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재형의원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며 단합 기대
노영민의원‘밑져야 본전이다’ 가벼운 발걸음

오는 19일 실시되는 열린우리당 충북도당위원장 선거에서 현 위원장인 홍재형(청주 상당)의원이 재당선될 수 있을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특히 홍재형의원의 출마는 오제세(청주 흥덕갑)의원의 등록 포기와 함께 추대의 형식을 띤 것이어서 재당선 여부가 정치적 입지를 좌우하는 가늠자가 될 전망이다.

19일 오후 2시 KT 남청주지점 11층 강당에서 열리는 열린우리당 도당위원장 선거는 중앙위원 선거를 겸하고 있지만 충북지역에 배정된 중앙위원 수가 3명인 상황에서 홍재형, 오제세, 강혜숙(비례)의원 등 3명이 후보로 등록해 사실상 무투표 당선이 확정된 상태다.
다만 3명의 중앙위원 가운데 가장 많은 표를 얻는 후보가 도당위원장으로 당선되기 때문에 이왕이면 1등을 차지하기 위한 물밑 선거전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홍재형의원 추대, ‘글쎄요’?

중앙위원 후보등록 마지막 날인 지난 10일, 충북의 국회의원들은 서울시내 한 식당에서 모여 중앙위원 출마를 선언한 오제세의원에게 포기를 설득하고 홍재형의원을 사실상 도당위원장에 재추대하는 형식을 갖췄다.

만약 오제세의원이 등록한다면, 당시 해외 시찰 중이던 이시종(충주)의원도 후보로 등록할 태세를 갖추고 보좌관을 도당에 대기토록 하는 등 긴장감이 감도는 상황에서 이뤄진 막후 합의였다. 그러나 홍의원에 대한 재추대는 국회의원들 사이에서만 이뤄진 일이고 유효기간도 이미 지나간 것이 아닌가 하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먼저 노영민의원은 원하든 원치 않든 홍의원과 맞대결을 벌이게 됐다. 정치적 연륜이나 나이 등으로 볼 때 홍의원과 큰 격차를 보인다는 점에서 노의원의 발걸음은 오히려 가볍다.

노영민의원은 ‘목표가 2등은 아니지 않냐’는 질문에 대해 “선거는 어차피 순리대로 가는 것 아니냐”며 “대의원들이 선택할 문제이기 때문에 미리 말하기 어렵다”며 말을 아꼈다.
이같은 상황 속에서 열린우리당내 진보세력들은 노영민의원에 대한 지지의사를 분명히한 가운데 대의원들을 대상으로 표심 모으기에 나선 상태다.

노사모 소속의 대의원 A씨는 “판세를 분석한 결과 절대적인 우세가 점쳐진다”며 “이번 선거를 바탕으로 조직을 개혁해 차기 지자체 선거 등에 대비하겠다”는 청사진까지 제시했다. 이번 선거에 참여하는 대의원 445명 가운데 개혁·진보성향의 대의원은 약 40여명 정도지만 지난 1월15일 청주시당원협의회장 선거에서 손현준후보를 당선시키는 이변을 연출하기도 했다.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

수성에 나선 홍재형의원 측에서는 이번 중앙위원 선거가 그동안의 갈등을 생산적 에너지로 바꾸는 계기가 될 것이라면서 ‘더 이상의 이변은 없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홍의원 계열로 분류되는 당직자 B모씨는 “소수파의 목소리가 크기 마련이지만 몇 사람들이 하는 얘기일 뿐”이라며 홍의원 낙마설을 일축했다.

B씨는 특히 “개혁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오히려 행동은 개혁적이지 않다”며 “국회의원을 석권하고도 지방자치에서는 야당인 충북이 진정한 여당이 되기 위해서라도 역량 있는 인물을 도당위원장으로 뽑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마냥 낙관할 상황은 아니라는 것이 보좌진의 분석이다.
홍재형의원실의 이영진보좌관은 “결과는 뚜껑을 열어봐야 하는 것이 아니겠냐”면서도 “비온 뒤에 땅이 굳듯이 그동안 있었던 갈등이 조직을 성숙하게 만드는 생산적 에너지가 될 것”이라는 의견을 피력했다.

홍재형의원은 지난 14일 한일의원연맹의 대표단장으로 변재일의원 등과 함께 일본을 방문해 일본의 정·관계 인사들에게 시마네현의 다케시마의 날 조례제정과 역사교과서 왜곡 등에 항의한 뒤 15일 밤 귀국하는 등 바쁜 일정을 보내다 17일부터 공식적인 선거운동에 들어간 상태다.

국회의원 입김 얼마나 작용할까

어찌됐든 표면적으로 도내 국회의원들이 홍의원을 추대키로 한 상황에서 국회의원들의 노골적인 반란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지명직 상임중앙위원 자리를 놓고 다소 불편한 관계를 보였던 이용희(보은·옥천·영동)의원과 출사표를 던진 노영민의원, 출마를 포기한 오제세의원 진영 정도가 물 건너에 있다고 볼 수 있다.

문제는 대의원 분포인데 국회의원, 지방의원, 자치단체장 등 당연직 대의원을 포함해 모두 445명 가운데 가장 덩치 큰 선거구가 보은·옥천·영동(81명)이다. 여기에다 노영민의원과 오제세의원의 지역구인 흥덕 갑, 을이 각각 49명과 50명으로, 이 3곳을 더하면 40%선인 180명에 이른다.  이밖에 이해관계가 적은 다른 선거구에서도 ‘홍의원 추대’라는 국회의원의 입김이 얼마나 작용할지는 미지수다.

도내 북부지역 지역구의원의 보좌관인 C씨는 “청주지역의 대의원을 제외하고는 대체적으로 국회의원의 영향력이 크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며 “의원들의 의중에 따라 선거 판도가 좌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구 당직자 반발 등 또다른 변수

또 다른 변수는 이른바 구 당직자들의 반발이다. 국민회의에서 민주당, 열린우리당에 이르기까지 당을 지켜온 이들은 대선과 총선 승리에 따른 논공행상이 이뤄져야 한다며 도당위원장의 정치력을 주문해왔다.
구 당직자들의 좌장격인 D씨는 “당 내부에서 변화의 기류를 감지할 수 있다”며 “설사 이변이 없더라도 홍의원이 자각과 함께 새로운 결의 다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구 당직자들은 ‘대의원 등록 과정에서도 정보를 얻지 못해 소외됐다’며 반발하고 있는데 숫자에서는 다소 영향력이 떨어지지만 도내 전역에 고른 분포를 보이는데다, 개혁진보그룹과 연합할 경우 진앙이 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청주시 당원협의회장 선거에서 1차 투표 결과 홍의원 직계인 방효무후보가 1위를 차지했지만 상위 2명이 겨룬 2차 투표에서 구 당직자인 장한량후보의 지지표가 손현준당선자에게 쏠린 것이 그 선례다. 지난 13일 열린 호남지역 중앙위원 경선에서도 현역의원 4명이 줄줄이 탈락하고 원외인사들이 약진한 것도 ‘선거는 명성이 아니라 조직임’을 여실히 드러냈다는 지적이다.

결국 홍재형의원은 ‘이겨야 본전’인 상황 속에서 살얼음판을 걷듯 조심스러운 행보를 이어가게 됐다.

한편 이날 도당위원장 선거에서는 4월2일 열리는 당의장 선거를 앞두고 예비선거를 통과한 8명의 후보를 불러 3분 스피치를 들을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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