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충북지방경찰청앞에서 하이닉스&매그나칩 하청노조 가족대책위원회 발족이이 열렸다. 110일이 넘는 장기간 노사분규에 경찰 강경진압에 따른 노조원 부상자까지 발생하자 가족들이 팔을 걷고 나선 것이다.

   
이날 발족식에 참여한 하청노조 조합원 가족 30여명은 '성명서' '호소문'을 배포하며 지역 주민들의 '연대와 지지'를 요청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나의 남편은 IMF 외환위기 당시 하이닉스를 정상화시키기 위해 고통분담 차원에서 법적 최저임금으로 주야 2교대 근무를 했고, 하이닉스는 지난해 설립 이래 2조원이라는 사상 최대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워크아웃을 조기졸업했다"며 "회사가 정상화된 만큼 하청노동자들도 지난해 10월 노동조합을 결성해 정규직의 43%에 불과한 임금과 열악한 근무조건을 개선시키고자 했지만, 노조설립을 이유로 사측은 직장폐쇄를 통해 이들을 길거리로 내몰았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남편은 올해초부터 천막농성, 집회, 가두시위, 교섭, 노동부 부당노동행위 진정 등 갖은 노력을 했지만, 3개월째 사측은 어떤 대답도 내놓지 않고 있다. 더구나 지난 1일 정문 앞 집회에서 경찰병력에 의해 조합원은 물론, 함께 참여한 가족들은 몽둥이세례를 받아야만 했다"며 가족대책위 발족배경을 설명했다.

아울러 장기간 실직에 따른 생활고에 대해 "3개월 싸움이 진행되는 동안 수입은 없었다. 마이너스통장도 바닥나고, 세금마저 밀리고 있다. 아이들 유치원, 학원 보낼 돈도, 준비물 사줄 돈도 다 떨어졌다. 돈을 빌리러 친척을 만나는 것도 더 이상 염치없다. 가족의 생존을 유지할 권리를 박탈당한 것"이라며 고통을 하소연했다.

이들은 "이제 집에서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다. 아무런 죄 없는 가족들까지 고통스러워해야 하며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들까지 세상에서 등 돌리게 할 수 없다"며 "잃어버린 일자리를 다시금 되찾을 수 있도록 연대와 지지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한편 이날 저녁 7시 하청노조와 가족대책위는 청주 성안길 철당간에서 하이닉스&매그나칩 시민단체 공대위가 주최하는 '일터 되찾기' 청주시민 촛불 문화제에 참석했다. 이들은 지난 2월부터 매주 금요일 저녁 7시 같은 장소에서 정기적인 촛불 문화제를 열고 있다.

한편 지역 노동계에서는 "사실상의 노무관리 권한을 갖고 있다고 판단되는 원청업체 하이닉스가 대화를 기피하는 상황에서 어떠한 결과물도 기대하기 힘들다. 어차피 양측의 직접 대화가 힘들다면, 지역의 공정한 언론·사회단체에서 공개토론회와 같은 대화의 장을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 할 것이다. 최근의 집회 폭력사태 등 더이상 방치해 둘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는 점을 먼저 인식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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