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겨냥한 표심, 홍재형 의원에게 쏠려
노영민의원, 명예회복 넘어선 진검 승부 역풍 소래

19일 실시된 열린우리당 충북도당위원장 선거에서 홍재형의원이 노영민의원을 여유있게 따돌리고 당선됨에 따라, 선거과정에서 불었던 노영민 바람은 찻잔 속의 태풍으로 가라앉고 말았다.

당 관계자들은 선거 과정과 결과에 대해 대체로 ‘당 화합과 발전의 계기가 될 것’이라는 희망 섞인 전망을 내놓고 있지만, 당초 기대했던 재추대 형식이 아닌 진검승부가 펼쳐진 것과 관련해 오히려 새로운 갈등의 확대 재생산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겨야 본전인 선거’에서 지옥과 천당을 오갔던 홍재형의원은 다시 확인한 굳은 입지를 바탕으로 내년 지방선거에 임할 수 있게 돼 상황에 따라서는 충북도지사 출마 등 제2의 정치도전도 모색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의원들 결국은 간판 선택

지난 19일 KT 남청주지점에서 실시된 열린우리당 도당위원장 선거에서 홍재형의원은 투표에 참여한 대의원 396명 가운데 54%에 이르는 213명의 지지를 받아 176표를 얻은 노영민의원과 5표에 그친 강혜숙의원을 제치고 도당위원장에 당선됐다.

이번 선거는 후보등록과정에서부터 ‘추대냐 진검승부냐’를 놓고 진통을 겪어 팽팽한 접전이 예상됐었다. 중앙위원 3명과 최다 득표자를 도당위원장으로 선출하는 이번 선거에서 여러 차례에 걸친 국회의원간의 조율에도 불구하고 후보 난립의 조짐을 보였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도당위원장에 당선되지 못할 경우 위상이 급격히 추락할 수밖에 없는 홍재형의원은 후보등록일 막판까지 등록 여부를 놓고 고심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결국 오제세의원이 출마의 뜻을 굽히지 않을 경우 이시종의원 등 5명의 후보가 접전을 벌일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극적인 조율이 이뤄져 3파전이 됐지만 홍의원의 부담이 줄어든 것은 아니었다.

4선의 당내 원로인 이용희(보은·옥천·영동)의원과의 불편한 관계, 구 당직자들의 반발, 노사모 등 개혁성향의 대의원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반수를 넘긴 득표율을 고려할 때 홍의원은 이들 반대 세력을 제외한 나머지 선거구를 싹쓸이한 것으로 보인다.

홍재형의원의 측근인 A씨는 이에 대해 “대선승리와 국회의원 석권에도 불구하고 지방자치에 있어서는 철저히 야당이라는 위기의식이 풍부한 경륜을 갖춘 당의 간판을 선택하게 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관료출신과 비 관료출신의 대결?

그러나 이같은 표면적 분석과 달리 관료와 비관료 출신의 대결에서 경제부총리를 지낸 홍재형의원이 승리를 거뒀다는 분석도 있다.

도내 국회의원들의 전직을 보면 직업 정치인인 이용희의원과 경영인 출신의 노영민의원, 변호사인 김종률의원을 제외하고는 모두 고위직 관료 출신이 유난히 많은 편이다. 나이에 있어서도 노영민의원은 청주고 20년 선배인 홍재형의원과 10년 선배인 변재일의원과 큰 격차를 보인다.

그런데 후보등록을 앞둔 조율과정에서는 지난 중앙위원 선거에서 원외인 박영호씨에 밀려 낙선한 노영민의원이 ‘명예회복’차원에서 중앙위원 선거에 나가겠다고 밝혀 다른 의원들의 양보를 받아내고도 막상 도당위원장 자리를 넘볼 수 있는 상황에 이르자 청주 흥덕을 제외한 관료 출신 의원들이 홍의원에게 표를 몰아줬다는 것이다.
노영민의원의 측근인 B씨는 “동료 국회의원들이 이변을 용납하기 어려웠던 같다”고 아쉬움을 나타내면서도 “많은 사람들이 다행이라고 하더라”며 결과를 시인했다.

B씨는 또 “진검승부 끝에 나온 결과라 당의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결론적으로는 진검승부가 노의원의 패인이 됐다는 것이 주변의 분석이다. 홍의원 재추대에 동의한 관료 출신의 의원들이 노영민의원의 명예회복은 수긍할 수 있지만 도당위원장 당선은 좌시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홍재형의원의 측근인 C씨는 “말을 바꾸는 사람을 그대로 둘 수 없었다”며 “노의원 측에서 적극적으로 선거운동을 하는 것을 보고 위기의식을 느껴 전력을 다했다”고 말했다.
C씨는 또 “국회의원 선거보다 당내 선거가 어려웠다”며 선거과정의 고충을 털어놨다.

이밖에 표의 결속력에 있어서도 관료출신 의원들이 크게 앞섰다는 분석이다. 선거당일 상당선거구 대의원들은 69명 가운데 68명이 선거에 참여했고, 청원선거구는 49명 전원이 선거에 참여하는 결속력을 보였다.
노의원의 측근인 B씨는 “우세지역으로 분류했던 증평·진천·괴산·음성에서 국회의원의 영향력이 작용하지 않은 것 같다”고 패인을 분석했다.

노의원, 무대 위에서도 졌다

이와 함께 무대 위에서 벌인 유세대결에서 명암이 엇갈렸다는 분석도 있다.
홍재형의원이 포지티브 전략으로 유세를 벌인 반면, 노영민의원의 연설은 상당부분 네가티브 전략에 의존했기 때문이다.

홍재형의원은 “내년 지방선거에 총선압승의 감동을 재현하자”며 당내 화합을 강조한 반면, 노의원의 유세는 “지금까지의 도당이 투명하지 못했다”는 비판으로 시작해 “당원들 위에 군림했고 제대로 된 정책자료집 하나 만들어내지 못했다”며 공격성을 보였기 때문이다.

노의원은 또 “빈약한 재정구조를 해결할 후원사업도 연간 돈 1000만원도 벌기 버거웠다”고 말해 후원회 관계자들의 공분을 산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관계를 떠나 당내 선거에서 연륜의 차를 무시한 솔직한(?) 연설이 감표요인이 됐다는 것이다.
도당 관계자인 D씨는 “노의원의 연설이 터무니 없는 얘기는 아니지만 충북의 정서상 부동표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구 당직자 계열의 E씨는 “말이야 바른 말 아니냐”며 “선거결과를 떠나 홍의원에게 자극이 됐을 것으로 본다”며 노의원을 두둔했다.

당내 쇄신 촉발시킨 선거

어찌됐든 이번 선거는 패자가 없는 선거로 당내 쇄신을 촉발시키는 촉매가 될 전망이다.
홍재형의원도 진검승부에서 승리해 당내 입지를 재확인했고 노영민의원도 만만치 않은 득표력으로 당초 목표였던 명예회복에는 충분히 성공했기 때문이다.

특히 홍재형의원은 보다 자유로운 위치에서 정치적 선택을 고려할 수 있게 됐다. 도지사 출마 등을 통해서 지방선거를 직접 진두 지휘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물론 선택은 철저히 홍의원의 판단에 달려있으며 이 카드의 성공여부에 따라서 당내 입지는 더욱 높아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편 홍의원은 도당위원장 재선을 계기로 당내 비판여론을 적극적으로 수렴하는 등 쇄신책을 펼 것으로 보인다. 홍의원이 당선 직후 선출직을 제외한 당직자 48명에게 일괄 사표를 내도록 지시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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