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시와 돗토리시(鳥取市)의 인연은 1980년대 말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니시오 마사루 돗토리 시장은 민선시장인데 청주 주성초등학교를 다니다 광복이 되면서 일본으로 건너갔다. 이것이 인연이 되어 청주문화원과 돗토리시 공민관연합회가 첫 교류를 시작했다.

우리나라의 문화원 격인 일본의 공민관은 동(洞)마다 있다. 동의 공민관이 모여서 공민관 연합회를 구성하고 있다. 돗토리시의 공민관은 16개에 이른다. 문화정책이 우리보다 강도가 높다.

청주문화원은 1989년, 청주시 가무단을 조직하여 돗토리겐(鳥取縣) 친선공연에 나서기 시작하였다. 농악, 가요, 무용으로 구성된 청주시 가무단은 돗토리시를 비롯하여 도하꾸 조, 요나고시(米子市) 등 돗토리현 여러 곳에서 공연을 펼쳐 박수갈채를 받았다.

돗토리현은 한 여름의 무더위가 기승을 부렸지만 해변에 위치하였기 때문에 바닷바람이 간간이 더위를 식혔다. 활처럼 휜 흰토끼(白兎)해안에는 오오구로산(大黑氏)시비가 우리의 동해를 마주보고 있다. “이나바에 산다는 흰 토끼는 오오구로산을 만나 가죽이 벗겨져 벌거숭이가 됐네” 우리나라의 전래동화 ‘토끼와 포수’ 비슷한 설화인데 토끼의 가죽을 벗긴다는 내용이 좀 잔인하게 느껴진다.

이곳의 대표적 축제는 ‘썅샹 마쓰리’이다. 비가 내리길 기원한다는 내용으로 형형색색으 종이 우산을 만들고 그 위에 여러 개의 방울을 달아 딸랑딸랑 소리를 낸다. ‘썅쌍’은 그 방울소리를 뜻하는 의성어이고 ‘쌍쌍 오도리’는 우산 춤을 일컫는다.

축제가 계속되는 동안 ‘쌍쌍 오도리’는 밤을 샐 정도로 계속된다. 무슨 학교, 단체, 동호인팀이 참가하여 우산 춤 경연을 벌인다. 처음엔 일대 장관으로 느껴지나 시간이 흐를수록 섬뜩하다는 생각이 스친다. 열 몇 개의 단순한 동작으로 짜여진 우산 춤이 마치 총검술을 연상케 하기 때문이다. 사무라이 정신과 2차대전의 공격 습속이 춤으로 스며든 것은 아닐까 하는 의구심도 든다. 돗토리현의 대표적 지방지는 일본해신문(日本海新聞)이다. 이 또한 우리의 정서를 자극하는 타이틀이다. 우리의 ‘동해’를 ‘일본해’라고 부르며 신문 제호에 쓰고 있다.

돗토리현, 시마네현 등을 일본에서는 ‘서일본(西日本)’이라 부른다. 우리측에서 보면 동쪽이나 일본에서 보면 서쪽이다. 돗토리현의 모래언덕(砂丘)은 관광지로 유명하다. 해안선에 널따란 모래언덕이 펼쳐져 있다. 어디서 들여왔는지 낙타가 관광객을 실어 나른다.

우리나라에도 벚꽃이 봄을 알리듯 일본에도 무궁화가 지천으로 피고 진다. 오사카에서 돗토리로 향하는 중국도(中國道)에는 무궁화가 한 여름을 연주하듯 흐드러지게 피어 있다. 백제의 왕인 박사를 따라 전파된 것은 아닐까. 돗토리현은 오사카에서 버스로 한나절이나 산길로 들어가는 시골 마을이다. 인구는 20만도 채 안 된다. 산과 바다가 만나는 도시로 맑고 조용하다. 산나물, 해산물이 가는 곳마다 널려있다. 돗토리현 옆으로는 문제의 시마네현이 있다. 돗토리현과 가장 교류가 잦은 곳이다. 도토리현의 대표적 지방지는 ‘일본해신문’이지만 시마네현 신문도 지사(支社)형태로 운영된다.

최근 일본은 우리의 ‘독도’를 자기네 땅, ‘죽도’라고 우기는 데다 시마네현에서는 ‘다케시마의 날’조례안을 제정한데 이어 돗토리현에서는 ‘다케시마 의견서’를 채택, 우리의 분노를 사고 있다. 20여 년의 우정에 금이 가면서 교류가 중단될 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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