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감자, 삼키기 보다는 피해가기
진정한 주민 뜻은 무엇인지 실체적 접근 필요

청주·청원 통합을 둘러싼 청주시와 청원군의 밀고 당기기가 이어지고 있다. 청주시는 한대수시장이 임기 안에 모든 것을 버리고 통합에 ‘올인’하겠다고 선언한데 이어 청주광역권개발사업팀을 신설하고 팀장을 공모한 상태다.

이에 반해 청원군은 ‘군민의 혜택은 줄고 채무는 늘어나는 등 청원군에는 이득될 것이 없다’며 통합 반대론을 내세우고 있다.

그래도 두 시·군의 주장에 공통분모가 있다면 ‘주민들의 뜻에 따라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주장은 구호에 그칠 뿐 정말 주민의 뜻이 무엇인지에 대한 실체적 접근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충청북도도 민선시대임을 내세워 적극적인 중재역할은 뒤로 미룬채 관망하는 자세로 이 문제를 지켜보고 있다.

결국 ‘통합인가, 현상유지인갗를 쟁점화하는 것은 두 시·군의 단체장들의 의지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1년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의 결과는 청주·청원 통합문제의 향배를 점쳐볼 수 있는 가늠자가 될 전망이다.

청원군수 출마가 유력시되는 입지자들을 대상으로 출마여부와 시·군통합에 대한 견해를 들어봤다.

오효진군수, 궁극적으로는 자체 시 승격
오효진 현 군수(63)는 가장 원칙적인 통합반대론자다. 통합을 해봤자 손해볼 것만 있고 아무런 득이 없다는 것이다. 주민 1명당 예산이 청주시의 2.5배에 이르는데 굳이 통합을 해서 채무액만 늘릴 필요는 없다는 주장이다.

특히 청원군 재정의 14.9%에 이르는 농업예산이 통합되면 한 자리 수로 줄어드는데다 농지 잠식과 혐오시설 유입 등도 부작용으로 지적하고 있다.

오효진 군수가 궁극적으로 바라는 것은 자체 시 승격이다. 도농복합형태의 자체 시로 승격되면 행정기구가 확대되고 공무원 수도 늘어 행정서비스도 향상된다는 것이다. 이에 반해 청주시가 주장하는 광역도시계획은 굳이 합치지 않아도 충분히 구현할 수 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2차례나 국회의원 선거에서 석패해 ‘비운의 정치인’으로 불리던 오 군수는 지난 지방선거를 통해 화려하게 재기했다. 그래서 군수 재출마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 다만 현재의 자민련 당적을 유지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JP의 정계은퇴 이후 심대평 충남지사의 탈당 등으로 충청권 신당이 구체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충청권 신당을 염두에 둔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아직 1년여가 남아있지만 선거가 임박하면 이른바 ‘모셔가기’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군수도전 공론화 변장섭의장, 통합에 눈길
군수 도전을 공론화하고 있는 변장섭(50) 청원군의회 의장은 출마가 예상되는 인물 가운데 통합론에 가장 가까운 편이다. 그러나 통합론에 눈길만 주고 있을 뿐 완전히 고개를 돌린 것은 아니다.

의장의 입장으로 말하자면 “주민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야 하고 의회 내부에서도 주장이 엇갈린다”는 것이다. 그러나 내수토박이의 입장에서 말하자면 “내수 주민 2만4000명 가운데 3분의 2에 이르는 아파트단지 주민들이 대부분 통합을 바란다”는 것이어서 심정적 통합론자로 분류된다. 내수를 중심으로 청원참여자치연대가 발족한 것도 이 같은 지역정서가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한나라당 당적으로 군의원에 당선된 뒤 우여곡절 끝에 열린우리당으로 당적을 옮긴 변 의장은 지난해 총선 당시 변재일의원을 지근거리에서 돕고 고액의 후원금도 납부하는 등 당내 기여도를 높여가며 일단은 경선을 향해 내달리고 있다.

조방형의원, 광역시 규모에서나 고려할 일
‘군수 출마에 뜻을 두고있냐’는 질문에 대해 ‘준비는 하고 있다’고 밝힌 열린우리당 당적의 청원군의회 조방형의원은 “청주·청원 통합은 시기상조”라며 “적어도 두 시·군의 통합은 인구 100만명의 광역시 규모가 될 때 시너지가 발휘될 것”이라고 밝혔다.

조의원은 2003년 괴산군에서 분리한 증평군을 예로 들며 “인구가 3만명에 불과한 증평이 괴산군에 독립 자치단체로 분리되면서 예산이 늘어난 것만 보더라도 무조건 통합이 능사라는 논리는 모순”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청원군 강내가 고향인 조방형의원이 이처럼 통합에 대해 부정적인 것은 지역구의 정서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는 분석이다. 청주권 광역쓰레기매립장을 건립하면서 인근 청주시 강서동 주민들과 차별 대우를 받았다는 ‘청원군 소외여론’이 이 지역에 팽배해 있기 때문이다.

결국 도농통합으로 말미암아 농촌지역에는 각종 혐오시설이 집중될 것이라는 부정적인 인식을 해소하지 않고서는 통합으로 가는 길은 멀 수밖에 없다.

김재욱 도 자치행정국장은 ‘통합 회의론’
김재욱(59) 충청북도 자치행정국장도 청원군수 출마가 유력시 되는 인물이다.
아직 공직에 몸을 담고 있어 본인의 의사를 정확히 확인할 수는 없지만 한나라당 등에서 눈독을 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인구가 많은 오창 출신인데다, 청원 부군수, 증평출장소장 등 풍부한 경력이 안정감을 준다는 평가다.

김재욱 국장은 통합에 있어서 ‘회의론’을 펴는 경우다. 통합의 당위성을 떠나 ‘땅 1평도 서로 내주지 않는 민선시대에 통합이 가능하겠냐’는 것이다. 실제로 김국장은 3월16일 열린 도의회 도정질문에 답변자로 나서 “어차피 결정은 주민들이 하는 것이지만 민선 3기가 진행된 상황에서 두 자치단체를 하나로 합치는 것은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밝힌 바 있다.

공론화, 누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까
이밖에도 청원군수 출마자로 거론되는 사람은 미원 출신의 이양희(60) 전 도농업기술원장과 청주 출신이지만 미원에서 약국을 운영하고 있는 김용명(54) 충청북도약사회장, 낭성 출신의 김병국(54) 전 청원군의원, 오창 출신의 박노철(57) 전 도의원 등이 있다.

이 가운데 이양희 전 농업기술원장, 김용명 약사회장 등도 통합에 대해 조심스러운 입장을 밝히고 있다.
김용명 약사회장은 “지역에 따라 의견이 다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정확한 의견 수렴 절차와 충분한 공감이 이뤄진 다음에 통합을 논해야 할 것으로 본다”는 신중론을 펼쳤다.

결국 현역 군수를 포함해 청원군수 입지자들은 통합 반대나 시기상조론, 신중론 등으로 다소 차이를 보이고 있지만, 결국은 ‘피해가기’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이는 섣불리 자기 주장을 밝혀봤자 유리할 게 없다는 계산에 따른 것으로 풀이돼, 자칫 쟁점없는 선거가 소신없는 행정으로 이어질 우려를 낳고 있다. 이에 따라 주민들의 이해와 요구를 분출시키기 위해서라도 활발한 찬반 토론 등 공론화의 과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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