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진(秦)·한(漢) 이후 제(齊)·양(梁)나라의 대표적인 시문(詩文)을 모아 엮은 ‘문선(文選)’에 보면 진(晉)나라 육기(陸機)의 시 ‘맹호행(猛虎行)’이 나옵니다.

‘목이 말라도 도천의 물은 마시지 않고(渴不飮盜泉水)
더워도 악나무 그늘에서는 쉬지 않는다(烈不息惡木陰)’


아무리 목이 타도 도둑 도(盜)자 이름의 샘물은 마시지 아니하고 아무리 덥다해도 악(惡)자 나무 그늘아래서는 쉬지 않는다는 이 시는 형편이 아무리 어렵더라도 절대로 부정한 짓은 하지 않는다는 그 옛날 선비들의 결연한 삶의 철학을 담고 있습니다.

어느 해 여름 공자가 길을 가다 도천(盜泉)에 다다랐습니다. 날이 몹시 더워 갈증이 났지만 공자는 우물에 눈길 한번 주지 않고 그대로 지나칩니다. 까닭은 ‘도천’이란 ‘도둑의 샘물’이라는 뜻이므로 물을 마시는 것조차 군자로서 해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도천’은 지금의 산동성(山東省) 사수(현泗水縣)에 있는데 자고로 중국인들은 공자의 뜻을 기려 이 샘물을 마시지 않는다고 합니다.

이 시는 부정과 불의를 멀리하는 당시 중국인들의 마음가짐, 즉 시대정신을 교훈적으로 역설하고 있습니다.

3월 들어 새 학년이 시작되면서 각급 학교가 일제히 활기를 띄기 시작했습니다. 긴 겨울 방학 뒤 졸업식을 끝낸 캠퍼스에는 새로 입학한 새내기들의 부푼 기대가 왁자지껄 활기를 불어넣고 있는 것입니다.

초등학교에 갓 입학한 병아리 같은 어린아이들의 재잘거림에서부터 중·고·대학생들의 희망 찬 새 출발은 이들이 나라의 내일을 짊어질 동량(棟樑)이라는데 기대를 갖게 합니다.

하지만 귀한 자녀를 학교에 보낸 부모들 가운데는 과연 이들이 학교에서 무엇을 배울 것인가를 두고 걱정의 빛을 감추지 않습니다. 사회가 총체적으로 부패해 있는 상황에서 학교마저 뒤질세라 각종 부정이 만연돼 있기에 말입니다.

도덕적으로 가장 순수해야 할 학교가 마치 부패한 사회의 축소판이 되어 범죄로 물들고 있는 현실은 그곳이 청소년들에게 범죄를 배우게 하는 곳이 되지는 않을까, 우려를 지울 수 없기 때문입니다.

학부모의 부탁을 받은 교사가 팔을 걷고 나서서 상습적으로 학생의 시험지를 대신 써주고, 교수가 제 자식에게 시험 문제를 알려 줘 부정입학을 시키고, 교장 교감 교사가 돈을 받고 성적을 조작하는가 하면, 학생들이 집단으로 시험 부정을 자행하는 것이 우리 교육의 슬픈 현실입니다.

대다수의 학생들이 밤을 새우고 학부모들이 노심초사하는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내 자식만 좋은 학교에 보내면 된다는 일부 학부모들과 나쁜 교직자들의 비뚤어진 생각이 학교를 범죄의 온상으로 만들고 있는 것입니다.

교육은 국가 백년대계입니다. 교육이 썩고 나라가 잘 되기를 바란다면 그것은 연목구어(緣木求魚)와 같습니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양식 있는 지식인들이 다 함께 일어나 범국민적으로 도덕재무장운동이라도 벌여야 합니다. 그것만이 수렁에 빠진 이 나라의 교육을 구하는 길입니다.

도둑 도(盜), 글자 한자 때문에 더위에도 물 마시기를 기피했던 중국인들의 교훈을 배워야 합니다.   / 본사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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