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개설된 전국공무원노조 충북지역본부 인터넷 홈페이지에 공직사회에 대한 냉정한 비판글이 연속적으로 올라 네티즌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25일자로 조회수 17만5천건을 돌파했고 최근 진천공무원직장협의회의 기자실 폐쇄사건에 대한 동영상까지 제공하면서 폭발적인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 또한 각 관공서에 정보사찰 목적의 경찰관을 출입금지시키도록 하는 긴급지침을 타전, 일선 공무원들의 지지를 얻기도 했다.
특히 지난 21일자 자유게시판에 ‘자모도리’란 ID명으로 올린 ‘이것부터 바꿔어라’라는 글은 신임 한대수시장의 취임을 앞두고 시청내에 잔잔한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일부 내용을 발췌보도하면서 실상에 대한 취재를 곁들여본다. 청주시청 소속 공무원으로 추정되는 ‘자모도리’씨는 5가지의 문제점을 제시했다. 첫째, 상급간부에 대한 식사당번제를 폐지해 달라는 요구였다. 인용하면 ‘식사당번을 정하는 서무들도 애로사항이 많지만 간부들은 돈도 많이 받는데 왜 하위직들이 식사대접을 해주어야 하고 저녁에 술도 사야하는지 모르겠으며, 하위직원들도 인간인데 윗사람의 입맛에 맞추어 먹기싫은 음식을 먹어야 합니까?’라는 내용으로 ‘퇴근 눈치보기’ 관행에서 비롯된 폐습으로 풀이된다. 부서장의 점심 챙기기와 저녁약속을 하급직원들이 돌아가며 떠맡는 관행이 일부 부서에 남아있다는 지적이다.
둘째, 상급간부들의 업무추진비에 대한 사용내역을 직원들에게 공개하고 확인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요구였다. 인용하면 ‘업무추진비는 예산인데 개인돈으로 생각하고 현금을 요구하고, 카드로는 친인척·친구들의 접대비용으로 사용을 못하도록 사용내역을 공개해 확인가능토록 조치하여 탈법적 예산집행을 원천적으로 봉쇄해야 한다’는 내용으로 경조사비·격려금등의 용도로 현금이 필요한 상황에서 거래 식당 등에서 허위매출을 달고 수수료를 뗀 현금을 받아 사용하는 경우다. 사적용도의 사용유무에 대한 내부적인 감시장치를 요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셋째, 회의보고자료, 의회답변서등의 대서, 대독을 금지해 달라는 것이다. 인터넷 글 내용은 ‘모든 보고자료를 과 서무나 국 서무가 작성해 주면 국과장은 읽고(대독) 있으며 의회 답변자료도 답변할 간부들은 모른체하고 직원들이 작성해준 답변서만 읽고 있는데 모든 보고자료나 답변자료는 본인들이 작성하도록 조치하여 달라’는 것이다. 특히 일부 국과장은 보고자료의 서체, 오자 등 형식적 부분을 문제삼아 닥달하는등 직원들에게 엄청난 스트레스를 주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정확한 업무파악을 위해 담당 국과장이 실무자에게 간추린 내용만 받아 직접 보고서를 작성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넷째, 근무평정은 평가자가 직접 작성토록 조치해야 한다는 것이다. 근무성적이나 성과급 평정에 있어서 일부 과장들이 주무계장 등에게 떠넘기는 사례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해당 과장은 심적부담을 덜지 모르지만 공정한 인사평가라는 점에서 분명 시정돼야할 부분이다.
다섯째, 행정자치부 일하는 방법개선 지침을 실질적으로 실행토록 해달라는 주장이다. 인용하면 ‘일하는 방법 개선지침에 의하면 관습적인 회의를 폐지하고 업무중심으로 회의를 하도록 되어있으나 지침을 위반하여 관습적인 회의가 계속되고 있으며 결재도 3단계 결재를 시행토록 되어있으나 과장이나 팀장들이 기안하도록 되어있는 서류들을 직원들이 대신 기안하고 있으니 지침대로 이행토록 조치해 달라’는 것이다.
여섯째, 행정자치부 인사위원회 인사지침을 이행토록 해달라는 주문이다. 인용하면 ‘왜, 직원들에게 불리한 지침은 시행하면서 직원들에게 유리한 인사지침은 시행하지 않아도 꿀먹은 벙어리 마냥 입을 다물고 있는가’고 지적하고 공무원노조에 시행을 촉구토록 요구했다. 이밖에 불우이웃돕기나 국군장병 위문금 등 직원들의 호주머니를 터는 시책도 중지해달라는 내용을 덧붙였다.
‘자모도리’의 글에 대해 청주시 A계장은 “대체로 조직내의 잘못된 관행을 잘 짚은 내용이다. 제기된 문제들은 책임자의 의지여하에 따라 즉시 개선이 가능할 것으로 생각한다. 새 시장 취임을 앞두고 하위직 직원들의 이같은 여론이 제대로 수렴됐으면 한다. 우리 행정조직은 사무관급 이상의 조로현상이 고질적인 문제점이다. 윗물이 바뀌면 아랫물은 당연히 바뀌는 것 아니겠는가?”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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