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수산 정방사 법당 마루에 걸려있는 「정방사 창건연대기」는 1954년에 혜봉스님이 지은 것인데 이에 의하면 662년(신라, 문무왕 2년)에 의상대사가 창건하였다고 전한다. 1969년에 발간된 『제천군지』에도 662년 창건설이 언급되어 있다. 하지만 이 시기는 의상이 중국에 건너가 화엄학을 공부하던 시기이므로 662년에 정방사를 창건했다는 창건설에는 의문이 있다. 하지만 의상이 창건한 절집들의 공통적인 특징이 물이 귀한 깊은 산에 절을 지었다거나, 또는 관음신앙과의 밀접한 관련 등이 정방사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것으로 보아 연대의 차이는 있지만 의상스님이 창건했다는 자체는 부정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현재 정방사 경내에는 법당, 칠성각, 유운당, 석조관음보살입상, 석조지장보살, 마애지장보살입상, 산신각, 종각 등이 있다. 관세음보살좌상을 주존으로 봉안한 법당은 팔작지붕에 앞면 6칸, 옆면 2칸의 규모로서 암벽에 거의 붙여서 지었다. 건축연대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지붕에 얹힌 기와의 명문을 통해 1838년에 중수되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주존불인 관음보살의 크기는 높이 60㎝, 어깨너비 30㎝로 연대는 알 수 없다.
관음보살상은 목조로 조성되어 법당 주존불로 봉안되어 있었는데, 몇 해 전 개금불사 때 복장물이 나와 절의 역사를 밝히는데 많은 도움을 주었다. 복장물로는 관음상 봉안시 발원문을 비롯 『대불정수능엄신주』와 범어로 된 다라니경이 있었다. 그러나 발견 당시 이 지본들이 순서 없이 구겨진 채로 있었던 데다가 다른 복장물이 없던 것으로 보아서 나머지 복장물은 이미 도난된 것으로 추정되었다. 『대불정수능엄신주』는 제천시 한수면 월광사지에서 발견된 남한지역에서는 하나밖에 없는 대불정수다라니석비와 똑같은 범자로 쓰여진 목판본으로 크기는 20×40㎝이다. ‘대불정수’는 부처님의 정수리를 뜻하는 말로 아주 신통력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능엄신주’는 불가에서 이를 외우거나 베껴쓰기를 많이 하면 큰 영험이 있다 하여 예로부터 많이 해오는 기도의 한 방법이다. 발원문은 1688년(조선, 숙종15년)에 작성된 것인데, 바로 이 해에 관음보살좌상을 봉안한 것으로 추정된다. 불화로는 후불탱화와 신중탱화가 있다.
후불탱화는 1928년에 금어 관하종인 스님이 광목 바탕에 그린 것으로서 크기는 가로 155㎝, 세로 123㎝로 된 채색화이다. 그림 중앙에 석가여래상을 비롯한 삼존불이 있고, 뒤로는 성자의 무리들이 있다. 이 불화를 그린 금어 관하종인 스님은 1901년(대한제국, 광무 5년) 순천 선암사에서 조성한 약사여래도의 편수로 참여한 분이기도 하다.
신중탱화는 법당 마루에 걸려 있는데, 조성연도 및 금어 등은 후불탱화와 같다. 크기는 가로 102㎝, 세로 121㎝로 역시 채색화이다. 그림 중앙에 동진보살이 크게 그려져 있고 그 앞에는 6명의 신장이 서 있으며 성자의 무리들이 있다. 신중탱화는 대승불교가 발달하면서 인도 재래의 토속신뿐만이 아니라 전파되는 지역의 토속신들까지 불교신앙으로 포용하여 불법수호신으로 묘사한 것이다. 따라서 신중탱화의 이해와 파악은 곧 그 지역 토속신앙의 이해이며 한국 신중탱화의 이해는 곧 한국 토속신앙과의 교섭에 대한 이해이기도 하다. 외부 처마 밑에는 ‘정방사’ 편액이 있는데 석종 안종원(1874∼1951)의 글씨다. 또한 4폭의 주련은 법당이 중수된 1825년 무렵의 작품으로 추정되지만 작자는 알 수 없다.
산신각은 석조관음보살입상 왼쪽 절벽 밑에 있는데 맞배지붕에 사방 한 칸의 규모로서 1988년에 석구 스님이 새로 지었다. 소나무와 숲에 가려 언뜻 스쳐버리기가 쉽다. 안에는 1954년에 조성된 가로 141㎝, 세로124㎝ 크기의 탱화 한 점이 봉안되어 있는데, 산신이 호랑이와 동자를 거느리고 있으며 산신 앞에는 서책과 필묵이 묘사되어 있다. 요사채 겸 객사로 사용되고 있는 유운당(留雲堂)은 팔작지붕에 앞면 3칸, 옆면 2칸의 건물이다.
처마 아래에 유운당 편액이 있는데 1913년 무렵에는 석수당으로 부르기도 했으며, 기둥에 있는 주련의 내용은 선시인데, 글씨는 중국 송의 유명한 서화가 미불의 글씨를 복각한 것이다. 네 번째 주련 하단 왼쪽에는 ‘미불(米版)’이라는 관지(款識)가 있다. 주련의 내용과 그 의역은 다음과 같다. 山中何所有(산중하소유) 嶺上多白雲(영상다백운) 只可自治悅(지가자치열) 不堪持贈君(불감지증군)산중에 무엇이 있을까 고개 위에 머물러 있는 흰구름 같은 것 그러나 나 홀로 즐길 수 있을 뿐 님에게까지 바칠 수가 없구나 얼마나 높이 절이 매달려 있으면 구름이 머무는 곳이란 의미의 유운당이라 이름지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멀리 백두대간과 월악산 영봉까지 백여리가 넘게 확 트인 시야, 미인의 눈썹처럼 아스라하게 겹쳐진 능선들, 발 아래로 휘어져 흘러가는 남한강이 비단처럼 펼쳐진 정방사 노송 밑에서 바라다 보는 석양, 어스름이 깔리며 석양에 금빛으로 피어나는 산봉우리들을 보고 있노라면 거기가 바로 불국정토다.
정방사 가는 길은 충주에서 단양으로 가는 36번 도로를 따라가다 수산 삼거리에서 청풍, 제천 방향으로 좌회전 하여 597번 도로를 탄다. 청풍과 문화재단지를 지나 청풍교를 지나 상천 방향으로 655번 도로를 탄다. 도화동 도화교를 지나고 능강콘도미니엄을 지나 능강교를 지나면 왼쪽으로 얼음골과 정방사로 가는 이정표가 있다. 도로 입구에서 산길로 2㎞ 가량 차로 겨우겨우 절 아래까지 닿을 수 있다. 특히 4월초순에서 8월초까지 얼음이 얼었다가 처서를 전후해 얼음이 녹는다는 얼음골은 금수산 7부능선에 있는데 천여평방미터의 돌밭, 돌무더기에서 20~40㎝ 가량 들추면 밤톨만한 얼음덩어리가 쏟아지는 곳으로 유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