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周)나라 문왕(文王)이 어느 날 사부(師父)인 태공(太公)과 인재의 등용에 관해 문답을 나눕니다.

“임금이 현자(賢者)를 등용하고자 애써도 그 공을 거두지 못하고 세상이 더욱 혼란해지고 나라가 어지러워지는 것은 대체 무엇 때문입니까?”

“현자를 구했어도 제대로 쓰지 못함은 현자를 구하는 명분은 있되 현자를 쓰는 실상이 없는 것입니다.”

“그러면 그 잘못이 어디에 있습니까?”

“임금이 세상 사람들이 칭찬하는 자를 쓰기 좋아하여 정작 어진 자를 얻지 못하는데 있습니다.”

“무슨 뜻입니까?”

“군주가 세상사람들의 칭찬으로 현자를 얻고 세상사람들이 비방하는 자를 멀리 한다면 무리가 많은 자는 나아가고 무리가 적은 자는 물러서게 됩니다. 그러면 사악한 무리들이 떼를 지어 현자를 가리고 충신이 죄 없이 죽게되며 간신이 헛된 명예로 벼슬을 얻게 됩니다. 그리하여 세상의 어지러움이 더욱 심해지고 나라가 위태로워지는 것입니다.“

‘육도삼략(六韜三略)’에 나오는 이 이야기는 그 옛날에도 인재를 등용하는 일이 쉽지 않았음을 말하고 있습니다.  최근 교육부총리에 이어 경제 부총리 등 요직의 발탁을 놓고 진통을 거듭하는 것을 보면서 이 나라에는 참으로 인물다운 인물이 없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됩니다.

세상에는 좋은 학벌, 다채로운 경력을 두루 갖춘 인재들이 널려있는 듯 보이지만 막상 쓸만한 인물을 찾다 보면 깨끗한 인물이 흔치 않기에 말입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능력을 모두 갖추었다 싶어도 속을 들여다보면 어김없이 흠이 있으니 인물을 발탁하기가 쉽지 않은 것입니다.

삼국시대 촉나라 유비는 삼고초려 끝에 불세출의 제갈량을 얻지만 오늘날에야 그런 와룡선생이 은둔하고 있는 것도 아니니 인재를 구하기가 어려운 것입니다.

과거 독재 시절에는 전력(前歷)이 어떻건, 능력이 어떻건 통치자의 눈에만 들면 그만이었지만 국민 의식이 높아지고 민주화된 오늘날에야 여론검증과정을 거쳐야 하기에 완벽한 인물의 등용이 어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얘기가 나왔으니 말이지만 우리 사회에 어디 그리 모든 것을 고루 갖춘 진선진미한 훌륭한 인물이 있겠습니까. 그렇다 보니 누가 적임자인가를 따지기 보다 상대적으로 누가 더 약점이 없는가를 따져야하는 인사가 되고 결국 인물다운 인물을 발탁하기란 기대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옛말에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요, 먼저 몸을 닦고 집안을 간수한 다음 나라를 다스려 천하를 평정한다 하였지만 오늘처럼 혼탁한 사회에서 제 몸 하나 깨끗이 지켜 온 이가 과연 몇몇이나 되겠습니까.

이제 앞으로는 큰 뜻을 품은 사람이라면 능력도 길러야 하려니와 그 보다 먼저 제 몸과 주변을 깨끗이 하는 노력이 앞서야 할 것입니다. 그게 바로 민주사회의 새로운 지도자 상이 될 것입니다.         / 본사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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