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교직원노동조합 충북지부(지부장 김수열)가 단체교섭 거부 및 해태등을 이유로 충북도교육청을 상대로 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노동행위구제신청을 냈다. 단체교섭을 둘러싼 부당노동행위 시비는 전국에서 처음있는 일로 교원단체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전교조충북지부는 ‘도교육청내 보수적 관료들이 신임 김천호 교육감에게 편파적 보고를 통해 사실을 왜곡시킨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이에대한 근거로 핵심쟁점에 대한 관련부서의 교육인적자원부 질의내용이 ‘사실을 윤색시켰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사태의 전말에 대해 정리해 본다.
전교조충북지부는 합법화 이후 처음으로 지난 2000년 단체교섭을 통한 단체협약을 체결했다. 당시 복수노조였던 한국교원노동조합로부터 본교섭 소위원회에 한해 위임을 받아 전교조 교섭위원들이 교섭을 진행했었다. 하지만 김영세 전 교육감 퇴진운동으로 도교육청과의 관계가 악화되면서 2001년 단체교섭은 진행시키지 못했다. 올들어 김천호교육감 체제가 출범하면서 단체교섭이 재개됐고 전교조는 한교조로부터 일부 위임을 받아 교원노조 공동교섭단을 구성하는데 합의했다.
하지만 도교육청은 한교조의 위임장을 문제삼아 지난 7일로 예정했던 교섭소위원회 개최 불가입장을 통보했다. 복수노조일 경우 한쪽에 교섭권을 일방 위임하는 것은 규정에 어긋난다는 주장이었다. 또한 교육인적자원부 질의결과 ‘교원노조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에 따르면 복수 교원노조인 한교조에서 전교조에 단체교섭권(소위 교섭권 포함)을 위임하여 실시한 단체교섭은 적법하지 않다’는 회신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지난 6월초 도교육청이 질의한 내용과 한교조의 위임형식은 큰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위임이냐, 전부 위임이냐

한교조는 공문를 통해 ‘우리 교원노조는 제1차 본교섭 소위원회에 한하여 충북도교육감과 전교조충북지부장에게 교섭관련 사항 일체를 위임하고자 한다’고 명시했다. 즉 ‘제1차 본교섭 소위원회에 한해’로 제한해, 부분 위임임을 확인한 것이다. 그러나 도교육청의 질의내용은 ‘본교섭 소위의 단체교섭을 함에 있어 한교조에서 전교조에 단체교섭권 일체를 위임하여 실시한 단체교섭의 적법성 여부’를 묻는 것이었다. ‘1차에 한해’라는 일부 위임의 뜻이 ‘단체교섭권 일체의 위임’으로 전부 위임인 것 처럼 왜곡됐다는 것이 전교조측의 주장이다.
전교조측은 “이미 지난 2000년도 단체교섭 당시에 한교조의 일부 위임으로 교섭을 진행시킨 전례가 있다. 다른 지역에서도 한교조의 일부 위임으로 단체교섭을 하는 곳이 많다. 유독 충북도교육청만 전례를 무시하고 법규만 내세워 제동을 거는지 이해할 수 없다. 실무부서에서 단체교섭 의지가 없다고 여길 수밖에 없다”고 반박했다.
결국 도교육청은 한교조측의 교섭위원이 공동교섭단에 참여해야만 교섭소위원회를 개최할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했고 전교조는 단체교섭 거부 및 해태등의 이유로 지난 21일 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서를 접수시켰다. 이에대해 한교조측은 “분회, 지회가 구성되지 못한 지역에서는 교섭의 원만한 진행을 위해 전교조에 부분 위임하고 있다. 예년에도 그랬고 강원도, 제주도도 똑같은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다. 그런데 충북도교육청에서 처음으로 문제삼고 나선 것이다. 우리도 조합원 가운데 희망자가 있다면 교섭위원으로 내세우고 싶지만 희망자가 없는 상황에서 어쩌란 말인가. 사안에 따라 부분 위임하는 것이며 본교섭에는 우리쪽에서도 필히 참석해왔다”고 말했다.

강원, 제주도 부분위임 인정

한교조의 경우 도내에 지부, 분회조직이 없이 개별적인 조합원 수가 35명(회비납부)∼210명(등록현황)선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교조충북지부는 조합원 수가 3100명에 달해 조직 규모면에서 큰 차를 나타내고 있다. 하지만 복수노조라는 이유로 공동교섭단의 일원으로 단체교섭에 참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결국 한교조는 실질적으로 도내에서 교섭위원을 낼 수 없는 상황이다. 또한 현실적으로 양대 교원노조는 여러 지역에서 교섭권 일부 위임에 합의해 교섭을 진행시켜 왔다. 그런데 하필 충북도교육청이 법규정을 내세워 교섭진행을 거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교조충북지부 관계자는 “신임 김교육감의 뜻이라기 보다 관련부서에서 편향된 정보를 올리면서 비롯된 것으로 알고 있다. 보수적인 관료조직이 김교육감의 개혁드라이브에 미리 제동을 걸어두기 위해 교묘한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고 판단한다. 교섭권 위임문제로 수차례 비서실에 연락하고 메모도 남겼지만 연결시켜 주지를 않았다. 결국 중대한 교육현안이 표류하는 상황에서 도교육감 면담 한번 하지 못한 것이다. 일부 인맥이 인의 장막을 치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한교조 1명 위해 노사갈등 불러

이에대해 도교육청 관계자는 “2000년도엔 실무협의 수준의 논의에서 한교조의 위임을 받은 것이지 단체교섭이 진행된 것은 아니었다. 노동위원회, 교육인적자원부, 법률전문가의 질의·자문을 통해 적법성에 대한 확실한 판단을 구한 것이다. 더구나 6개월전에 이러한 법리적 문제를 들어 한교조 교섭참여에 대해 전교조충북지부에 통보했었다. 강원도교육청은 법규상의 문제점을 미리 파악하지 못했다며 업무착오를 인정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금이라도 노노간에 합의해 한교조 교섭위원을 단 1명이라도 포함시킨다면 단체교섭을 재개할 수 있다. 충남의 경우 한교조 지부가 없지만 조합원 교사 1명이 교섭위원으로 들어온 선례가 있다. 김교육감님도 원칙대로 법대로 처리하도록 방침을 정하셨고 보고내용 가운데 과장, 왜곡된 부분은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교원노조법에 따르면 ‘양 노조가 교섭개시 예정일 전까지 교섭위원을 선임하지 못하는 때에는 노동조합의 조합원 수에 비례하여 교섭위원을 선임한다’고 정해두었다. 따라서 도내 양대 노조가 설사 합의에 이르지 못하더라도 교섭위원수는 최소한 전교조 10 대 한교조 1 비율로 정할 수밖에 없다. 결국 교섭위원 10명 가운데 한교조는 최대 1명 정도만 참여가 가능하다. 과연 그 1명의 적법성을 지키기 위해 도교육청은 교섭관행을 접어둔 채 분분한 법리논쟁을 택한 것일까?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