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KYC 이광희대표는 6·13 지방선거에서 청주시 산미분장동 기초의원 선거에 출마했으나 4535표를 득표, 박종룡후보(5149표)에게 고배를 마셨다. 선거운동 과정에서 겪은 경험과 소감을 독자와 함께 나누기 위해 어렵게 낙선후보의 원고를 청탁했다.
한국청년연합회(이하 KYC)는 전국적으로 34명의 지방의원 후보군을 발굴하여 2,3년에 걸친 “지방자치아카데미”와 후보자를 위한 선거 워크샵등을 수차례 실시하면서 시민운동의 지방자치참여를 준비해왔습니다. 충북에서는 충주의 고명종회원(당선)과 제가 출마하기로 하고 지역내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과 지속적인 의견교환을 하면서 2001년 12월에 본격적인 선거참여를 확정하였습니다.
출마지역은 현재의 집이 있는 산미분장동을 택했습니다. 새롭게 조성된 아파트단지이기 때문에 전체 유권자중 절반이 선거구에서 처음으로 지방의원 선거에 참여하는 상황이었고, 30대 젊은층이 많고 학력수준이 높아 해볼만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더군다나 인구수가 웬만한 군수선거에 버금갈 정도로 많아서(유권자수 31.000명, 인구수 49.200명) 조직선거로만 이루어지지는 않겠다는 판단도 하게됐습니다.

젊고, 학력있는 유권자층에 기대
일단 선거를 준비하면서 몇가지 일을 벌여야 했습니다. 우선적으로는 아이들을위한 “체험학습”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아버지들의 모임을 만들고 충북재활원을 매달 방문하는 주부 자원봉사대를 조직했습니다. 물론 그분들의 적극적인 호응과 동참이 있었던 것은 말할나위가 없었습니다. 아파트단지를 중심으로 하는 자원활동 프로그램이 주위사람들에게 회자되면서 열띤 호응을 받았습니다. 또한 E-마트앞 교통체증문제를 정면으로 부딪히면서 시민운동가의 선거와 지역 현안사업과의 문제를 부각시키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각종 문화사업프로그램을 미처 다해놓지 못하고 선거일이 닥친 것이 못내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선거운동은 우선 낮은 인지도 극복이 문제라서 아파트단지 부녀회장들과 관리사무소 소장, 통장들을 방문했습니다. 특히 공약을 중심으로 설득을 해나갔습니다. 이마트앞 교통문제 해결방안, 수돗물 불소화 사업재검토, 운동할 공간조차 없는 아파트단지에 무심천을 활용한 체육공원조성, 특화된 화훼단지 조성, 어린이 의회 조례안 등등의 이야기를 통해 공약과 대안들을 가지고 있는 참신하고 깨끗한 후보라는 이미지를 주려 했습니다. 통장들은 지역 주민들과 밀착도가 높아서 선거운동원으로 나서지는 못하지만 지역사회의 중요한 여론주도 그룹이었습니다.
선거를 준비하면서 상대 후보들의 높은 인지도와 지지도에 당황했습니다. 한 후보는 7년전 선거패배 이후부터 꾸준한 대주민 접촉을 해왔고 다른 경쟁후보도 4년전에 낙선을 했기 때문에 인지도가 만만치않은 상태였습니다. 선거운동이 본격적으로 개시되면서 두 후보와의 차별성은 역시 깨끗한 선거운동과 순수한 자원봉사자, 그리고 독특한 선거이벤트에서 보여줄 수밖에 없었습니다.
20명쯤되는 상대 진영의 아줌마부대(하얀옷과 같은 모자를 눌러쓴)들의 공세 앞에서 너댓명의 젊은 사람들만으로 대응한다는 것은 정말 답답한 일이었습니다. 저쪽에서 몇팀으로 나뉘어 분산하면 우리 역시 두명씩 조를 지어 인사를 할 수 밖에 없었고 이럴 바엔 사람들을 직접 만나서 이야기하는 유격전(?)이 차라리 세싸움을 피하는 길이었습니다.

몸으로 실천한 차별화 전략
일단 후보들과의 차별화를 꾀하고자 했던 입장에서 내가 할 수 있었던 것은 “부지런하다” “어른들에게 예의바르다”라는 소문이 돌도록 하는 것이었습니다. 새벽 5시에 일어나서 12시까지 인사를 하고 다녔습니다. 워낙 걸음이 빨라서 하루에 네바퀴 정도는 돌 수 있었습니다. 결국 중반에 들어섰을 때부터 제일 부지런하다라는 말을 듣게 되었습니다. 경로당도 한곳당 20번씩은 방문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들려오는 소문은 어느 아파트에서 돈가스를 먹었다네, 술을 샀다네하는 내용이었고 그런 소문이 들려온 지역은 어김없이 냉랭한 분위기가 감지 되었습니다. 또한 누구네 선거운동원들은 경쟁이 치열했다더라, 3,4일에 한번씩 사람들이 바뀌면서 영역을 확대 한다더라는 소문들이 무성했습니다. 가뜩이나 적은 인원에 최선을 다해온 우리 선거운동 자원봉사자들의 체력이 소진되면서 하나둘씩 깔아지기 시작한 것도 그때부터 였습니다. 어쨌든 우리는 최선을 다했고 주변의 분위기도 긍정적이라서 투표일까지도 승리를 기대했습니다. 그러나 선거전날 식당가에서 많이 눈에 띄던 특정단지 아주머니들의 모습들처럼 두곳의 투표구에서 몰표가 나왔습니다. 새벽녘 발표된 선거결과는 우리 모두를 우울하게 만들었습니다.
글을 정리하면서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말은 우리가 가지고 있는 역량으로 최선을 다했다는 점입니다. 아이들을 데리고 가지각색의 옷을입은 남녀노소의 자원봉사자들이 함께 외친 연호소리가 신선해 보였다는 것만으로 우리들이 얻은 4500표는 부끄럽지 않습니다. 선거운동을 하며 “30평넘는 아파트 사는 사람들이 어떻게 임대아파트 사는 사람에게 질수 있느냐”는 말이 가슴은 아팠지만 절망스럽지는 않습니다. 우리 자원봉사자들에게 “넌 얼마받고 아르바이트 하느냐”던 사람들에게 세상은 여전히 돈으로만 재단되지 않는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선거비용 아직도 투명하지 않아”
후보자가 피부로 느낀 개선점

첫째는 “자원봉사자”라는 이름의 일당받는 사람들에 관한것입니다. 이미 선관위에서도 민간 자원봉사자라는 미명하에 공공연한 일당 3만원짜리 “자원봉사 감시원”을 쓰고 있었고, 각 후보자들 역시 복장을 통일한 아줌마 자원봉사자(?)들을 대대적으로 동원합니다. 그러나 누구나 인정하듯이 일당받고 나와있는 것이라는 점을 모르는 사람들은 없습니다. 전 국민이 서로를 기만하는 국민사기극은 바로 이런 것일 겁니다. 어쩌면 선거운동원 전원이 자원봉사로 활동한 우리들이 바보일 지도 모릅니다.
두 번째는 정책선거라는 말은 있는데 정책을 밝힐 기회가 없다는 점입니다. 그나마 5단지와 분평동 성당에서 후보자들을 위한 공개발언 기회를 준 것이 다행이었습니다. 팜플렛 한종류외에는 그 어떤 홍보수단도 없는 기초의원들에게 휴대용 확성장치를 이용한다고 말도 못하게 하던 민간선관위원들이 답답하기만 했습니다. 단지별로 마을별로 후보자들의 정견발표와 토론의 기회를 준다면 어떨까요? 어차피 선택은 유권자들이 하는 것이고 그저 학연과 지연, 혈연만을 파악한채 얼굴안다고 찍을 수 밖에 없는 현재의 선거문화가 사기등의 혐의로 다섯명의 구속자를 양산했던 지난 청주시의회를 만든 주범 아닐까요?
세 번째는 돈선거를 조장하는 유권자와 이를 활용하는 후보자들의 인식이 문제였습니다. 제가 이번선거에서 선관위에 제출한 지출비용은 1000만원이었습니다. 우리지역은 2900만원을 쓸수 있었던 곳이었는데 이 액수의 3분지 1밖에 못썼습니다. 그중 600만원정도가 홍보물 비용이었고, 나머지 반정도가 식사비용이었습니다. 인건비로는 한푼도 지출하지 않았으며 대부분이 후원을 받은 것이었습니다. 제돈은 거의 안들었다는 말씀입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후보자들에게 법정 선거비용이 말이나 될법한 것일까요? 전국민이 인정하는 법정선거비용 외의 지출부분에 대해 자유로운 사람이 몇이나 되겠습니까? 물론 저에게도 술값 대납을 요구하는분들이 있었습니다만 서로 얼굴을 붉히고 말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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