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하 강제동원 피해 진상조사 자원봉사

   
전직 공무원인 이태우(75)씨는 요즘 충북도청 민원봉사실로 출근한다. 일제강점하 강제동원 피해 진상조사 자원봉사를 맡았기 때문이다. 일본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그는 피해자들이 가져오는 각종 자료를 번역하는 일을 맡고 있다. 이씨는 “호적등본에는 한자가 많고, 창씨 개명한 이름 그대로 있는 제적등본에는 일본어가 섞여 있다. 그리고 각종 판결문이나 증서, 자료에도 한자와 일본어가 있다. 중학교 3학년 때까지 일본어를 배웠고, 대동아전쟁 후에는 일본 영사관(현 대사관)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어 일본어를 번역하거나 회화하는데 불편함이 없어 충북도 자원봉사센터 사무국장의 소개로 일을 돕고 있다”고 밝혔다.

충북도와 국가보훈처 등에서 35년간 근무하다 지난 90년 12월 정년퇴직한 그는 이후 자원봉사자의 길로 들어섰다. 충북중소기업청 경영기술지원단장으로 4년간을 봉사하고 충북도 자원봉사센터에 소속돼 청남대, 불우시설 등지를 돌며 어려운 사람들의 손발이 돼준 그는 “바쁘지만 아직까지는 정신도 맑고, 건강해 일을 찾아서 하고 있다”고 적극적으로 말했다. 청남대에서는 일본인 관광객들에게 통역하는 일을 해왔다는 것.

일제하 강제동원 피해자들을 돕는 일에 대해 이씨는 “당시 조실부모하고 어렵게 산 사람들이 지금 60대가 되어 진상규명을 요청하고 있다. 이들은 내게도 억울한 사정을 하소연하는데 다 들어준다. 얼마나 힘들게 살았겠는가. 그런 점에서 정부의 진상규명 대책은 때늦은 감이 있다”며 “내가 하는 구체적인 일은 강제동원된 피해자들이 가져오는 자료와 실제 서류의 사실여부를 확인하고 의견서를 붙이는 것이다. 내 지식을 나라를 위해 봉사하니 자랑스럽고 기쁘다”며 웃었다. 이 업무의 실무 책임자인 우건도 자치행정과장은 “어려운 한자와 일본어를 척척 번역해 우리가 큰 도움을 받고 있다. 정말 일꾼을 만난 기분이다”고 즐거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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