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추시장 이전사업비 전액삭감 하룻만에 본회의서 부활

제천시의회 예결위에서 전액 삭감한 고추시장 통합이전 사업비가 하룻만인 26일 본회의에서 부활되자 시의장이 사퇴를 선언하는등 후유증이 심각해지고 있다. 

제천시의회는 26일 제2차 본회의에서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하루전 전액 삭감한 고추시장 이전사업비 10억3200만원(도비 7억원, 시비 3억3200만원)을 수정발의한 뒤 반대토론없이 표결을 거쳐 통과시켰다.

예결위 심의를 거쳐 부결된 예산안이 의원발의를 통해 본회의에서 수정안으로 통과된 것은 제천시의회 개원 이래 첫 사례로 알려졌다. 이에따라 유영화 시의장은 “의회가 보여 준 일련의 상황에 대해 누군가 책임을 져야 한다”며 의장실에서 단식에 돌입하는 한편 의장직 사퇴의사를 밝혔다.

이날 본회의에서 수정발의안을 주도한 의원은 김성진, 이종호, 이용섭, 박종유, 김기상 의원등 5명이다. 특히 이종호의원은 전날 전액삭감을 결정했던 예결위 위원장을 맡고 있어 의구심을 자아냈다. 예결위에서 전액삭감에 동의한 의원도 본회의에서 수정안에 찬성한 것으로 밝혀져 의원들의 소신과 자질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예결위 소속 8명의 의원 가운데 전액삭감에 동의한 의원이 6명이었으나 정작 본회의에서는 수정안에 대한 반대표결 의원이 4명에 불과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수정발의안은 의원들의 사전논의를 거쳐 반대토론을 거치고 않고 표결에 부쳐졌고 15명의 시의원 가운데 찬성 10명, 반대 4명, 기권 1명으로 본회의를 통과했다.

고추시장 이전사업비 예산은 작년말 2004년 3회 추경안에 포함됐다가 부결됐으나 올해 첫 추경안으로 다시 상정돼 지역의 핫이슈가 됐다. 이번 추경안은 시의회 산업건설위원회가 지난 22일 예비심사에서 원안대로 가결했으나 25일 예결위에서 전액삭감으로 번복됐다.

예결위 전액삭감 결정직후 시의회 청사주변에 있던 고추시장 상인 30여명이 청사로 진입해 예결특위 사무실을 사실상 점거하는등 격렬하게 항의했다. 또한 본회의가 열리는 26일에도 경찰병력이 배치된 가운데 50여명의 상인들의 본회의장과 청사 주변에서 '무언의 시위'를 벌였다.

이에대해 시의회 관계자는 "상임위, 예결위, 본회의에서 표결할 때마다 다른 결과가 나온 것은 의원들이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다. 시의장은 상인들의 항의방문 때문에 집무를 제대로 볼 수 없을 정도였다. 주민의 대표성을 띤 지방의원들이 이렇게 소신을 펼칠 수 없는 조건이라면 지방자치제의 미래는 없다"고 말했다.

유의장을 비롯해 고추시장 이전사업비에 대한 반대의견을 가진 의원들은 현재 2곳으로 양분된 고추시장의 통합이 미완성인 상태이고 집행부의 예산편성 과정의 절차적 하자, 신월동 이전부지의 부적절성 등을 문제점으로 내세웠다.

추경 수정발의안에 찬성한 의원들은 "고추시장 통합추진위원회가 구성돼 이미 토목공사까지 진행된 상황에서 사업비 지원은 불가피하다"는 주장을 펼쳤다. 결국 고추시장 예산안 파동은 의회와 집행부의 반목, 찬반 의원간 갈등만 증폭시킨 채 지방의회 스스로 위상을 추락시켰다는 비판을 면치 못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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