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방송과 인터넷을 오르 내린 후 화제의 인물로 떠오른 ‘선풍기 아줌마’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연민의 정을 느끼고 있다. 가수를 꿈꾸었던 당시의 인물은 상당히 예쁜 편이었기 때문이다. 이걸 두고 ‘긁어 부스럼’이라고 할까.

선풍기 아줌마의 비극은 아주 복합적이고 미묘한 것이나 상식 선에서 짚어본다면 무한정 예뻐지고 싶어하는 인간의 욕망과 한국인의 체형을 잘 간파하지 못한데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오(吳)나라와 월(越)나라가 심하게 다투고 있을 때 월 나라는 전략상 미인계를 쓴다. 최고의 미스 월녀(越女) 서시(西施)를 오왕 부차(夫差)에게 출가시킨다. 서시의 미모에 빠진 부차는 그녀를 위해 호화스런 궁궐을 짓고 황음에 빠진다.

오나라 백성들은 서시의 자태에 빠져 넋을 잃고 서시의 흉내를 낸다. 이를테면 ‘서시 신드롬‘이다. 서시는 가슴에 손을 얹고 얼굴을 찡그리는 버릇이 있었는데 오 나라 여인들은 멋도 모르고 이를 흉내냈다. 서시의 이같은 행동은 섹스어필과 무관하게 폐병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여인들의 이상한 몸짓을 보다못한 오 나라 남자들은 대문을 잠그거나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갔다.

몽골리언의 얼굴 특징은 둥글넙적한 만월형(滿月形), 문 페이스(Moon Face)다. 어릴 적, 시골장터에서 미아 찾기 동네 방송이 나올 때면 으레 “얼굴은 둥글고 턱은 갸름하며...”로 멘트가 시작되었다. 이래가지고서야 잃은 아이를 어떻게 찾는단 말인가. 한국인 치고 얼굴 둥글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는가.

그다음 몽골리언의 특징은 광대뼈가 불거져 있고 눈 쌍거플이 매우 적으며 코는 안장 코가 대부분이다. 앞니는 부삽모양이며 어금니의 씹는 면은 잔주름이 많고 돌기가 있는 시노(SINO)이빨이다. 그러기에 우리의 선조들은 ‘달덩이 같은 얼굴, 초승달 눈썹, 마늘 코, 앵두 입술’ 등을 최고의 미인으로 꼽았다. 얼굴부위를 모두 자연현상에 비교하여 평가한 것이다.

서양의 미인은 얼굴에 치중한다기보다 몸 전체의 균형미를 먼저 따졌다. 지중해의 거센 파도를 헤치고 떠오른 아프로디테 팔등신 미인을 최고의 이상으로 삼았다.미의 기준이 서구화되자 몽골리언 미인들은 정체성을 잃어가면서까지 성형수술을 통해 서구미인으로 변신을 시도한다. 쌍꺼풀로 만들고 콧대도 세우고 광대뼈도 깎아내고...성형수술후의 모습은 한국인을 의심할 정도로 생판 다르다.

우리나라의 신혼부부 가운데는 아이 얼굴 문제로 더러 부부싸움을 한다는 것이다. 부부 모두가 쌍꺼풀에다 콧날이 오똑한데 아이의 얼굴엔 쌍꺼풀이 없고 코도 안장코이기 때문이다. 결혼 전, 성형 수술한 사실을 서로 숨긴 채 상대방 책임이라고 싸움을 하니 우습지 않은가. 아무리 후천적으로 성형수술을 해도 유전자는 그대로 남아 후대로 전해지는 것이다.

카메라가 귀하던 시절, 사진관에서 얼굴이 잘 못 나왔다고 사진사와 싸우는 사람들이 꽤 있었다. 사진은 실물 그대로 나오는 것이다. 이런 경우 사진사의 실수라기 보다는 고객의 포즈가 잘 못될 확률이 훨씬 높다. 몽골리언은 앞 얼굴이 풍만한 대신 옆얼굴이 빈약하다. 이런 사실을 무시하고 케리 그란트나 오드리 햅번 등 외국 영화배우를 동경한 나머지 비슷한 옆 얼굴 포즈를 취해봤자 별 소용이 없다. 이런 사실을 미리 알았더라면 선풍기 아줌마의 이상한 얼굴을 막을 수도 있었을 텐데 말이다. / 언론인·항토사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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