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무교육 재정을 특정집단에 추가 징수로 충당하는 것은 위법‘
헌재 전원재판부(주심 김경일 재판관)는 31일 제청신청인 K씨 등 150명은 이 사건 법률조항은 “개발수익자인 사업주가 아닌 분양 입주자에게 분양면적에 상관없이 300세대 이상의 공동주택에 한해 획일적으로 특별부담금을 부과하는 것은 평등의 원칙, 비례의 원칙, 과잉금지의 원칙 등에 위배된다”며 제기한 위헌법률심판사건(2003헌가20)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위헌결정을 내렸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의무교육제도는 국민에게 보호하는 자녀들을 취학시키도록 한다는 의무부과의 측면보다 국가에 대해 인적·물적 교육시설을 정비하고 교육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는 의무부과의 측면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또한 “의무교육에 필요한 물적 기반인 학교용지는 일반재정이 아닌 부담금과 같은 별도의 재정수단을 동원해 특정한 집단으로부터 비용을 추가로 징수해 충당하는 것은 의무교육의 무상성을 선언한 헌법에 위배된다”고 발표했다.
특히 “의무교육이 아닌 중등교육에 관한 교육재정과 관련해 부담금을 징수할 수 있다고 해도 일반적인 부담금이 갖춰야 할 요건을 갖춘 경우에 한해 허용될 수 있다”며 “분양 받은 사람들의 구체적 사정을 고려하지 않은 채 세대수를 기준으로 일괄적으로 동일한 의무자집단에 포함시켜 부담금을 부과하는 것은 합리적 근거가 없는 차별”이라고 덧붙였다.
이 사건과 관련된 학교용지 확보에 관한 특례법 제2조 제2호 및 제3호, 제5조 제1항 등은 주택건설촉진법·택지개발촉진법 등에 의해 시행되는 개발사업(주택건설사업법 등에 의해 시행되는 사업 중 300세대 규모 이상의 주택건설용 토지를 조성·개발하는 사업)지역에서 공동주택을 분양 받은 자에게 시·도지사가 학교용지부담금을 부과·징수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다.
이에 해당 주민들이 ‘학교용지부담금“ 징수에 강력히 반발하는 등 불복운동이 전국으로 확산되자 △부담금 부과대상을 300세대 규모 이상에서 100세대 규모 이상으로 하향조정하고 △부담금 부과 요율도 공동주택의 경우 분양가의 0.4%, 단독주택용 토지의 경우 분양가의 0.7%로 인하하고 △부과대상자도 분양 받는 자에서 개발사업자로 변경하는 특례법 개정안이 지난 3월2일 국회본회의를 통과했다.
헌재 김경목 언론담당 연구관은 “이번 판결은 의무교육에 관한 국가의 책임을 강조한 것으로 부과징수의 편리성이나 운용의 용이성 등으로 널리 활용되던 부담금제도에 관해 일정한 한계를 정함으로써 일반재정에 의한 공적과제의 수행이라는 헌법상의 원칙을 확인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헌재에 따르면 지난 2001년부터 2004년 6월까지 3370억원의 학교용지 부담금을 징수해 이 중 2431억원을 사용했다.
이와 관련하여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 학교용지부담금 특별위원회(위원장 홍석조)는 지난 2002년 7월부터 발효된 「학교용지확보에 관한 특례법」의 위임에 따라, 청주시를 비롯한 대부분의 자치단체에서 300세대이상 신규택지개발지역 아파트 분양자들에게 학교용지부담금을 부과하는 것은 ‘조세평등원칙을 위반되며, 국민의 재산권을 부당하게 침해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부담금 본래의 성격에 위배된다’며 학교용지부담금을 부과 받은 지역 주민들과 함께 지난 2002년 8월 14일 청주시를 상대로 한 행정소송과, 같은해 8월18일 용암2지구 민경희 외 336명의 연 서명으로 헌법재판소에 위헌소송을 제기했었다.
뒤이어 인천 서구 검암2지구, 부평구 삼산1택지개발지구의 신축 아파트 분양자 제청신청인 K씨 등은 서구청과 부평구청이 각각 학교용지부담금을 부과하자 취소소송과 함께 인천지법에 이 사건 법률조항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냈고, 이를 인천지법이 받아들여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이에 헌법 재판소는 인천지법에서 제기한 위헌심사청구를 받아들여 31일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위헌결정을 내리게 된 것 이다.
이와 관련,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 관계자는 “위헌 판결 이전의 경우, 학교용지부담금 납입 고지서를 받은 후 90일 이내 감사원 심사청구서를 접수해야 납입금의 전부 또는 일부를 환급받을 수 있을 것으로 안다”며 “이번 위헌 판결 결과, 구법에 대한 위헌 결정으로 신법(개정 법률안)의 경우의 적용유무에 대해서는 좀더 자세한 관련 내용 등을 충분히 검토한 뒤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김홍장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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