다. 특혜 시비를 우려한 한시장의 의지가 많이 반영된 결과다. 결국 둘간에 ‘잡음’이 생겼고 얼마후 한시장과 주무과장 오모씨는 명예퇴직한다. 이들의 명예퇴직은 시기적으로 큰 문제가 없지만 이지사에 대한 항명이 단초가 된 것은 분명하다. 지금도 이에 관한 얘기는 공무원 사이에서 곧잘 회자된다. 당시 한시장은 그 때의 전후과정을 묻는 질문에 “때가 되면 밝혀질 것이다”고 여운을 남겼다.

“정치적 신념은 지켜야”

둘간의 기류를 엿볼 수 있는 한 단면은 이지사의 한나라당 입당과정에서도 나타났다. 도지사 출마의지를 굳히고 활동하던 한시장은 현직 지사라는 큰 암초에 부딪친다. 이지사가 자민련을 탈당, 한나라당에 입당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자 한시장은 당에 대해 시종일관 불가입장을 고수했다. 그 때까지만 해도 한시장은 도지사 출마에 배수진을 친 상태였다. 자신이 청주시장쪽으로 선회할 수도 있다는 언론보도에 대해선 노골적으로 반감을 드러냈다. 당시 한시장은 충청리뷰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이지사의 행보와 관련, 이렇게 말했다. “정치인, 당적을 가진 사람이라면 소속 정당에 대한 신념과 소신은 분명히 있어야 한다. 아무리 지방선거라고 하지만 개인의 이해에 따라 당을 옮기는 건 모양이 안 좋다. 자민련으로 당선됐으면 자민련으로 심판받아야 옳다.” 하지만 도지사공천은 이지사한테 넘어갔고 자신은 지금 청주시장이 됐다. 그를 잘 아는 한 인사는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한시장의 도지사출마가 청주시장까지 노린 다목적 포석이었다고 의심하지만 절대 안 그렇다. 중앙당의 교통정리가 없었다면 무조건 도지사에 나섰을 것이다. 그는 마지막까지 도지사에 미련을 가졌다. 막상 선거 결과를 보니까 만약 이지사가 자민련에 그대로 남아 있고 한시장이 한나라당 공천을 받아 지사선거에 나섰다면 재미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한솥밥 식구, 사선은 넘지 않을 듯?

이지사와 한시장은 지난 지방선거때까지만 해도 서로 관계가 소원했다. 물론 한시장이 퇴임 후 정치에 입문, 다른 길을 걸은 것도 원인이겠지만 행사장 등에서 우연히 스치는 것외에는 제대로 된 만남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의 한 고위 인사는 “한 때 두 사람의 사이가 격조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다가 이지사의 한나라당 입당으로 어느날 졸지에 같은 배를 타게 된 것이다. 충북도에서 같이 일할 때는 간혹 의견이 상충되기도 했지만 서로 크게 드러내지 않고 인내하면서 수습했다.(그는 이와 관련 특급호텔건과 모 인사건 등 두가지를 지적했다) 물론 두 사람의 성격, 성향은 분명 다르다. 이것을 너무 의식하다보면 불협화음을 예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은 같은 당이고 또 정통 관료출신들이기 때문에 의식적으로(?)도 잘 융합할 것이다”고 내다봤다.

청주·청원 관계는 통합문제에서 드러난다

민선 시대에 충북도와 청주시의 관계가 중요한만큼 청주시와 청원군간의 향후 위상정립도 큰 관심 거리다. 청주와 청원의 경우 역시 통합문제가 민선 3기의 가장 큰 과제다. 학계와 시민단체에서도 이 문제를 초장에 공론화시킬 조짐이다. 통합문제에 대해선 여전히 청주와 청원이 동상이몽다. 청주시가 전향적인 반면 청원군의 대응논리는 아무래도 방어적이다.
그러나 여기에도 변화가 일 조짐이다. 한대수 청주시장의 시각 때문이다. 그는 통합 문제에 대해 전례없이 공격적이다. 얼마전 충청리뷰에도 확실한 속내를 밝혔다. “양측이 통합에 대해 합의한다면 내 자신이 통합시장에 출마하지 않겠다. 일단 청주시민들이 손해를 감수하고 청원군 발전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각종 직능단체장을 청원군에 양보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지금처럼 한쪽은 통합 한쪽은 반대를 마음속에 미리 결정짓고 대화, 세미나를 백번 가져 봤자 무슨 의미가 있겠나. 학계에 용역을 줘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도 이젠 시정돼야 한다. 결국 예산낭비다. 시민들은 이런 일에 대해 오히려 책임을 추궁해야 한다. 뜻있는 사람들이 기득권을 버려야 하고 본인이 그 선봉에 설 의향이 있다.”
통합에 대한 청원군의 입장은 요지부동이다. 주민들의 의견을 존중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주민들의 의견이 도출될 때까지의 과정을 걱정한다. 과거처럼 기득권 상실을 우려하는 행정기관의 의지가 주민의사로 둔갑되는 것이 민선 3기에서도 재발된다면 결과는 뻔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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