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에 남북여성통일대회 열기로 합의했다”

오는 9월 남과 북의 여성들이 만난다. 이재희 청주여성의 전화 회장은 지난 13∼16일까지 금강산에서 열린 6·15 남북공동선언 2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하고 돌아와 ‘남북여성통일대회’ 개최를 양측이 합의했다고 말했다. 남한대표 217명이 방북한 이 행사에 여성계에서는 여성평화회·한국여성단체연합·한국여성단체협의회·대한YWCA연합·한국여성의 전화연합 대표 및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통일연대와 민화협, 7대 종단 등 민간단체에서 이 행사를 추진했는데 미국과 일본, 중국에서도 참가했다. 남북 양측간 대화라든지 기타 통일을 향한 노력이 뜸한 상태라 이를 안타깝게 여기던중 민간차원에서 6·15 남북공동선언의 명맥을 잇고 정신을 살려나가자는 취지에서 기획한 것으로 알고 있다. 어쨌든 양측이 만나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만남 자체에 의미가 있다고 본다.” 국가적인 차원에서 남북공동선언을 진행하는 것 못지않게 민간인들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역설한 그는 이 선언을 구체화하는 사람들도 다름아닌 민간인이라고 말했다.
이번 방북의 소득은 9월 초에 남북여성이 만나기로 의견을 모은 점이다. 장소는 여러 가지 안이 나왔지만 금강산으로 잠정 결정하고 해외여성의 참여도 고려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참석자는 남북 양측에서 각각 200∼300명 정도가 될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이미 지난해부터 남북은 분야별로 행사를 열어왔고 노동계와 농민이 이를 치뤄냈다. 올해는 여성계와 청년 쪽에서 민간 행사를 연다. 이에 대해서는 앞으로 실무회담을 통해 진행되나 토론회 보다는 남북여성들이 친목을 도모할 수 있는 쪽으로 가자는 것이 중론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북한의 여성단체는 단 한 개

한가지 흥미로운 것은 남측의 협상 파트너로 리청일 북한인민회의 대의원이 나온 것이다. 우리의 국회의원 급인 리씨는 남북적십자회담 때부터 북한 대표로 참석했던 인물. 그외에는 리영희 북한여성연맹 부회장과 박영희 남북대외협력부 참사, 김형직사범대 학장, 모란봉방적공장 지배인 등이 파트너로 나왔는데 이들은 남북이 만날 때 마다 거의 빠짐없이 등장하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이 회장은 이런 부분이 실제 남과 북의 차이를 드러내는 단면이라며 “우리측에서 방북하는 인사들은 매년 달라지는데 그 곳은 일정한 사람들이 나온다는 것이 흥미로웠다. 그리고 북한여성이 도대체 남한에는 여성단체가 몇 개나 되느냐고 물어 내가 200개 정도 될 것이라고 했더니 도저히 이해가 안간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 곳은 북한여성연맹이라는 단체에 전여성이 조직돼 있으니 이상하게 받아들일 만도 한데 이럴 때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며 “북한은 3명이 이야기하는 것이나 10명이 하는 것이나 다 똑같다. 자리가 주는 권한이 정확히 정해져 있어 일종의 융통성 같은 것은 찾아볼 수 없었다”고 말했다.

탁아문제 국가에서 완벽하게 해결

그 예로 우리측 대표가 일생중 가장 기뻤던 적이 언제였느냐고 묻자 북한대표로부터 ‘북한에 핵이 없는데 미국에서 있다며 전쟁을 일으키려고 하자 김일성 수령님이 위대한 영도력으로 미국을 제압하고, 전쟁의 위기를 벗어나게 했을 때’ 라는 대답이 돌아왔다는 것. 어떤 질문에도 단정적인 표현을 삼가고 ‘나는 어떻게 생각한다’ 식의 자유의사가 없으며 ‘위대한 김정일 위원장께서’ ‘천하의 명산 금강산이’ 처럼 앞에 수식어를 붙인다는 것도 이 회장이 들려주는 재미있는 얘깃거리다.
그러나 그는 국가에서 탁아문제를 완벽하게 책임져 사회활동을 하는 여성들이 한 번도 걱정을 하지 않는 점이나 금강산 물이 바닥을 다 보여줄 정도로 투명해 어린시절 이후 처음 보는 깨끗함에 감탄사를 자아냈던 일, 금강산을 배경으로한 노천온천의 기막힌 아름다움 등은 두고두고 가슴에 남을 것이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남북문제는 그 때 그 때의 사정에 따라 급변하는데다 한총련의 방북 여부를 정부가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가 주목을 끌고 있어 앞으로 지켜봐야 하지만, 남북여성들이 서로를 이해하는 계기를 갖는 것은 통일을 앞당기는 역할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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