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바랑 메고 일터로 나서는 남편의 지친어깨로 내리는 하늘빛이 오늘 따라 유난히 서늘하다. 까치발 딛고 허공을 향해 팔을 높이 높이 뻗다가 모자라서 안간힘을 다해 손가락 중지 끝마디까지 길게 뻗어본다.

닿을 듯, 닿을 듯 달아나는 봄 하늘
까치발로 돋우면 그 만큼 더 뒤로 물러나고, 혹여 하여 까치발을 내리면 하늘은 꼭 고만큼만 내려왔다.

늘 바라다 만 볼 뿐,
늘 올려다 만 볼 뿐,
가까이 다가 설 수도,
그렇다고 내게 가까이 다가오지도 않는다.
그 하늘은,

그 하늘색이 하도 서늘해서, 그 날은
밥하기도 싫었다.
빨래하기도 싫었다.
청소하기도 싫었다.

가슴으로, 이 가슴으로 흘러간 유년의 강가에서 하루 종일 회한의 검은 배 띄워놓고,
설유 화 만발한 논두렁, 밭두렁 가에 허물처럼 추억만,
하얗게 쏟아 놓다가 풀어 헤쳐진 옷 섶 여미며 빈 하늘만 바라보고 서 있다.

여린 꽃잎 닮은 내 영혼, 오늘도 저 바람 속에 홀로 서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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