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천 바이오밸리 입주 업체 직원들 가족 이주 위한 여건 조성 요구

행정중심도시 특별법 통과와 공공기관 지방 이전 등 지역 분권을 촉진하는 가시적 조치들이 봇물처럼 쏟아지면서 저조한 공장 분양률로 고전하던 도내 북부 지역 산업 단지들이 활기를 찾고 있다.

제천 왕암 지구에 조성된 바이오밸리의 경우 현재 한방, 의료, 첨단 바이오 산업 관련 업체의 입주 상담이 쇄도하고 있으며, 이미 공장을 가동 중이거나 입주가 확정된 업체만도 36개 사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제천 바이오밸리로 유입되는 R&D(연구 개발) 및 생산직 종사 인력만도 이전 확정 업체 기준으로 2600∼2700명 선에 달할 것으로 예상돼 신설 산업단지는 고용 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는 물론, 지역 발전의 결정적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인구 감소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주된 돌파구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처럼 바이오밸리에 대한 기대감이 날로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입주를 희망하는 상당수 업체들이 몇 가지 여건 미비를 이유로 입주 계약을 꺼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제천시 등 관계 기관의 적극적인 대응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우선 지역에 정착하기 위한 기본적 정주 여건조차 마련되지 않은 열악한 생활 환경이 외지 기업을 선뜻 제천으로 끌어들이지 못하는 일차적 요인으로 꼽힌다.

왕암 바이오밸리 인근 지역의 경우 이미 오래 전에 이어진 K아파트를 제외하고는 집단 주거 시설이 사실상 전무한 실정이다. 현재 산업 단지 지구 내에 택지 개발 지역이 조성돼 있기는 하지만, 준공은 고사하고 분양을 개시한 아파트조차 하나도 없는 실정이다.

본격적인 산업단지 가동에 맞추어 아파트 분양을 시작한 청원군 오창산업단지와는 판이하게 다른 모습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이미 부지를 매입해 준공을 눈앞에 둔 기업들조차 이에 따른 종업원 사기 저하 등을 우려해 다각적인 대응책 마련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실정이다.
오는 4월 공장 가동을 목표로 바이오밸리 단지 내 3만 3200평의 부지에 1만 5000평 규모의 시설을 공사 중인 I사의 경우 공장 가동에 발맞춰 약 600명 정도의 산업 인력이 투입될 예정이다.

이 중 제천에서 충원되는 현지 인력을 제외한 300∼400명의 기존 사원들은 한 달 이내에 주거지를 경기도에서 제천으로 옮겨야 하기 때문에 휴일이면 전세나 사글셋방을 구하기 위한 사원들의 제천 방문이 러시를 이루고 있다.

그러나, 현재 제천 지역에는 이들을 수용할 만한 마땅한 단지형 주거 시설이 구축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단지 내에 아파트 등이 준공될 때까지 몇 년 동안 이 회사 직원들은 제천 시내 각지에 흩어져 오피스텔이나 원룸 등에서 개별적으로 출퇴근하는 불편을 감수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무엇보다 가정을 꾸리고 있는 사원들의 어려움은 고통에 가깝다.
I사의 한 중견 간부 사원은 “기혼 사원들의 경우 제천이 수도권에 비해 자연 환경이 뛰어나고 부동산 가격이 저렴해 가족 전체가 제천으로 이주해 여유있는 삶을 향유하고 싶은 의향을 가진 경우가 상당수에 이른다”며 “그러나, 교육, 의료, 문화 등 현실적 여건이 턱없이 부족하다 보니 하는 수없이 직원 혼자만 제천에 임시 거처를 구하는 사례가 대부분”이라고 털어놓았다.

특히 교육 문제가 사원 가족들의 발목을 잡는 주된 요인이라는 게 이 간부의 귀띔이다.
“제천의 첫인상이 너무 좋다 보니 이번 기회에 환경 문제, 교통 문제, 고물가 문제로 시달리는 수도권에서 벗어나 온 가족이 제천으로 이주를 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곧바로 자녀가 다닐 학교를 물색했는데, 제천의 고등학교 중 인문계 학교가 제천고, 제천여고, 세명고 등 세 곳밖에 없는 데다가 그나마 결원 발생 시 학교장 판단에 따라 전학을 허용토록 하고 있어 사실상 수시 전학이 불가능한 상태였다. 하는 수없이 전 가족 이주는 포기하고 나 혼자만 임시 거처를 구해 때 아닌 기러기 아빠 팔자가 됐다.”

이 간부는 제천에도 외국어고등학교나 과학고등학교 같은 특수목적고가 필요하다는 처방을 제시했다. 인문계 고등학교가 아무리 늘어나더라도 직장 문제로 수도권에서 지방행을 택하는 경우 자녀 교육에 대한 의구심을 쉽게 떨쳐버릴 수는 없기 때문에 특수목적고등학교를 신설해 이들의 불안감을 해소시킬 통로를 마련해 주는 게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현재 제천시의 인구는 매년 감소해 이런 추세가 계속될 경우 10년 이내에 인구 10만 명까지도 붕괴될 수 있다는 우울한 전망까지 거론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제천시는 관내 외지 대학생들에게 각종 인센티브를 부여하며 주민등록 이전을 추진하는 등 다급한 속내를 감추지 않고 있다.

그러나, 근본적인 인구 유입책은 역내 산업단지 이주 기업 종사자들의 지역 내 정착을 이끌어 내는 방법뿐이라는 데 대해서는 누구도 이견이 없다. 따라서 중장기적 수요 예측 등을 통한 바이오밸리 학군 내 특수목적고 설립, 각종 주거 시설 확충, 문화 및 여가 환경 조성 등 다양한 유인책을 병행해 누구라도 살고 싶은 주거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매우 시급한 현안이라는 것이 입주 업체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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