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신문 절대강자만이 살아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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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신문 절대강자만이 살아남는다
  • 이재표 기자
  • 승인 2005.03.1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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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금 지원 시작되면 시장논리에 따라 구조조정
엄격한 자기개혁 이룬 신문만 차별대우 받게 돼

지난해 3월2일 16대 국회 마지막 날 극적으로 국회를 통과한 지역신문발전지원특별법이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또 지난 2일 이 법에 대한 개정안이 또 다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함으로써 이르면 올 상반기 안에 첫 지원이 이뤄질 것으로 보이지만, 지원대상 선정과 지원방식을 둘러싼 논란이 마무리되지 않아 자칫 차질이 우려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지원대상 선정에는 편집자율권 보장과 임직원의 형사처벌 여부, 4대 보험 체납여부 등 우선지원 기준이 엄격히 적용될 것으로 보여 지방신문 가운데에서도 상대적으로 경영적 기반이 취약한 충북의 언론들은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격’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6년 한시법, 올해는 250억원 지원

   
지역신문법은 2004년 9월23일부터 2010년 10월22일까지 6년 동안 한시적으로 효력을 갖는 특별법이다. 이 법이 한시법의 형태로 제정된 것은 어려운 지방신문을 도와주자는 ‘구제’의 성격보다 신문시장에서 우위를 점하는 강자를 등장시켜 신문업계를 구조조정한다는 시장논리를 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엄격한 거름망을 통과한 지역신문만이 인큐베이터 안에서 보호를 받고 나머지 신문은 자연스레 도태의 과정을 거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난해 법이 통과된 이후 예산안이 제때 확보되지 않는 등 이 법을 제정한 취지를 제대로 살릴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회 문화관광위원회와 문화관광부가 법만 제정해 놓은 채 올해 예산안을 미리 확보해두지 않아 뒤늦게 250억원을 예비비에서 충당하는 등 출발도 하기 전부터 삐걱거리는 상황을 연출한 것이다.

예산의 지원 형태와 관련해서도 논란이 불식되지 않고 있다. 당초 학계와 언론단체, 시민단체 등이 100% 지원을 염두에 두고 법제정을 추진한 반면, 예산을 책정하는 기획예산처에서는 영리법인에 대한 기금 ‘보조’는 불가능하다며 ‘융자’ 형태의 지원을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문제는 현재 보조형태의 지원으로 일단락됐지만, 정부 부처 간에도 지역신문법 제정 취지에 대한 공감이 제대로 이뤄지기 않고 있음을 드러냈다.

특별법에 따라 기금지원에 따른 심의·의결권을 갖고 있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장호순위원(순천향대 신문방송학과 교수)은 이에 대해 “법을 제정할 때에는 지역이 주도를 했지만 법을 집행하는 사람들은 지역 사람이 아니라 절박함을 모르는 것 같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편집자율, 재무건전성 확보 몸부림

기금지원의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기금 수혜’라는 울타리 안으로 들어가기 위한 언론의 몸부림은 이미 시작된 상태다. 이는 기금 수혜 여부가 단편적인 지원의 수준을 떠나 좋은 언론과 나쁜 언론(?)을 가늠하는 잣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잣대는 사회적인 공감대 차원을 넘어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광고배정에도 반영될 가능성이 높아 그야말로 사활을 건 진입 노력이 펼쳐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언론노련이 만드는 언론비평 주간지 ‘미디어 오늘’에 따르면 제주지역 일간지 제민일보가 최근 노사 단체협상을 통해 2006년부터 편집국장 직선제를 부활하기로 했고 편집규약도 제정했다. 또 경인지역에서 배포되고 있는 인천일보는 지난해 6월 편집국장 직선제를 도입했다.

이는 우선지원기준을 규정한 지역신문법 시행령 제16조가 편집규약을 제정·시행하는 등 편집자율권을 보장하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경우 우선 지원할 수 있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밖에 우선지원 기준은 기금 지원을 신청한 날로부터 1년 이전에 지역신문 운영과 관련해 지배주주, 발행인, 편집인 등 임직원이 근로기준법 제42조나 직업안정법 제32조 등을 위반해 벌금형 이상의 처벌을 받은 적이 없어야 한다는 내용을 규정하고 있다.

도내 신문들의 벙어리 냉가슴

도세에 비해 유난히 신문이 많은 충북지역은 과열경쟁에 따른 경영난으로 이른바 ‘규모의 경제’에서 다른 시도에 밀리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문화관광부에 등록된 지역신문은 일간지 73개, 주간지 470여개 정도인데 충북지역에 적을 둔 신문은 일간지 5개(충청투데이 제외), 일반 주간지는 25개 회사에 이른다.

문제는 지원대상 선정이 지역적 안배보다는 시행령이 정한 배점평가기준을 따른다는데 있다. 상황에 따라서는 도내 신문들이 철저히 배제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배점평가기준에 따르면 일간지의 경우 우선지원 기준 외에도 최대주주의 주식소유 비율, 부채비율, 계도지 배포 여부, 자문위원회 운영여부 등이 판단의 잣대가 된다. 또 주간지는 조세 체납여부, 유상 부수의 비율, 신문발행 지속기간 등이 적용된다.

일단 편집권 독립과 임금의 정상지급 등 우선지원 기준에서는 열외로 밀려날 수밖에 없는 충북지역 신문들은 배점평가기준에 희망을 걸고 있지만 이 또한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다.

중부매일 지용익편집국장은 “지난해 편집위원회와 독자위원회를 구성하고 신문부수 공인기관인 ABC의 예비실사도 마친데다, 부채비율도 구조조정으로 높지 않은 편”이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한빛일보 김홍균편집국장도 “경영적인 문제는 전혀 저촉되는 것이 없다”며 “편집권과 관련된 규약을 정비하고 ABC가입도 신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동양일보는 (주)동양일보의 대표이사가 수차례 임금체불 등으로 피소되고 법원으로부터 파산선고를 받은 상황에서, 제호 양도양수 절차를 거쳐 발행법인과 발행인을 각각 CNM과 조성훈씨로 바꿔 신문을 발행하고 있다.

주간지의 경우 시사주간지인 충청리뷰를 제외하고는 시·군을 단위로 하는 이른바 지역신문들이 대부분인데 옥천신문의 경우에는 조선일보 반대운동을 펼쳐 전국적인 명성을 얻은 경우다. 어찌됐든 도내 신문들은 지역 내 경쟁보다는 자기개혁을 통해 기금 수혜 자격을 갖춰야 한다는데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

언론개혁을 바라는 간절한 눈길들

결국 절대평가를 통해서 지원자격을 인정받아야 하는 상황 속에서 언론개혁을 통해 새로운 신문이 탄생하길 바라는 것은 언론계 안팎의 공통된 바람이다. 저임금을 바탕으로 관공서가 주는 광고로 연명하는 상황에서 언론이 제대로 된 감시기능을 갖기 어렵다는 것이다.

도내 일간지에서 10여 년 동안 근무해 온 A기자는 “어려운 관문을 뚫고 기자가 됐지만 자부심은 온데 간데없고 자괴감만 남아있다”며 “기금을 지원받는 언론사가 탄생한다면 당연히 그 회사를 선호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전국 지방지들의 경영난은 구조적인 문제로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2002년 중앙지의 경상이익률이 2.7%인데 반해 지방지는 -6.5%에 이르고, 부채 규모는 2460여억원에 부채비율도 785.3%로 천문학적인 수준.
2002년 전국 지방지의 평균임금은 2100만원인데 충북의 경우에는 여기에도 미치는 못하는 최저임금 수준으로 맞벌이가 아니면 가족의 생계비를 마련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공보 부서에서 일하는 공무원 B씨도 “지역신문지원법으로 언론이 자정능력을 갖게 돼 차라리 절대강자가 탄생하기를 바란다”며 지역신문법 제정에 따른 언론 구조조정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지역신문법 제정의 산파역할을 맡았던 언론관련 시민단체는 기대와 함께 우려감을 나타내고 있다. 기금지원이 언론개혁을 추동하지 못한다면 오히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난을 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전국언론개혁연대 우희창사무국장은 “기금지원은 지역 언론들이 사이비라는 오명을 벗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될 수도 있다”며 “언론 주체들이 스스로를 개혁하려는 의지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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