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6세로 중학교 검정고시 전과목 합격한 만학도 연창례씨
어린시절 공부포기 평생의 한… 반세기만에 이룬 만학의 꿈

66세 할머니가 노익장을 과시하며 중학교 검정고시 전과목에 합격해 세인들을 놀라게 하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연창례(66·청전동) 할머니.
연 할머니가 이순의 나이에 뒤늦은 향학열을 불태우게 된 것은 지난 2월 솔뫼야간학교(교장 김종천)에 입학하면서부터다. 검정고시를 준비한 지 불과 4개월여 만에 이룬 전과목 합격의 금자탑이고 보니 연 할머니의 감회는 대학원 졸업생의 그것에 비할 바가 아니다.
연 할머니는 “어렸을 때 공부를 너무도 좋아했지만 육성회비조차 내기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학업을 중도에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며 “마음껏 공부하지 못한 한을 풀고 싶어서 뒤늦게 배움의 길에 나섰는데, 이렇게 검정고시까지 합격하게 돼 더없이 기쁘다”고 말했다.
연 할머니는 이어 “동명초등학교 3학년 시절 학교가 파한 후 책보를 던져 놓고 친구들과 노는 것에 정신이 팔려 숙제를 못하는 바람에 선생님께 심한 꾸중을 들은 적이 있었다. 그 일이 있은 후 무슨 일이 있어도 가장 먼저 숙제를 하고 내일 공부할 과목에 대한 예습을 철저히 한 후에야 밖에 나가서 놀았다”며 반 백 년 전의 아련한 추억을 새삼 더듬었다.
연 할머니는 솔뫼학교 학생들이 모두 혀를 내두를 정도로 지독한 공부벌레로 통한다.
연 할머니의 공부 시간은 솔뫼학교에 등교하는 오후 7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연 할머니는 2시간의 정규시간 내내 교사들의 강의를 한 마디라도 놓치지 않기 위해 정신을 집중하고, 귀가 후에도 새벽 1시까지는 반드시 예습과 복습을 반복해 왔다. 어림잡아 하루 평균 최소 5시간 이상을 공부에 쏟아온 것이다.
연 할머니는 “마음 같아서는 더 늦은 시간까지 공부하고 싶지만 다음 날을 생각해서 새벽 1시에는 하던 공부를 접고 반드시 잠자리에 든다”며 자신만의 학습 노하우를 털어 놓는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반대로 포기하는 것도 있어야 하는 법”이라고 말하는 연 할머니는 “공부를 위해 평상시 즐기던 노인대학 나가는 것과 텃밭 가꾸는 일, 친구 만나는 일 등을 기꺼이 포기했다”고 말했다.
연 할머니는 “사정이 허락한다면 대학에 진학하는 것이 여생의 마지막 소원”이라며 “앞으로 2∼3개월 정도 중학 과정을 다시 복습해 기초를 탄탄히 한 후 고입검정에 도전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연 할머니는 이 같은 목표를 이루기 위해 고입 검정고시반이 개설돼 있는 정진야학으로의 전학을 적극 검토 중이다.
“건강이 뒷받침 된다면 대학에 진학해서 장학금도 받고 싶다”고 기염을 토하는 연 할머니는 요즘 길거리를 배회하는 청소년들에 대해 “방황하는 것도 한때이겠지만, 공부에도 다 때가 있다”며 애정어린 충고도 잊지 않았다.
늙으신 어머님의 향학열에 감동, 뒷바라지에 진력하고 있다는 장남 황영동(41·제천중학교 청풍분교) 씨는 “교사의 신분으로 저도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지만 공부 못한 한을 풀기 위해 밤 늦은 시간까지 공부하시는 어머니를 뵈면서 건강이 염려됐다”며 “공부를 시작한 후 세명대 한방병원에서 치료를 받으시던 어머니가 오히려 건강이 더욱 좋아지고 머리도 맑아지셔서 합격의 기쁨이 배가 됐다”고 즐거워했다.
“처음 공부를 결심하고 야학에 진학하자 교재를 구입해 주고 검정고시에 대한 정보를 알려주는 등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준 가족에게 고맙고 열성적으로 가르쳐 주신 솔뫼학교 선생님들께도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싶다”며 환하게 웃는 연 할머니의 모습에서 황혼을 아름답게 물들이는 감동적인 노익장을 읽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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