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에 적신호가 들어왔다. 심각한 위기의식마저 든다. 이번 선거의 투표율은 1995년 지방선거(68.4%)나 98년 지방선거(52.7%)에도 훨씬 못미치는 48.9%로 사상 최저다. 이번 선거의 낮은 투표율을 두고 언론이나 선관위 등에서 내놓는 분석결과는 월드컵 열기, 대통령 아들들의 비리와 여야간의 끊임없는 정쟁, 더욱 극렬해진 비방폭로로 얼룩진 네거티브 선거운동, 대선 전초전, 지역할거주의 등이다. 결정적으로는 가뜩이나 낮는 선거 관심을 당리당략에만 이용하려 했던 정당들의 작태가 정치혐오의 팽배를 불러온 것이다. 월드컵 열풍으로 선거에 대한 관심이 떨어진 것만은 사실이지만, 월드컵이 낮은 투표율의 결정적 원인은 아니다. 과연 월드컵이 열리지 않았다면 높은 투표율을 보였겠는가. 그렇지 않다. 90년대 후반부터 나타난 일반적인 정치불신과 선거 무관심 현상의 심화, 특히 20-30대 젊은층 유권자의 낮은 투표참여율을 거론할 수밖에 없다.
낮은 투표율은 당선된 단체장과 의원들의 정당성을 실추시켰다. 총선이나 대선과는 달리 우리네 삶에 가장 밀접한 지방일꾼을 뽑는 지방선거임에도 유권자들의 참여는 냉소적이었다. 청주시의 투표율은 전국 평균 48.9%에도 못 미치는 44.7%. 당선된 후보가 얻은 표는 이중 38.6%인 70,970명. 총 유권자수인 41만명중에 7만명이 지지를 한 셈이고, 전체 시민의 5분의 1에도 못미치는 17%의 지지를 얻은 것이다. 17%의 지지를 얻은 당선자가 정당성을 인정받을지 의문이다. 이런 경향은 도시지역일수록 짙게 나타난다.
보수세력은 젊은층의 선거참여를 원치않는다. 이번 선거에서도 각 당의 정세분석에 있어 저조한 투표율의 일등공신인 젊은층의 투표참여를 놓고 각 당마다 유·불리를 점치고 희비가 엇갈렸다. 심지어 투표율이 40%대일경우에는 한나라당이, 50%이상일 경우에는 민주당이 유리할 것이라는 분석은 예상을 빗겨나가지 않았다. 결국 한나라당의 압승으로 충북지역 지방선거는 결론지워 졌다. 이런 현상은 비록 보수적 성향이 짙은 특정정당에만 나타나는 게 아니었다. 어느 정당소속이건 무소속이건 보수적 성향이 강한 후보들에게 집토끼라고 얘기하는 지지표(고정표)가 그대로 위력을 발휘하면서 보다 개혁적이고 진보적인 성향의 후보들은 고배를 마셨다. 비약일지는 몰라도 결국 젊은층조차 원치않던 보수세력의 승리는 젊은층이 만들어 준 것이다.
도내 20개단체들로 구성된 충북정치개혁연대는 정책선거, 깨끗한 선거를 내걸며 100대 정책과제를 제시하는 가하면, 단체장들의 공약을 평가하고 후보자들의 부정적 정보를 공개하고 선거자금을 감시하면서 유권자들의 올바른 선거를 도왔다. 그 외에도 대학생들의 주소이전운동과 투표참여 캠페인이 이어졌고, ‘찍고 놀자’ 혹은 ‘찍고 보자’ ‘월드컵은 한달, 지방선거는 4년’이라는 구호를 내걸면서까지 유권자들의 투표참여를 호소해 왔다. 그러나, 한계를 돌파하지 못했다. 충북정치개혁연대의 주된 활동무대였던 청주시에서 가장 낮은 투표율을 보였다는 것은 이를 뒷받침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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