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정책위의장 네 번째 무산
친 이인제계 비주류 집단행동 주목

24일의 민주당 당직개편이 또 한번 홍재형의원을 열받게 했다. 정책위 의장으로 거론됐지만 무산된 것이다. 벌써 네번째다. DJ정권 출범 이후 홍의원은 당직 개편이 있을 때마다 정책위 의장감으로 줄곧 천거됐다. 이번에는 당내 옹립의 분위가 예전같지 않았지만 추미애의원 등이 강력 밀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 홍의원은 초선이지만 그의 화려한 공직경력 때문에 한번쯤은 중책을 맡을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이번 당직개편은 지금이 정권말기인데다 얼마전 홍의원이 중앙당의 충북홀대에 맞서 탈당 시위를 벌여던 터라 홍의원의 입장에선 오히려 더 호기였던 측면도 있다. 그를 잘 아는 한 관계자는 “홍의원은 성격상 본인이 직접 나서서 무슨 직책을 맡겠다고는 절대 말하지 않는다. 그래도 당직개편이 있을 때마다 기대를 가졌다. 네번씩이나 이름만 오르다가 무산된 것은 너무 지나치다. 아마 전례가 없을 것이다. 표현은 안 하지만 기분은 되게 나쁠 것이다”고 말했다.

홍의원을 비롯한 비주류 집단행동?

사실 당의 중책을 맡는 것은 홍의원이 꼭 해결해야 할 과제일 수도 있다. 본인의 재선을 위해서도 그렇고, 과거 공직경력과 해박한 식견을 정치에 접목시키기 위해서도 그렇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은 관료로서 누린 위상에 걸맞지 않게 중앙당의 주변인으로 맴돌고 있는 홍의원의 입지를 아쉬워한다. 민주당의 핵심 관계자는 “물론 현재 도지부장을 맡고 있지만 솔직히 말해 당내의 발언권은 평범한 수준이다. 만약 홍의원이 당의 중책을 겸한다면 그의 의정활동, 예를 들어 정책제시라든가 법안 창출 및 심의 등이 비약적으로 수직상승할 수 있다. 홍의원 뿐만 아니라 이번에 친 이인제계로 분류되는 충청권 의원들이 배제됐다는 점에서 정략적이라는 의심을 떨쳐 버릴 수 없다”고 밝혔다. 아닌게 아니라 이미 언론에선 충청 중부권을 아우르는 친 이인제계 비주류 의원들의 집단행동 가능성을 예고하고 있다. 월드컵이 끝나면 이에 따른 움직임이 가시화될 것이라는 추측 기사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당장의 행동은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현재로선 이들의 거취는 향후 전개될 정계개편과 맞물릴 공산이 크다.
계속되는 홍의원의 정책위의장 좌절을 놓고 정가에선 두가지 이유를 든다. 지역적인 소외와 홍의원 개인의 정치력 부재다. 중앙당이 노무현체제로 재편되는 상황에서 지난 대선 후보 경선시 이인제쪽에 줄을 섰던 충청권 의원들은 어차피 서자(庶子)로 전락할 수 밖에 없다는 현실적 이유가 첫 번째 요인이다. 지방선거를 코앞에 둔 시점에서 탈당 불사의 배수진을 친 홍의원이 당시 가장 문제삼았던 것이다. 실제로 중앙당의 충북지원은 극히 미미했다.
당의 한 관계자는 “지난 대선후보 경선 때 도지부장인 홍의원한테 푸대접을 받은 노무현의 입장에선 서운한 감정이 아직도 앙금으로 남아 있겠지만 지방선거 당시 충북이 다소 소외됐던 건 사실이다. 물론 도지사후보도 못낸 원천적인 취약지라는 족쇄 때문이라 하더라도 좀 그랬던 것같다”고 말했다.

“아직 순진한 정치인”

홍의원의 정치력 부재를 탓하는 여론도 만만치 않다. 이와 관련해선 우선 국회의원으로서 열심히 일하는 것과 정치인으로서 ‘힘’을 발휘하는 것은 별개라는 주장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홍의원이 정치적인 인물이 아닌 것은 분명하지만 그의 행동은 다소 어설픈 데가 있다. 대선 후보 경선 때 노무현의 방문을 기피한 것이나 지역 책임자가 선거를 볼모로 탈당 파문을 일으킨 것들이 그렇다. 정치인이 정치적 흐름을 간파하지 못하면 당연히 부자연스럽다. 탈당 파문을 일으켰을 때도 그렇다. 일단 사태를 수습했으면 도지부장으로서 선거판을 누비면 그만이다. 무슨 충북 제몫찾기 운동이니, 충북 제 목소리내기니 하는 말들은 오히려 집권당의 발목을 잡은 꼴이지 않았는가. 설령 이러한 뜻이 있었다 하더라도 선거가 끝난 후 입에 올렸어야 했다. 가혹하게 말하면 순진하다는 생각을 떨쳐 버릴 수 없다. 이러고서야 항상 당하는게 당연하지(?) 않은가.” 이런 지적을 한 민주당 관계자는 “홍의원은 아직 고유의 ‘색깔’보다는 과거 ‘이미지’로서만 비쳐지고 있다”고 일침을 가했다.
/ 한덕현 기자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