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8 재보선 충북에서도 최대 뇌관
지역정가, 민감한 반응속 관망

서해 교전은 충북정계에도 파장을 미쳤다. 민주당 괴산 진천 음성지구당 김진선위원장이 지난 1일 서해 사태에 대한 입장을 들며 민주당을 전격 탈당했다.
이날 김위원장은 탈당의 변을 통해 “연평해전에서 전사한 장병들의 가족들이 뼈를 깎아 내리는 아픔에 오열하고 있을 때 금강산 관광선이 출발하는 것을 보고 탈당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부정부패에 대해 단호하게 대처하지 못하는 정당에는 더 이상 바라볼 비젼이 없으며 본인은 이 모든 모순의 합리화와 술수, 모함이 난무하는 곳에서 군인의 순수성으로는 인내할 수 있는 한계에 도달했음을 느꼈다”고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그는 4성장군 출신으로 국민의 정부 초기 국가 비상기획위원장을 지낸 후 정치에 입문, 2000년 4. 13총선에 민주당 후보로 출마했다가 낙선했다. 비상기획위원장 시절 대북정책에 대해 반대의 소수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던 그는 개각 때 국방부장관 임명통보를 받고 취임사를 준비하다가 바로 전날 밤 취소통보를 받는 불운을 겪었다.
김 위원장의 탈당 소식에 지역정계는 민감하게 반응했다. 현재 정치권에서 끊임없이 부침하는 정계개편의 맥락에서 해석하려는 시각이 많았다. 그가 한나라당에 입당할 것이라는 얘기도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민주당은 의미를 축소하는 분위기다.
한 관계자는 “그동안 당내의 역할이 미미했기 때문에 큰 동요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김위원장 본인도 이번 탈당이 결코 전략적이지 않음을 분명히 했다. “뉴스를 보는 순간 운동경기 때 공을 ‘탁’ 내던지듯 탈당계를 썼다. 정치적 복선은 추호도 없다”는 게 김위원장의 주장이다.

이미 예정된 탈당,
서해교전이 빌미줘

하지만 그의 탈당은 겉으로는 잘 드러나지 않지만 속으론 민주당을 잔뜩 긴장시키고 있다. 그 핵심은 당내의 반 DJ 정서가 구체적으로 표면화됐다는 것이다. 사실 김위원장의 이탈 조짐은 훨씬 이전에 감지됐다. 측근 및 주변인들에게 이미 심정적으로 당을 떠났음을 여러번 암시한 것이다. 본인도 민주당에 대한 그동안의 불편한 심정을 숨기지 않았다. “민주당이 나한테 배신감이나 서운한 감정을 가질 이유가 없다. 오히려 내가 그동안 이용만 당했다. 항상 심리적으로 내가 걷고 있는 길이 잘못 됐다는 부담감을 가졌다. 민주당의 정책과 행보가 나와는 맞지 않았다. 이게 아니라는 생각에 늘 불편했다.”
당내에선 김위원장이 이미 퇴로를 열어 놓은 상태에서 서해 교전을 결정적 빌미로 삼았다고 분석하고 있다. 4성장군 출신이면서도 주변에 합리적인 성품의 소유자로 알려진 그의 민주당 이탈에 대해 한 정치전문가는 이런 진단을 내렸다. “민주당의 입장에선 어쨌든 손실이다. 비록 그가 12. 12 사태때 신군부의 상황장교로 복무함으로써 DJ 정부와는 일정 부분 거리감이 있었다 하더라도 그의 성품을 봐서라도 적극 포용했어야 했다. 그러나 16대 총선 낙선 후 줄곧 소외로만 일관됐다. 그의 민주당 탈당은 아직까지 구체적 행동으로 나타나지 않은 당내 반 DJ정서가 표면화됐다는데 정치적 의미를 띤다. 그러나 그 파장은 크지 않다. 어디까지나 개인 차원의 일이다. 하지만 향후 다가 올 외부 충격에 취약할 수 밖에 없는 도내 민주당 공조직의 현실을 감안하면 결코 예삿일이 아니다.”

8월까지는 지역정계도 물타기

이와 관련, 지역 정가에선 현재 당 지도부와 DJ정부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이인제 전 고문 등 비주류의 움직임과 JP-이인제-박근혜-정몽준의 소위 4자연대의 추이와도 맞물린 행보라는 의견을 제시하지만 아직은 근거가 미약하다. 다만 얼마전 김진선과 정몽준의 테니스 약속이 계획됐다가 월드컵 때문에 유보됨으로써 주목받고 있다. 김위원장의 탈당에도 불구, 도내 민주당의 보편적 시각은 오는 8. 8 재보선까지는 현체제가 그대로 유지될 것이라는데 모아진다. 그 이전에 나섰다간 자칫 역풍을 맞을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지금 이인제씨 등 민주당 이탈 가능세력들이 DJ와 엇박자 소리를 내고 있지만 어차피 이들도 8. 8 보선까지는 행동을 못한다. 그 선거의 결과에 따라 정치권에 지각변동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충북도 마찬가지다. 모든 정치인들이 8. 8 보선까지는 관망의 자세를 취할 것이다. 그 이전엔 정치인들의 세불리기나 자기관리 차원의 물타기 행보가 기승을 부릴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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