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가는 지방지 살리기냐, 언론개혁이냐
정부 예산 부처 반발, 국민 동감해야만 기금 유지

4월18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지역신문발전지원특별법에 대한 후속 조치로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신설키로 의결하는 등 지역언론에 대한 정부지원이 임박했지만, 지원대상 선정기준 등에 대한 논란의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지원대상 심의·의결기구인 지역신문발전위원회는 기금지원을 언론개혁의 도구로 여기는 반면, 수혜 대상인 지역신문 가운데 상당수는 고른 분배를 요구하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 지원대상이 선정될 경우 탈락 언론사들의 반발 등 ‘자중지란’마저 우려되고 있다.

여기에다 예산 부서인 기획예산처와 주무 부서인 문화관광부도 의견을 완전히 달리하고 있어 수년 뒤 기금의 존폐 여부까지 염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지역신문발전기금은 지역신문을 위한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 발전을 위해 지역신문을 지원하는 것”이라는 지역신문발전위 김영호 부위원장의 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죽어가는 지역신문 살리기’가 아니라 ‘엄격한 자기개혁을 이룬 신문만이 살아남게 만드는 구조조정의 칼날’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말도 탈도 많았던 기금, 드디어 지원 임박
정부는 4월18일 국무회의를 열어 지역신문들의 경영안정을 위해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신설하기로 의결했다. 이는 지난해 3월에 제정되고 지난해 10월 시행령이 공포된 지역신문발전지원특별법에 대한 후속조치로, 오는 2010년까지 6년 동안 한시적으로 기금을 운용할 예정이다.

이제 자금지원까지 남아있는 절차는 정확한 심의기준을 확정해 발표하고 신청공고를 낸 뒤 심의절차를 거쳐 지원대상을 결정하는 일이다. 그러나 이 같은 과정은 불과 한달여 사이에 마무리되고 6월부터는 실질적인 기금지원이 이뤄질 전망이다.

올해 지원되는 기금은 모두 250억원이지만 이 가운데 실질적으로 지역신문에 지원이 이뤄지는 부분은 206억원이다. 지원내역을 살펴보면 윤전시설 도입비(30억원)와 인쇄·편집장비 도입비(30억원) 등 모두 60억원은 2년 거치 3년 상환에 연리 3%의 조건으로 빌려주는 돈이다. 이에 반해 기획취재 지원(33억원), 통합뉴스 제작지원 시스템 구축(20억원), 경영컨설팅 지원(9억원), 프리랜서 및 전문가 자문 지원(10억원) 등 146억원은 무상으로 지원될 예정이다.

기획예산처 아직도 형평성 시비
그러나 지원이 임박했다고 해서 마냥 평탄대로는 아니다. 돈줄을 쥐고 있는 기획예산처가 아직도 형평성 시비를 걸며 기금의 존폐를 거론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역신문발전위 김영호부위원장(우석대 신문방송학과 교수)은 4월22일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지역신문 관계자들과의 간담회에서 ‘고성에 산불이 나도 주민들에게 저리 융자가 있을 뿐 무상지원은 없다’라고 항변한 기획예산처 관계자의 말을 전하며 “국민들이 동감해야만 이 기금을 유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영호 부위원장은 또 “국민의 세금으로 지원되는 기금인만큼 지역주민들이 타당성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며 “방방곡곡에 있는 신문 가운데 지원대상을 가려내는 일이 부담스럽기만 하다”고 속내를 털어놓았다.

실제로 지역신문발전기금은 여느 기금과 달리 국고지원금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자체수익구조가 없는 구조를 취하고 있어 기금지원에 따른 ‘약발’이 제때 드러나지 않을 경우 2~년을 넘기기 어렵다는 비관론도 만만치 않다.

경영난 지역신문들 ‘무조건 살려달라’
더 큰 문제는 심의기구인 지역신문발전위와 수혜대상인 지역신문사들이 동일한 기금을 놓고 다른 꿈을 꾸고 있다는 것이다. 지역신문발전위는 ‘어려운 지역신문을 도와주자’는 구제의 성격이 아니라 엄격한 자기 개혁을 이룬 신문을 차별 대우해 지역의 신문시장을 구조조정하겠다는 시장논리를 따르는 반면, 지역신문사들은 고른 분배를 원하는 경우가 대다수 이기 때문이다.

특히 지원대상에 들기 위한 신문의 자기 개혁에는 금융부담이 따르게 돼 투자만 하고 지원대상에서 제외될 것을 염려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실제로 4월22일 간담회에서 한 지역신문 대표는 “지원대상에 들 정도의 신문사라면 굳이 지원을 받을 필요조차 없을 것”이라며 “가급적 많은 언론사가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공동분배해 달라”고 노골적으로 요구하기도 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또 일부 인사가 ‘발송비용’이나 ‘용지대금’ 등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이 아니면 ‘필요없다’는 식으로 언성을 높이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어떤 신문들이 지원 받게 되나
기금 지원 개시를 한달여 남겨둔 상황이지만 구체적인 심의기준이 발표되지 않은 것도 지역신문 관계자들을 혼란스럽게 만드는 부분이다. 평가항목은 발표가 됐지만 구체적인 배점기준이 발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역신문발전위가 특별법 16조를 통해 밝히고 있는 기금의 지원조건은 ▲선정 당시 1년 이상 정상적인 발행 ▲광고가 전체 지면의 2분의 1 이하 ▲사단법인 한국ABC협회 가입 ▲지배주주, 발행인, 편집인 등이 신문운영과 관련해 금고 이상의 형을 받지 아니한 경우 등이다.

또 여러 가지 우선지원기준을 두고 있는데 주로 편집자율권에 대한 부분과 재무건전성에 대한 부분이다. 주간지의 경우 조세의 체납 여부, 유상으로 판매되는 신문의 비율, 신문발행의 지속기간 등이 우선지원대상 지역신문을 선정하기 위한 배점평가기준이다.
지역신문발전위 장호순교수(순천향대 신문방송학과)는 “앞으로 사업설명회를 통해 구체적인 배점기준까지 낱낱이 공개할 계획”이라며 “그래야만 불만이 없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한편 한국언론재단에 따르면 일간지 76개, 주간지 536개 등 전국에 모두 612개의 지원대상 신문이 있으며, 충북에는 일간지 5개, 주간지 27개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지역신문발전위 관계자는 어떤 경우에도 지역적 안배는 없으며 철저하게 기준을 적용할 것임을 거듭 밝힌 바 있다.

특별법 제1조를 제대로 이해하자
이처럼 지원이 시작돼도 여전히 논란의 불씨를 안고 있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이 탈없이 그 수명을 다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법을 개정한 본래의 취지를 잃지 말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로 시작되는 헌법 제1조처럼 지역신문발전지원특별법 제1조도 기금 운용에 대한 근본 원칙을 한 줄에 담고 있다.

‘이 법은 지역신문의 건전한 발전기반을 조성하여 여론의 다원화, 민주주의 실현 및 지역사회 균형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는 것이다.
‘여론의 다원화’라는 부분에는 ‘국고를 지원해서라도 지역신문을 살려야 하는 이유’가 깃들어 있고 ‘지역사회 발전에 이바지’라는 부분은 지원의 목적이 ‘단순한 신문 살리기’가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하고 있다.

장호순교수는 이와 관련해 본보 3월19일자(371호) 인터뷰에서 “지역 언론이 바로 서지 못하면 지역 사회의 부패정도는 심해질 수밖에 없고 자연히 경쟁력을 잃게 된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결국 지역신문에 대한 기금 지원은 지역신문의 내용과 구조, 시장조건을 개선한다는 명확한 목표의식 아래 집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장호순교수는 또 “이와 같은 개혁을 통해 지역 언론인들의 직업조건의 개혁돼야만 유능한 인력이 유입될 수 있으며, 그렇지 못할 경우 미래가 없다”고 못을 박았다.

밤잠 못 이루는 지역신문발전위원들
지역언론발전기금의 주무 부서인 문화관광부의 자문위원으로서 지역신문발전지원계획을 자문하고 주요시책을 평가하며 지원대상을 선정하는 역할을 맡게 된 지역신문발전위원은 김태진 위원장 등 모두 9명이며 임기는 3년이다.

면면을 살펴보면 전 동아투위 위원장 출신으로 민언련 의장을 지낸 김태진 위원장을 필두로 김영호 부위원장(우석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강동욱(변호사), 김영욱(한국언론재단 미디어연구팀장), 김영호(언론개혁시민연대 공동대표), 문경민(전 새전북신문 편집국장), 은진수(변호사), 이의자(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장호순(순천향대 신문방송학과 교수)의원 등이다.

이들은 실무를 맡게 될 5명의 전문위원들과 함께 빠른 시간 안에 배점기준을 만들고 5월 안으로 지원기준 및 심사기준을 확정해 사업계획을 공고한 뒤 서류접수와 심사를 모두 마쳐야 한다.
더구나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언론개혁을 이끌어내야 한다’는 부담감이 이들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다. 여기에다 지원대상 선정에 사활을 건 지역신문들이 불퇴진의 기세로 달려들고 있어 행동거지 하나하나가 조심스럽기만 하다.

김영호 부위원장은 4월22일 간담회에서 “이미 법이 만들어진 상황에서 집행자 역할을 할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며 지원기준 개정을 요구하는 지역신문 관계자들에게 고충을 토로했다.
김영호 부위원장은 또 “발송료 등 실질적인 부분을 지원해 주고 싶었지만 기획예산처의 반발로 무산됐다”며 “사실 우편발송대장을 확인해 발송료를 지원해 주면 부수공인 등의 복잡한 절차도 필요없다”고 활동의 한계에 대해 언급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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