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의 염원’을 가슴에 새긴 2005 금강산 마라톤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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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의 염원’을 가슴에 새긴 2005 금강산 마라톤대회
  • 이형모 기자
  • 승인 2005.04.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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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0명 참가자, 금강산의 봄을 호흡하며 힘차게 달리기도
“충북 민초들이 통일 염원을 만방에 떨리고자

2005 금강산마라톤대회 참가자 일행 350명을 태운 6대의 버스가 쉼없이 달려 6시간만에 도착한 곳은 강원도 화진포 금강산 콘도. 현대아산측으로 부터 주의사항을 듣고 관광증을 교부받았다. 20분을 더 들어가면 남측출입국 사무소와 통일전망대가 있다.

출입국 사무소에서 간단한 수속을 마친 일행은 비무장지대로 들어가 국도 7호선을 달렸다. 부산광역시 중구에서 출발한 국도 7호선은 비무장지대를 넘어 북쪽으로 들어가 함경북도 온성군 유덕면에서 마침표를 찍는다. 작년까지만 해도 비포장에 먼지를 날리던 이 도로는 왕복 2차선의 아스팔트로 포장되어 있었고 도로변에는 철망이 길게 드리워져 분단의 현실이 피부에 와 닿았다.

북측의 구서통문. 날카로운 눈의 북한 군인이 차에 올라 간단한 승차 점검이 실시됐다. 난생 처음 북한 군인을 접한 참가자들은 일순간 긴장속에 침묵을 지켰다. 차안을 둘러보는 북한 병사의 일거수 일투족에 모두 신경이 바짝 곤두서 있었다.

낯설지만 눈에 익은 풍경들을 뒤로 한 채 20분을 더 달린 버스는 어느새 해금강 호텔 앞에 정차했다. 곧바로 북측 출입국사무소로 들어가 간단한 신원확인과 검색을 마치고 해금강 호텔에 여장을 풀었다.

선상호텔인 해금강 호텔에 들어서자 러시아 가수가 귀에 익은 팝송과 가요로 일행을 맞아 피로를 잠시 잊게 했다. 오후 9시 호텔 로비에서는 청주시립합창단원들의‘ 작은음악회’가 열렸다. ‘그리운 금강산’, ‘경복궁타령’을 열창해 가곡과 함께 북녘에서의 첫 날밤은 그렇게 깊어갔다.

충청리뷰 변근원 대표는 “여러분의 성원과 참가자들의 협조 덕분에 첫 해의 시행착오를 딛고 한 단계 성숙된 행사로 마무리된 것같아 기쁘고 감사한 심정이다. 금강산을 병풍처럼 드리우고 동해 바다위에 울려퍼진 우리 노래가 진한 감동을 전해줬다. 내년에는 금강산 단풍철에 맞춰 더욱 풍성한 내용으로 행사를 꾸며보고 싶다”고 말했다.

2일 아침. 옷깃을 여미게 하던 간밤의 바람도 잠잠해지고 하늘은 맑아 마라톤을 하기에는 더 없이 좋은 날 이었다. 오전 8시. 호텔 앞에 모인 참가자들은 출발소리에 맞춰 마라톤대회의 힘찬 첫 발을 내디뎠다. 제2회 금강산 마라톤대회의 서막을 알리는 소리였다. 코스는 온정리- 온정각-금강산온천장까지 10㎞구간이었다.

출발지점을 조금지나 약간 오르막이 있긴 했지만 남녀 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아주 쉬운 코스로 금강산의 봄을 호흡하며 뛰고 걷기에 손색이 없었다. 코스 주변의 경관도 마라토너들에게는 지루함을 잊게 하기에 충분했다.

10㎞를 뛰거나 걸으면서 금강산온천장에 도착한 참가자들은 가뿐 숨을 내쉬며 잔설이 남아 있는 금강산의 비경을 비로서 실감할 수 있었다. 이날 마라톤대회의 전체 1위는 청주지역 마라톤 동호회 ‘청마회’소속의 송영환씨(47), 남자부 1위는 김동천씨(48), 여자부 1위는 구선희씨(41)가 각각 차지했다. 송중섭 CJB청주방송 경영국장과 박종룡 청주시의원이 남자부 8위와 9위를 차지해 평소 갈고 닦은 마라톤 솜씨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구선희씨는 “코스가 비교적 평이해 일반인들이 달리기에는 아주 적당한 코스다. 주변의 아름다운 경관을 감상하며 달릴 수 있어 지루함을 느끼지 못했다. 내년에는 고등학교에 다니는 아들과 함께 참가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번 마라톤대회는 화제도 만발했다. 청주상공회의소, 충북도청, 증평군의회, 충북로타리클럽 등이 단체 참여했으며 청주JC는 시군통합을 염원하는 ‘청주·청원 하나되기 기원제’를 올리기도 했다. 또한 오창면 각리에 고향을 둔 정선 전씨 일가 18명이 참가했는가 하면 팔순 잔치를 겸해 3대가 참여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마라톤 코스 주변으로는 고성읍과 온정리 사이의 5㎞를 자전거를 타거나 걷는 사람들이 자주 보였다. 온정각 입구 온정리 마을의 주택은 기와 단층형태의 하얀색으로 남한의 탄광촌에 형성된 관사를 연상케 했다.

오후에 본격적인 금강산 관광이 시작됐다. 현재 허용된 금강산 관광코스는 크게 셋으로 구룡연코스, 만물상 코스, 해금강코스로 나뉜다. 이날의 일정은 오전에 구룡연 코스를 등산하고 오후에는 교예 관람이 예정돼 있었다. 구룡연 코스는 주차장을 출발해 앙지대, 금강문, 옥류동, 비봉폭포, 구룡폭포, 그리고 구룡대에 올라 상팔담을 구경하고 내려와 다시 차를 타고 신계사를 구경하는 것으로 끝이 났다.

구룡연 코스 초입에서 만난 목란관의 막걸리 맛은 일품이다. 텁텁한 뒷맛이 없이 깔끔하면서도 진한 맛을 느낄 수 있다. 밤 고구마 맛 같은 감자도 빼놓을 수 없는 먹거리다. 저만치 보이는 잔설을 따라 한참 가다보면 첫 명승지인 앙지대가 나타난다. 앙지대는 코끼리, 거북이, 도마뱀 등의 동물들이 이곳 경치에 취해 굳어 바위가 됐다는 전설 전해 내려오고 있다.

산삼과 녹용이 녹아 흘러내리는 물이라는 ‘삼록수’, 금강문, 옥류동, 연주담, 비봉폭포, 은사류를 지나면 구룡연 코스 관광의 백미인 구룡폭포를 만날 수 있다. 한국 3대 폭포로 꼽히는 금강산 제일의 폭포다. 옛날 금강산을 지키는 아홉 마리의 용이 살았다는 전설을 간직하고 있다. 선녀와 나무꾼 얘기의 무대가 된 상팔담도 빼놓을 수 없는 절경이다. 가는 곳 마다 북한 안내원의 구수한 입담은 관광객들의 귀를 즐겁게 했다. 6.25 전쟁 때 전소됐다가 해인사 재정스님이 한창 복원공사중인 신계사로 가는 길은 쭉쭉뻗은 금강송 숲이 장관을 이루고 있다.

이튿날 일행은 바다에 솟아 있는 만물의 형상을 가진 기묘한 바위들을 앞에 두고 ‘평화통일 기원’및 ‘청주·청원 하나되기’ 기원제를 해금강에서 올렸다. 대회 추진위원장인 상공회의소 이태호 회장은 기원문을 통해 “청풍명월의 민족혼이 숨쉬는 충북의 민초들이 통일 염원을 만방에 떨치고자 한다”며 “경제가 힘들고 어려운 지금, 충북경제가 성장하고 발전해 일취월장, 욱일승천의 기세로 뻗어나갈 수 있도록 보살펴달라”고 축원했다.

이어 도착한 곳은 삼일포. 관동8경의 하나로 이름높은 삼일포 호수 주변은 잘자란 소나무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고 정각과 보트놀이 시설이 들어서 있다. 삼일포관광을 끝으로 이번 대회 공식 일정은 모두 막을 내렸다.

한편 충청리뷰 가족들은 지난해 금강산 현지에 세웠던 통일기원탑을 되가져 와야 하는 아픔을 맛보기도 했다. 당초 이 탑은 제1회 금강산 마라톤대회를 기념하고 통일을 기원하는 대회 참가자 510명의 염원을 담아 제작한 것으로 금강산 온천장 부근에 세웠었다. 하지만 탑의 성격을 오해한 북한 당국에 의해 철거된 뒤 그동안 현대아산측 야적장에 보관돼 온 비운을 겪기도 했다.

남한의 강원도 간성에서 금강산 온정리를 잇는 30여km의 금강산 철도 공사가 지금 한창이다. 철도가 이어져 있었다면 더 많은 관광객들이 북녘땅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국도 7호선을 힘차게 달리는 버스 행렬과 나란히 놓였지만 철마가 달리지 않는 철로가 묘한 대조를 이루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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