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청주상당 조직책 인선 ‘혼선’
김진호·윤의권·김준환·이원호씨 등 ‘신경전’

한대수씨의 청주시장 당선으로 공석이 된 한나라당 청주 상당지구당 조직책을 놓고 한나라당이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서로 맡겠다는 인물들이 하나같이 지역 사회에서 이름깨나 날리는(?) 인사들이기 때문이다. 이들에 대한 교통정리가 여의치 않자 도지부와 신경식위원장은 여론조사는 물론 공모(公募)까지 모색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후임 조직책으로 거론되는 인물은 김진호 충북도의회의장을 비롯해 윤의권 서울신용평가정보주식회사 회장, 김준환 변호사, 이원호 도지부 사무처장 등이다.
2년 후 17대 총선을 의식해 6월 지방선거 출마까지 포기한 김진호의장은 당초 청주 흥덕구의 분구를 예상, 이곳에 공을 들여 왔으나 최근 마음에 변화가 일었다. 그는 “당으로부터의 권유와 주변의 강력한 요구가 있어 상당쪽에 관심을 두는 건 사실이다. 현재로선 50대 50이다.” 한나라당 입당 후 도지부 후원회장을 맡아 6월 지방선거에서도 역할을 다 함으로써 주목을 받았다. 얼마전부터 산악회까지 결성, 본격적인 총선 행보에 나선 상태다.

방송출연, 무료변론으로 이름 알려

2년전부터 여러 분야에서 지역활동을 선도함으로써 일찌감치 17대 총선과 관련, 세인의 관심을 끈 윤의권회장 역시 상당구 조직책에 적극적인 의사를 보이고 있다. 지금까지는 정치인 변신에 대해 신중한 입장이었으나 이미 조직책 선점을 위해 활발한 움직임을 벌여 왔다. 청주환경운동연합 대표, 충북체육회 후원회장 등을 맡아 인지도를 넓혔으며 청주방송의 고정 출연<윤의권의 경제 매거진>으로 대중적인 인기도 얻고 있다.
자신의 연고인 청주 강서 지역을 중심으로 오랫동안 무료변론을 펴며 정치적 꿈을 가꿔 온 김준환 변호사는 6월 지방선거 때 한대수 캠프의 선대부본부장을 맡아 본격 정치무대에 이름을 올렸다. 김진호의장과는 인척 관계로 당초 흥덕구의 분구를 내심 기다려 왔는데 이번 지방선거를 계기로 아예 정치 일번지를 넘보게 됐다. 지방 정계에선 같은 변호사인 윤경식의원(청주 흥덕)의 지원을 받는 것으로 예상하는 등 만만찮은 경쟁력으로 인식하고 있다.
정당의 정통 관료로서 역시 오랫동안 정치적 야심을 품어 왔던 이원호 도지부 사무처장은 그동안의 풍부한 정당경력이 큰 장점이다. 정치적 직관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 그는 그동안 도지부 운영을 매끄럽게 이끌어 옴으로써 당 상층부로부터도 신임이 두텁다는 평판이다. 시기가 문제이지 언젠간 본격 정치인으로 변신할 태세다. 그러나 이들 네명의 당내 입지가 복잡한데다 상호 견제의식도 강해 조직책 결정까지는 상당한 논란이 예상된다.

한나라당 입당은 총선이 목적

김진호 윤의권 김준환씨의 한나라당 입당은 향후 총선을 대비한 성격을 띠었고, 서로 지방선거 때 역할을 부각시킴으로써 당내 입지를 강화시켰다. 특히 윤의권씨 같은 경우는 자신의 출신고인 S고 등 동문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데다 지방선거에서도 이 학교 동문들이 한나라당 한대수후보를 전략적으로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본인도 당과 한대수 후보에 대한 기여를 숨기지 않고 있다.
한나라당 상당구 조직책 결정은 현역인 윤경식의원의 역학관계에도 많은 영향을 받을 조짐이다. 청주 흥덕이 지역구인 윤의원은 최근 지역정가에 지역구 이전설까지 일으킬 정도로 상당구에 상당한(?) 관심을 보였다. 공교롭게도 상당 조직책으로 거론되는 김진호의장과 김준환변호사는 당초 윤의원 지역구인 흥덕에 전진기지를 차리려 했던 인물 들이다. 자칫하면 17대 총선 때 이들과 치열한 당내 경선을 치러야할 판이다. 윤의원은 지난 지방선거 때 광역의원 후보 경선에서 자신이 정서적으로(?) 밀었던 후보가 패하는 바람에 정치적 입지를 훼손당했다. 이는 민주당의 홍재형의원이 역시 자신의 지역구에 도의원 후보조차 못 냈던 사실과 함께 지역정가에 이미 네거티브 소재를 제공하고 있다.

재선 어려운 청주 민심

청주의 경우 역대 선거에서 재선에 배타적이었던 유권자 정서 때문에 신인 정치인들의 움직임이 특히 두드러진다. 실제로 6. 13 지방선거에서 당초 유리할 것이라는 여론을 깨고 나기정 현시장이 낙선했는가 하면 98년 지방선거 때도 현역인 김현수 전시장이 떨어짐으로써 재선을 쉽게 허용하지 않는 민심을 그대로 반영했다. 국회의원 선거에서도 이런 전통(!)은 두드러지고 있다. 청주 상당의 경우 88년 13대 정종택(민정당) 14대 김진영(국민당) 15대 구천서(자민련) 16대 홍재형(민주당)으로 이어지며 재선을 불허했고 흥덕에서도 13대 오용운(공화당) 14대 정기호(민주당) 15대 오용운(자민련) 16대 윤경식(한나라당)에서 보듯 역시 재선에 몹씨 인색하다. 때문에 한나라당 청주 상당의 조직책에 지역 정치인들이 군침을 흘리는 것은 당연하다.
한 관계자는 “상당의 조직책 인선은 결국 신경식도지부장의 의중에 많이 좌우되겠지만 그렇다고 지역 여론을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미 당내 경선 문화가 정착된 상황에서 무조건식의 밀어붙이기는 어려울 것이다. 때문에 여론조사나 공모, 혹은 당 기여도 평가 등 나름대로 요식적 절차를 거칠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실제로 신경식의원은 이들을 개별 접촉하면서도 선뜻 확실한 의사를 밝히지 못하고 있다. 일각에선 당에 대한 기여도도 중요하지만 결국은 당사자의 조직과 자금력이 조직책 선정의 결정적 잣대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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