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제 폐지안 표결로 법사위 통과, 3대 쟁점 법안 4월 임시국회로 또다시 연기.

'호주제 폐지를 위한 민법개정안'이 진통 끝에 28일 밤 10시20분 국회 법사위에서 재적의원 15명 중 찬성 11명, 반대 3명, 기권 1명의 표결 처리로 통과됐다.

최연희 법사위원장은 여야 합의 처리를 강조했지만 주호영·장윤석 등 한나라당 일부 의원들의 주장에 따라 표결에 부쳐졌다.

정부안과 이경숙 열린우리당 의원, 노회찬 민주노동당 의원의 발의한 법안을 중심으로 법사위 법안심사소위에서 마련한 대안은 친양자제도 도입, 부모 합의시 모성 승계 가능 등 부계혈통주의 완화, 재혼 가정 자녀의 성 변경, 동성동본 금혼제 폐지 및 근친혼 금지제도 등이 그 뼈대다.

호주제 폐지를 위한 민법개정안이 국회 법사위를 통과함에 따라 금일 본회의에서도 특별한 이변이 없는 한 통과될 것으로 보인다. 법안 통과된 후에도 2007년 12월 31일까지는 현행 호적제도를 유지한다.

한편 충청권과 수도권의 최대 관심을 모았던 '행정중심복합도시특별법'(이하 행정도시특별법)은 결국 지난 28일 국회 법사위를 통과하지 못했다.

이날 국회 법사위 통과 여부로 관심을 모았던 이 법안에 대해 위헌성 공방만을 거듭하다 오늘로 논의를 계속하기로 한 채 지난 28일 밤 11시30분 폐회했다.

최연희 법사위원장은 "금일 오후 2시로 예정된 본회의에 앞서 오전 10시에 법사위 전체회의를 열어 찬반 양쪽 전문가를 불러 위헌성 여부를 검토하자"고 제안했고, 여야 법사위원들이 이에 동의해 처리를 오늘로 미룬 채 이날 회의를 마무리했다.

한나라당 "행정도시특별법, 위헌 가능성 " 거듭 주장

한나라당 장윤석 의원은 "수도 전체를 이전하는 것은 아니지만 수도 반쪽이라도 이전하는 것은 이른바 '수도분할'"이라며 "본 의원 견해로는 반쪽 수도를 가져갔다고 하면 위헌 결정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또 장 의원은 "행정 업무를 통괄하는 총리실이 이전할 경우 헌법적으로 행정중추기능을 옮긴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하게 된다"며 "헌재로부터 위헌 결정이 날 가능성 크다"고 거듭 주장했다.

이에 대해 김한길 건교위원장이자 신행정수도대책특위 위원장은 "특별법이 논의되는 과정에서 건교위와 신행정수도대책특위에서 상당히 많은 시간 위헌성에 대한 논의가 있었으나 주무부처인 법무부가 국회 특위에 보낸 소견서에도 문제가 없다고 결론 내렸고 위헌성은 거의 없는 것으로 돼있다"며 "헌법을 지나치게 확장 해석해 입법부의 입법권을 위축시키는 것은 대단히 신중해야 할 일"이라고 대응했다.

최재천 "위헌의 구체적인 논거를 대라" "과천은 되고 왜 공주·연기는 안되느냐" 고성

최 법사위원장은 이날 오후 행정도시법 토론에 앞서 법사위원들에게 "위헌의 구체적인 논거를 대달라"며 오전 전체회의보다 진전된 논의를 주문했으나 위헌 논란은 계속 반복됐다.

열린우리당 최재천 의원은 행정도시특별법 반대 의원들을 향해 "정치적 문제제기를 정치인의 사명으로 생각하는 것 같은데 위헌논란만을 일으키고 불필요한 논쟁이 판을 친다"며 "행정부처가 대거 이전해 있는 과천은 되고 왜 공주·연기는 안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한길 신행정수도대책특위 위원장도 "과연 지난 몇 달 동안 '우리는 무엇을 했던 것인가'라는 생각이 든다"며 "위헌결정 이후 한나라당의 제안에 따라 국회 특위에서 양당이 충분히 모든 사안을 논의했는데 이제 와서 그 내용을 다시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노동당 노회찬 "법안에 하자 있다면 다시 논의해야" 한나라당 '논의 보류' 주장에 손을 들어줘

반면 한나라당 주호영 의원은 행정도시특별법이 사실상 '수도이전'이라는 기존 주장만을 되풀이 했다.

주 의원은 "행정도시특별법은 여러 측면에서 헌재 판결의 취지를 교묘하게 회피하는 탈법"이라며 "수도를 쪼개는 사실상 수도이전"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위헌 결정이 난 수도이전을 사실상 답습하고 있으니 헌재의 판결에 비춰서 법안을 정밀하게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도 "찬성과 반대 의견의 다소를 떠나 의견이 일치하지 않기 때문에 급하게 처리하면 안된다"며 "심도 깊은 논의를 하자는 주장이 문제될 것은 없다"며 주 의원의 '논의 보류'에 손을 들어줬다.

노 의원은 또 "소방서가 불을 못 끄면 파출소가 꺼야 하듯이 건교위에서 처리됐더라도 법안에 하자가 있다면 다시 논의해야 한다, (여당이) 자꾸 '여야 합의'라고 말하는데 일부 야당만 합의한 것으로 국민적 합의를 얻었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법사위에서 행정도시특별법이 논의되는 동안 박계동·이재오·김문수·배일도·심재철 의원 등 한나라당 소속 '수도이전반대모임' 의원들이 법사위장을 지키며 논의 과정을 주시하며 주 의원에게 쪽지를 통해 위헌의 논거를 제공해 눈길을 끌었다.

충청권 협의회, 행정수도법 통과 무산 위기 우려. 국회 방문 "강행처리" 촉구

한나라당의 반대로 '연기공주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 특별법안'이 28일 법사위 통과가 금일로 미뤄지자 '연기공주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 마져 무산되는것 아닌가 하는 위기감에 충청권 지역민들이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방분권운동충북본부는 "헌재의 위헌판결로 무산위기를 맞고 있던 신행정수도 건설이 이번 여야합의로 지속추진 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었다는 측면에서 미흡하지만 의미있는 진전이라 생각하며, 대승적 차원에서 수용하기로 했다" 따라서 "여 야는 이번 합의정신에 따라 금일 임시국회에서의 특별볍 제정, 2005년 토지매입, 2007년 사업착공 일정에 차질이 없도록 정파를 초월한 협력의 자세를 보여주길 촉구한다."고 말했다.

지방분권운동대전본부도 28일 오후 성명을 내고 "한나라당 일부세력이 여야 합의는 물론 한나라당 의총 결과마저 부정하고 있다"며 "이는 개인과 정파의 이익을 위해 무조건 반대만을 일삼는 후안무치"라고 비난했다.

이어 "행정도시특별법 제정 무산은 연기공주의 토지매입, 공공기관의 지방이전, 혁신도시 건설 등 균형발전 시책의 포기를 의미하는 것"이라며 "한나라당은 특별법 본회의 통과를 위해 적극 협조하라"고 촉구했다.

행정수도건설 연기군 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도 "정작 화낼 사람들은 참고 있는데 여야가 합의한 졸속안 마저 문제삼는데 분통이 터진다"며 "인내하는데도 한계가 있다"고 격양된 어조로 말했다.

한편 신행정수도 사수 충청권 협의회 관계자들은 국회을 방문, 금일 '행정도시특별법' 법사위 통과와 본회의 강행 처리를 촉구하기 위해 국회를 방문해 법사위 회의장 변경을 통해서라도 강행 처리를 촉구하며 막판 전력을 쏟고 있다.

"법사위에서 막지 못하면 본회의에서도 온몸으로 저지하겠다." 으름장

임시국회 마지막날인 오늘도 국회는 행정도시특별법의 본회의 처리를 둘러싸고 진통을 겪을 전망이다. 이재오·김문수·박계동·배일도 등 한나라당내 '수도이전 반대모임' 소속 의원들이 '결사저지'를 외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금일 오후 2시로 예정된 본회의에 앞서 오전 8시 30분에 열릴 한나라당 의원총회에서 당 지도부가 행정도시특별법의 4월 처리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육탄저지'도 불사하겠다는 각오다.

배일도 의원은 "한나라당이 한번이라도 국민 정서 쪽에 서서 '저항'하는 모습을 보여준 적이 있느냐"며 "법사위에서 통과되는 걸 막지 못한다면 본회의장에서라도 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열린우리당은 행정도시특별법은 이미 여야가 합의한 안이기 때문에 오늘 법사위와 본회의에서 표결처리하는 데 지장이 없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박근혜 대표, 1일 오후 당 '행정도시특별법' 반대 농성 의원들 면담- "당론 변경 불가" 입장 거듭 확인.

이와 관련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도 이재오·박계동·배일도 의원 등 행정도시특별법에 반대하는 의원들의 '4월 연기 처리' 주문에 대해 여전히 '당론 변경 불가'의 뜻을 재차 밝혔다.

박 대표는 이날 오후 2시 7일째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농성중인 의원들을 전격 면담했다. 이자리에서 '수도이전 반대모임' 소속 의원들은 박 대표에게 다소 격양된 어조로 "당의 단합을 위해 행정도시법 처리를 미뤄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박 대표는 이에 동의하지 않았다.

이재오 의원은 박 대표에게 "국가보안법과 사립학교법 개정안도 4월로 처리를 연기했으니 이 법도 처리를 연기해야 한다"며 "당의 단합은 내일(2일) 의총에서 대표가 어떤 판단을 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박 대표를 겨냥한 "대권욕"에 대한 독설도 이어졌다. 항의의 표시로 당직을 사퇴한 안상수 의원은 "국민의 뜻은 묻지도 않고 여야가 밀실에서 합의 발표한 것은 결국 대표의 '대권욕'에서 기인한 것 아니냐"며 "정치는 대통령 되기 위해서가 아니라 국민을 위해서 하는 것"이라며 독설을 서슴치 않았다.

농성의원들의 처리 연기 요청에 박 대표는 "여야 합의정신에 따라 마련한 이번 합의안을 당내 표결까지 가서 정해진 결과에 따라야 하지 않느냐? 입에 맞는 떡이 어디 있느냐?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할 뿐"라며 "의총 표결 결과가 반대로 나왔더라도 그것은 당의 뜻"이라고 말해 당론 변경 불가 입장을 재차 내비쳤다.

행정도시특별법안 금일 본회의 강행 처리 예상, 국보법·과거사법·사학법 등 '쟁점법안' 처리는 4월로 미뤄지나?

행정도시특별법안이 진통이 있더라도 금일 본회의에서 처리될 것으로 예상되나 국가보안법·과거사법·사립학교법 개정안 등 여당이 '개혁법안'임을 내세웠던 쟁점법안들은 이번 본회의에서 처리될지 여전히 불투명하다.

이와 관련 여야간에 행정도시특별법안을 이번 회기내에 처리하는 대신 3개 핵심 쟁점 법안 처리는 4월 임시회로 연기 처리하기로 사전 조율이 있었던것 아니냐는 추측을 낳고 있기도 하다.

여야 원내대표는 지난 28일 회담을 통해 국가보안법에 대해서는 처리 여부를 못박지 않은 채 4월 임시국회에서 다루기로 했고, 과거사법과 주식백지신탁제 도입을 골자로 한 공직자윤리법은 4월에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또 사립학교법 개정안도 국회 교육위에서 합의처리하도록 노력하기로 했지만 이것 역시 처리가 불투명한 상태다. 특히 노동계 최대의 현안인 비정규직보호법은 민주노동당의 저지 노력으로 4월 국회에서 처리하기로 여야간 공감대를 형성했다.

여당 "개혁보다는 실용주의에 무게" "개혁 실종" 거센 비판 예상.

이들 쟁점법안들에 대해 한나라당 지도부는 줄곧 민생과 경제를 내세워 '처리불가' 의견을 밝혀왔다. 김덕룡 원내대표는 당 상임운영위 등에서 "안보도 어려운데 쟁점법안을 추진하려는 여당의 일부 의원들이 있다"며 "민생과 안보를 챙기는 일에는 의지를 전혀 보이지 않고 정쟁에만 매달리겠다고 한다면 정말 문제"라고 말해왔다.

열린우리당은 "야당의 공세에 밀려 3대 쟁점법안을 처리하지 못했다"는 비판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쟁점법안 처리 연기는 여당이 개혁보다는 실용주의에 무게중심을 둔 결과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 시민단체들은 "반민주, 반인권, 반통일적인 국가보안법 생명을 다시 연장한 수구정당 한나라당과 소신도 없이 한나라당 뒤꽁무니를 쫓아가는 열린우리당의 한심한 연합은 국민과 역사에 대한 배신이자 기만일 뿐이다."고 일제히 비난하고 나섰다.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국보법·과거청산법·사학법 등 3대 쟁점 법안을 4월 임시국회로 넘기기로 합의, 2월 임시국회 처리 약속이 수포로 돌아가자 시민단체들의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국보법폐지국민연대는 28일 성명을 통해 "민주개혁을 열망하는 국민과 더불어 수구청산·민주개혁의 깃발을 들고 반개혁적 정당을 심판하고 국가보안법 등 개혁입법 과제를 투쟁으로 쟁취할 것"이라며 "정치권의 약속위반 행위를 엄중히 묻겠다"고 경고했다.

천주교인권위원회, 인권운동사랑방 등 40개 인권단체들도 규탄 성명을 내고 "사회개혁 열망으로 17대 국회를 탄생시킨 국민들은 또다시 17대 국회에 배신당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국보법은 2월 국회 내내 심의일정조차 잡지 않았고 과거청산법은 본회의에 계류돼 있음에도 합의되지 않았다는 얘기만 하더니 결국 4월로 떠넘겼다"고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을 비난했다.

이들은 또 "국회 과반수를 차지하고도 개혁입법 활동은 커녕 이라크 추가파병과 같은 반인권적 법안만 처리했다"며 "17대 국회를 개혁실종과 야합 국회로 규정, 대응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올바른 과거청산을 위한 범국민위원회도 이날 성명을 통해 "열린우리당은 한나라당의 신행정수도 처리 합의에 대한 대가로 과거청산법을 2월 회기에 처리하지 않고 미루기로 뒷거래를 했다는 의혹마저 제기되고 있다"고 실망감을 드러냈다.

'2월 처리' 약속 주관자인 김원기 국회의장이 임시국회 회기 마감 전에 외유를 떠난 사실도 지적됐다. 과거청산범국민위원회는 "국회 수장이 국회법에 따라 정해져있는 일정을 무시하고 외유를 떠나는 행태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라고 물었다.

한편 군의문사 및 민간인 피학살 유족 20여명은 이날 오전 9시부터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 열린우리당사 앞에서 과거사법 제정을 촉구하는 연좌농성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이날 저녁 열린우리당에 항의하는 촛불집회를 여는 한편, 임시국회가 끝나는 금일까지 열린우리당사 앞에서 과거사법 제정을 촉구하는 노숙투쟁을 계속 벌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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