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천시가 지난 93년 의림지 일대에 설치한 오·폐수 처리용 차집관로 일부 구간이 설계 및 관리 소홀로 파손돼 수천 톤의 의림지 물이 하수 처리장으로 유입됨으로써 남한강 수질을 훼손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논란이 예상된다.
본지 취재 결과 제천시는 지난 2001년 5∼6월경 총예산 1억 2500만원을 들여 ‘의림지구 수리시설 개보수 사업 수원공 석축공사’를 실시하면서 의림지 연못 속에 매설된 오·폐수 차집관 일부를 훼손해 의림지 물이 차집관로로 역류하는 바람에 의림지의 맑은 물이 하수종말처리장으로 흘러 들어가는 보기 드문 장면이 연출됐다.
이때문에 기준치를 훨씬 밑도는 의림지의 맑은 물이 차집관로에 유입돼 하수처리 시스템에 결정적인 오류를 발생시킴으로써 뒤죽박죽이 된 오폐수가 정상적인 정화 처리 과정을 거치지 않은 채 그대로 남한강으로 흘러들어가는 아찔한 환경 재난 사태가 발생했다.
사건 발생 직후 제천시가 응급 복구작업을 통해 파손된 차집관로를 원상 회복시켜 문제가 더이상 확대되지는 않았지만, 차집관로 공사 당시 매립관을 의림지변 지하가 아닌 의림지 연못 수중에 설치함으로써 하수관로의 정상적인 관리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해졌다는 점에서 유사한 사건의 재발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지적이다.
93년 제천시가 총예산 7억 2500만원을 들여 시공한 오폐수 차집관로는 의림지 상류에서 현대병원 앞까지 3.8㎞ 구간에 이른다. 이 중 약 300m 구간이 의림지 수중을 관통하고 있다.
당시 문제의 수중 구간과 관련해 시민들은 시공 이후에 발생할 관리상의 어려움과 함께 의림지의 각종 공사시에 차집관로 파손의 위험 등을 우려해 수중 대신에 인근 도로 지하에 매설할 것을 강력히 요구했다.
즉, 관로를 수중에 설치할 경우 의림지 물을 없애거나, 수중 작업을 하지 않는 한 관로의 수리나 다른 공사 등이 쉽지 않기 때문에 재고를 요구했던 것.
그러나, 제천시는 이 같은 주민들의 요구를 묵살한 채 계획대로 공사를 강행해 거센 반발을 사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주민들의 우려는 시공 8년 만에 현실로 드러난 셈이다.
제천시 환경사업소에 따르면 하수종말처리장의 경우 큰비나 장마시에는 일반 오폐수량의 수백 배를 능가하는 빗물이 차집관로로 흘러들어가기 때문에 하수는 일반적인 정화 처리과정이 생략된 채 그대로 하천에 방류된다.
이 때문에 지난해 의림지 물의 하수관로 역류시에도 처리균에 의한 정상적인 정화 과정을 거치지 않은 상태에서 연못물과 오폐수가 그대로 남한강에 흘러들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시 환경사업소 관계자는 “현재 시 환경사업소가 처리하는 유입 오폐수의 오염도는 생물학적산소요구량(BOD) 기준으로 130ppm에 이르며, 하수종말처리장의 설계 기준은 150ppm”이라며 “이러한 오폐수를 처리하기 위해서는 오니균이 정화를 시켜야 하는데, 여기에 맑은물의 의림지 물 수천 톤이 유입될 경우 정화처리를 담당하는 균이 배양이 안되고 소멸되어 정상적인 정화 과정을 거칠 수 없다고”말했다.
이와 관련해 주민들은 앞으로도 이와 유사한 사태가 재발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의림지 구간에 수중 설치된 차집관로를 연못 인근 지하에 매설해 공사시 통합관리되도록 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