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나라가 뜨겁습니다. 월드컵 열기가 뜨겁고 선거 열기도 뜨겁고 6월 초순의 날씨 역시 뜨겁습니다. 월드컵 열기는 날마다 전 세계인을 흥분의 도가니로 몰아넣으면서 둥근 공이 연출하는 축구의 진수를 보여줍니다. ‘덕택’에 김이 빠졌지만 선거는 ‘비방 전’으로 오히려 더 뜨겁습니다.
곡절 끝에 95년 지방자치를 다시 시작한 이래 세 번째 선거를 치르지만 선거문화는 그 때나 이제나 크게 변한 것이 없는 듯 합니다. 사람들은 막걸리도 없고 돈 봉투도 안보여 ‘재미’가 없다고들 하지만 상대방을 끌어내려 반사이익을 얻으려는 술책만은 전보다 더 심해진 것이 6·13선거의 특징이 아닌가 싶습니다.
민주주의가 정착된 선진국에 가 보면 그들은 하나같이 포지티브(Positive)전략을 구사합니다. ‘나는 이런 사람이고, 나의 정책은 이런이런 것이고, 내가 당선이 되면 이렇게 하겠다’는 것이 주된 선거운동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 반대의 선거전략으로 일관합니다. 네거티브(Negative)전략인 것입니다.
‘저 사람은 뭐가 나쁘고, 무슨 나쁜 짓을 했고, 당선돼서는 안될 사람’이라는 상대방 헐뜯기, 깎아 내리기가 선거운동의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솔직히 말해 이번 선거에 출마한 면면을 보면 당선이 돼서 정말 지역사회를 위해 사심 없이 헌신하겠다기보다는 개인의 야망을 채우겠다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습니다. 당선이 되면 4년 동안 기 좀 쓰고, 잘 먹고, 잘 살아보자는 것이 출마동기라면 지나친 표현일까요.
흔히 지방 자치를 풀뿌리 민주주의라고 합니다. 풀뿌리에서 모든 숲이 시작되듯 민주주의 역시 풀뿌리처럼 동네, 동네마다에서 출발한다는 뜻일 터입니다. 그래 지방자치를 ‘민주주의 꽃’이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지방자치가 제대로 되지 않고 큰 정치가 잘 될 리 없고, 나아가 나라가 잘 될 수 없는 것은 너무나 당연합니다.
선거란 최선(最善)의 인물을 선택하는 제도입니다. 그러나 최선의 인물이 없을 때 차선(次善)을 선택하고 차선도 없을 때 차악(次惡)이라도 선택할 수밖에 없는 것이 선거입니다.
오늘날 우리의 정치가 국민들로부터 불신을 받는 이유는 늘 최선을 선택하기보다는 차선을, 차악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인물 궁핍 때문이었습니다. 정말 가슴을 덥혀줄 그런 인물이 없었던 것입니다.
그나저나 투표일이 며칠 앞으로다가 왔습니다. 좋든 싫든 우리는 투표장에 나가 누가 됐건 한 사람을 선택해야 합니다. 하지만 그가 누구이든 ‘인간같은 인간’을’ 뽑아야 합니다. 그 동안 우리가 선거를 치르고 번번이 후회를 되풀이 한 것은 ‘인간’을 뽑지 않고 ‘꾼’을 뽑았기 때문입니다. 거짓 없는 인간, 사심 없는 인간, 겸허한 인간, 그리고 갖지 못한 사회적 약자들의 눈물을 닦아주는 그런 인간을 말입니다. 학벌이 중요하고 화려한 경력이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월드컵은 점점 열기를 더해갑니다. 월드스타들의 백출하는 묘기 속에 우승 후보 팀이 일격을 당하는 이변의 연속, 최고 팀들간의 용호상박(龍虎相搏)은 축구의 진수를 보여 주면서 보는 이들의 손에 땀을 쥐게 합니다. 축구가 축구가 아니라 축구이상의 그 무엇임을 실감나게 합니다. 정말 ‘축구가 뭐 길래...’입니다.
그런데 분명한 것이 있습니다. 그라운드이든, 선거 판이든 승부를 가르는 세계에서 영원한 승자는 없다는 사실입니다.
요즘 직장인들, 축구 때문에 일찍 귀가해 주부들 일손이 더 늘었다고들 합니다. 그러나 얼마나 좋습니까. 온 나라가 열광하는 그 감동, 정말가슴이 뜨겁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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