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5일 충북지역 기초자치단체장들이 모처럼 색깔있는 목소리를 냈다. 이날 단양군청 회의실에서 열린 도내 시장 군수협의회에서 자치단체장 3선 연임제한을 강도높게 비판한 후 헌법소원까지 제기키로 한 것이다. 명분은 이러했다. 지방정치제도 개선을 위해 후원회제도를 도입하는 대신 정당공천 및 연임제한을 폐지해야 한다는 것과, 자치단체장의 임기를 입법으로 제한해 통제하는 것은 국민의 정치의식 수준이나 지방자치시대에 걸맞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에 대한 유권자들의 반응은 썰렁하다. 정당공천 배제는 적극적으로 찬성하지만 연임제한 폐지엔 “정신 나간 사람들”이라는 비판까지 들이댄다.

민선 자치단체장의 연임을 3선으로 제한함으로써 지난 95년 6월 27일 제1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당선된 후 내리 두번을 연임하고 있는 시장 군수들은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충북에선 유봉열옥천군수가 이에 해당된다. 역시 3선에 성공했던 이시종 전충주시장은 지난해 총선에 출마, 국회의원으로 변신함으로써 연임고민을 일거에 털어 냈다.

연임제한 폐지 요구는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전국 시장 군수 구청장협의회는 이미 오래전에 이 문제를 공론화하고 여론을 조성해 왔다. 자치단체장에 대해 기존의 4년 임기를 유지한다면 규정에 의한 세 번을 맡는다고 해도 무려 12년간이나 지방행정을 주무르게 된다. 연임제한 폐지에 반대하는 사람들도 바로 이점을 주시하는 것이다. 행정의 연속성을 감안한다 해도 12년 장기집권은 지나치면 지나쳤지 결코 부족하지 않다는게 중론이다. 이것도 부족해 4선 5선을 하겠다는 발상에 많은 유권자들이 고개를 돌리고 있다.

연임제한 폐지주장에 대해선 용도폐기론까지 제기된다. 특정인이 아무리 출중하다고 해도 12년이면 그의 머리에서 나올 아이디어는 다 나온다는 것이다. 한 공직 관계자는 “나도 공무원 생활을 하는 입장에서 시책이나 정책의 일관성을 위해선 어느 정도의 연임은 바람직하다고 본다. 하지만 한 사람이 12년, 혹은 그 이상으로 지방행정을 맡는다는 것은 문제다. 모르긴 몰라도 나같은 실무 공무원들은 다 반대할 것이다. 기존의 자치단체장한테 특별히 신망받는 실세가 아니라면 말이다. 좋은 말도 두 번이상 들으면 싫증난다고 했다. 하물며 똑같은 자치단체장을 10년 이상 모신다는 건 무리다. 내 생각엔 지방행정에 절대적인 권한을 갖는 자치단체장의 연임은 아무리 길어도 5, 6년이면 족하다고 본다”고 반대논리를 폈다. 특히 농촌지역은 자치단체장의 무제한 연임을 허용할 경우 전횡에 따른 부작용이 많다는 것도 큰 문제다.

지방자치단체장의 연임 제한은 국회의원과의 형평성에도 어긋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그러나 이는 자치단체장이 행사하는 막강한 인사권을 무시한 발상이라는 비판에 직면한다. 국회의원은 능력과 역할로 평가받아 연임을 이어가지만 자치단체장은 다르다는 것이다. 자치단체장의 경우 인사권으로 얼마든지 조직을 관리할수 있고, 때문에 언제든지 아방궁의 황제가 될 수 있다는 비판이 이미 팽배한 상태다.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