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권자들의 소액 기부가 정치풍토 개선 지름길

기업단위의 후원이나 공개적인 후원행사를 금지하고 고액기부자의 명단을 공개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정치자금법이 지난해 3월 개정됐지만 이 법이 목표로 하는 ‘정치자금 투명화’로 가는 길은 아직도 멀다는 지적이다.

정치인에게 법정한도 내에서 후원금을 기부하는 것은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아직도 얼굴을 숨기려는 후원자들이 대부분인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물론 이에 대해서는 실제로 자금의 성격이 떳떳하지 못하거나 기업이 다수 임원의 이름으로 후원금을 낸 의혹이 제기되는 등 구태를 벗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한 중앙일간지의 취재 결과 대한항공은 임원 11명의 이름으로 국회의원 40여 명에게 후원금을 내면서도 거의 겹치지 않아 그 진정성을 의심받고 있는 상황이다. 대한항공은 이에 대해 개인차원에서 기부한 것임을 강조하고 있지만 선관위의 정밀 실사가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대한항공의 후원금을 받은 국회의원 가운데에는 국회 건교위 소속 의원 12명이 포함됐는데 도내 지역구 의원 가운데 건교위 소속인 노영민의원도 대한항공 서상묵전무로부터 300만원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기사에서도 지적됐 듯이 투명화의 길을 가고 있는 정치자금을 무조건 ‘백안시’하는 것은 오히려 정치자금을 음성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계좌로 입금되는 돈을 가려받는다는 것도 불가능하고 어차피 고액기부자가 공개되는 상황에서 속사정이 낱낱이 공개될 경우 누가 돈을 내겠냐는 것이다.

국회의원 보좌관 F씨는 “우리나라 정치풍토에서 정치자금이 이 정도로 투명해진 것만 해도 큰 성과”라며, “오히려 기업차원의 기부를 봉쇄하거나 고액기부자의 구체적인 신상을 공개하는 것을 재검토 해야한다”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이와는 달리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 송재봉사무처장은 “복잡한 사정이야 이해가 가지만 애초 법을 개정한 취지가 정치자금의 투명화에 있는 만큼, 국회의원들이 먼저 법을 지킨다는 자세로 모든 것을 낱낱이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충청북도 선관위 관계자는 “기업의 고액기부를 통한 정경유착을 막는데 법개정의 의미가 있다”며 “설사 개인명의로 후원금을 줬더라도 기업의 자금이 투입된 사실관계가 확인된다면 분명한 처벌대상”이라고 말했다.

결국 기업이 뒤로 건네는 뭉칫돈이 아니라 자신이 지지하는 정치인에 대한 소액기부를 확산시키는 길만이 정치후원금을 둘러싼 각종 시비와 의혹을 해소하고 정치풍토를 개선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10만원 이상의 정치후원금에 대해서는 소득공제 혜택을 부여하고 있다.

한편 지난해 3월2일에 개정된 정치자금법은 기업차원의 기부와 후원행사를 금지하고 개인의 기부금액을 한 후원회당 최고 500만원씩 총 2000만원으로 제한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또 국회의원은 한 해에 최고 1억5000만원을 모금할 수 있으나 총선이 실시되는 해에는 2배인 3억원까지 모금할 수 있으며, 재선 이상의 의원은 총선이 실시되는 해에 한해 4억5000만원까지 모금과 지출이 가능하다. 이밖에 한도를 초과한 모금액은 다음 해로 이월 처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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