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오의원과 트로이목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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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오의원과 트로이목마
  • 이재표 기자
  • 승인 2005.03.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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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표 정치부 차장
   
'닭의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고 외치던 서슬 퍼런 야당지도자가 3당 합당으로 대권을 거머쥘 때부터 알아봤지만 신념도, 소신도 헌신짝처럼 내버리는 정치권의 짝짓기와 불안한 동거는 이제 오히려 상식이 되어버렸다.

카멜레온처럼 낯빛을 바꾸는 정치인들은 크게 두 가지 유형이 있는데 하나는 지난날을 반성하며 새로운 정치지형에 순응하는 스타일이고, 다른 하나는 과거의 캐릭터를 여전히 부여잡고 연연하는 경우다.

두 번째 유형 가운데 굳이 누구를 예로 든다는 것이 좀 그렇지만 재야 운동권 인사에서 민중당 사무총장을 거쳐 한나라당 국회의원이 된 3선의 이재오의원이 대표적인 경우다. 발전적 보수를 정강으로 하는 한나라당 의원이면서도 민중성을 부각시켜 이른바 '자전거를 탄 의원'으로 통하기 때문이다.

최근 한나라당이 노무현정부 2년을 맞아 이른 화해무드의 격려편지를 보낸 것에 대한 즉각적인 반발과정 속에서도 이 같은 성향은 역력히 드러났다. 이 의원은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실업자문제와 서민생활파탄 등에 대한 책임을 물어 오히려 회초리를 들어야 한다'며 자신의 민중성을 강조했는데, '춥고 배고픈 서민들에게 따뜻한 격려를'이라는 제목부터가 그러하다.

그러나 이 글의 결론은 격려편지 사건과 여야의 행정도시 이전 합의 등에 대해서 당 지도부를 맹렬히 공격하는 것으로 집약돼, 글을 쓴 목적이 여당을 향한 것인지 아니면 당 지도부를 겨냥한 것인지 총구의 방향을 가늠할 수 없을 정도인데, 사실 그의 행적이 그래 왔다.

그 중 가장 인상 깊었던 사건은 지난해 7월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를 '독재자의 딸'로 규정하고 "오는 2007년에 그가 출마하면 100전 200패"할 것이라고 주장한 것이다. 당시 이 의원은 "아버지가 독재자라는 원죄는 아들의 병역비리로 낙선한 이회창 전 총재와 비교도 되지 않는다"며 독설을 퍼부어 여론을 들끓게 했다.

이재오의원은 지난달 중순 '광복 60주년 기념사업'과 관련한 국회 공청회에서도 '한일협정을 다시 체결해야 한다'는 요지의 발언을 한 강만길 기념사업 추진위원장을 강력히 비난한 당내 의원들과 달리 "박정희정권이 졸속, 불법으로 했는지 국회 특위에서 조사하고 필요하면 김종필 자민련 전 총재도 소환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 의원은 또 이 문제에 '여당 보다 야당이 앞장서야 한다'며 생뚱맞은 주장을 펴기도 했다.

이 의원은 아직도 자신이 민주화 투쟁을 하던 당시의 박정희대통령과 싸우고 있는 것인가? 그래서 그의 딸이 대표로 있는 호랑이 굴에서 '정신만 차리면 살아날 수 있다'고 믿으며 외롭게 저항하고 있는 것인지 헛웃음이 나오는 부분이다.

어찌 됐든 이제는 이 의원이 질기게 부여잡고 있는 민중성을 스스로 내려놓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 의원이 처음 제도정치에 발을 들여놓았을 당시에는 '민중의 정치세력화'가 요원했고 '우선은 제도권에 진입해야 한다'는 말이 곧이 들렸지만 이제는 소외계층을 대변하는 정당이 어엿하게 정치세력화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이제 더 이상 이 의원을 '트로이의 목마'라고 믿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한나라당 내에서 계파적 입장을 달리하는 사람들이 보내는 의혹의 눈길만 제외한다면 말이다.

더불어 여야의 행정도시 이전 합의가 '헌재의 판결을 또 다시 어긴 것'이라며 '수도서울을 사수하겠다'고 벌이고 있는 국회농성 등의 반발도 철저히 차기 대선과 당권경쟁을 염두에 둔 계파간의 갈등으로 비춰질 뿐이라는 것을 분명히 말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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