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천 농업기술센터 무관심에 지역 과수 작목반 반발

요즘 제천에서는 정부가 FTA(자유무역협정) 체결에 따른 과수 농가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전문 생산 단지를 선별해 중점적으로 지원하는 FTA 이행 지원 관련 사업을 놓고 말들이 많다.

지난해 제천사과영농조합과 충북원협 제천지점이 상·하반기에 걸쳐 각각 정부에 제출한 2004·2005년도 지원 신청이 연이어 자격 미달로 탈락한 데 반해 충주와 음성 등 타지역 사업단은 정부 지원 사업 대상에 포함돼 FTA의 거센 외풍에 대항할 수 있는 든든한 버팀목을 확보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처음 실시된 이 사업과 관련해 도내에서는 상반기에 충주의 충북원예농업협동조합이 청주, 증평, 괴산 지역을 사업 권역에 포함시켜 신청한 ‘충북원협 과수산업육성’ 계획이 타시도 17개 단지와 함께 선정돼 2004년 6억원, 2005년 30억원 등 총 36억원의 자금을 지원받게 됐다. 또 하반기에는 경기도 이천, 여주, 양평 등과 연합한 음성의 ‘햇사레 과수 육성 연합사업단’ 등 전국 15개 단지가 2005년 지원 대상에 선정돼 생산시설 현대화 등에 막대한 자금을 지원받게 됐다.

여기서 한 가지 눈에 띄는 대목은 지난해 지원 대상으로 선정된 충주와 음성의 경우에는 품목별로 유사성이 있는 몇 개의 시군 작목 단체가 연합해 사업단을 구성했지만, 제천은 사과영농조합, 원협 지점 등 지역의 특정 작목 조합이 그대로 FTA 지원 사업을 신청했다는 점이다.

제천의 두 조합이 사업 대상에서 탈락한 결정적 사유가 자산 규모와 과수 면적 미달이었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연합체를 구성하지 않은 채 조합 단위로 사업 계획을 수립한 것 자체가 무리였다는 결론이다.

이와 관련해 제천사과영농조합과 원협 제천지점 작목반원들은 제천시 농업기술센터의 무성의한 태도가 사업 탈락을 불러왔다며 농업기술센터를 강력히 성토했다.

사과영농조합 관계자는 “지난해 충북도와 농업기술센터 등에서 FTA 지원 대책 설명회를 개최하면서 사업 신청과 관련한 자세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던 게 사업 탈락의 주된 원인이었다”며 제천시 농업기술센터의 무성의한 태도를 질타했다.

즉, 정부가 FTA 이행 지원 사업을 추진한 취지가 권역별로 과수 농가의 연합 사업단 구성을 유도해 생산, 가공, 유통을 공유할 수 있도록 지원함으로써 수입 개방에 따른 대외 경쟁력을 극대화하겠다는 것이었던 만큼 농업기술센터에서는 당연히 연합 사업단 구성을 독려했어야 마땅하지만, 제천의 작목반원들은 이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접하지 못해 연합사업단을 구성할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해 지난 2월 3일 열린 제천 지역 FTA 과수산업 관련 작목반장회의에서 제천농업기술센터가 제천 지역 과수 생산 농가를 중심으로 한 연합 사업단 구성에 부정적인 견해를 밝힌 것으로 알려지면서 지역 작목반원들의 반발은 수면 위로 표면화하기 시작했다.

작목반원들에 따르면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제천농업기술센터 관계자가 “이젠 충청북도도 지역별로 나뉘어서 경쟁할 게 아니라 전 지역이 연합해서 단일 브랜드 전략을 추진해야 한다”며 이미 FTA 이행 지원 사업단에 선정된 충주 소재 충북원협의 지원사업에 제천 과수 농가가 합병돼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참석자들은 “제천 사과는 약초와 함께 제천을 대표하는 특산품으로서 제천시도 금강산 고성 지구에 제천 사과 단지를 조성하고 각종 홍보 매체 등을 통해 제천 사과 알리기에 여념이 없는 마당에 제천시 농업기술센터가 제천 사과가 충주 사과 브랜드에 흡수될 수밖에 없는 일에 앞장서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강력히 항의했고, 이 같은 사실이 일반 작목반원에까지 전해지면서 과수 농가의 반발을 사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제천 지역 과수 작목반원들은 충북원협이 지원받는 FTA 관련 사업에 제천의 작목반이 합류할 경우 제천에서 생산된 사과도 충주의 브랜드인 ‘토옥’으로 유통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들어 제천시농협, 읍면 단위농협, 사과영농조합, 작목반 등을 묶은 제천 지역 연합 사업단을 구성해 2006년 FTA 이행 지원 대상에 도전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지역적 접근성이나 동질성 면에서 제천과 가까운 단양군 작목반원들이 충북원협의 사업 동참 제의를 거절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단양 과수농가와 연대한 광역 연합 사업단 구성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이 같은 지역 과수 작목반원들의 움직임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할 제천농업기술센터가 여전히 소극적인 자세로 일관하고 있다는 점이다. 심지어 제천농업기술센터의 한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제천사과가 충주에서 유통되는 사례가 많고 이것이 제천의 과수 농가 수익에 도움이 되고 있기 때문에 실현 가능성도 미지수인 제천 지역 과수 농가의 연합 사업단 구성보다는 충주와 연합해 정부 지원을 공유하는 것이 더 나을 수 있다”며 제천 지역을 중심으로 한 FTA 지원 사업에 여전히 부정적인 의견을 내놓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제천농업기술센터는 과수 영농 사업단과는 별도로 개별 농가에 지원되는 FTA 관련 사업비와 관련해 제천 지역 과수 작목반원들에게 FTA 지원 대상 단지 지정이 성사될지 여부도 불투명한 제천 연합 사업단에 소속되는 것보다 이미 지원 대상 단지에 포함된 충주의 충북원협 소속으로 정부 자금을 신청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취지로 충북원협 지원 사업 합류를 유도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대해 제천의 영농조합 한관계자는 “충북원협 소속으로 FTA 지원 대상 농가에 포함되면 제천 사과가 충주의 ‘토옥’ 브랜드로 둔갑하게 되고 여기에 지원되는 30%의 지방세도 제천 브랜드가 아닌 충주 사과에 지원되는 모순이 발생한다”고 개탄하면서 “다른 지역이 앞다퉈 경쟁력을 갖춘 연합 사업단을 구성해 FTA 이행 지원 사업을 신청할 때 제천에서는 농업기술센터의 방임 속에 자격 미달인 소규모 조합 단위로 사업이 신청돼 두 번씩이나 지원 대상에서 탈락하는 수모를 겪었다. 지역 과수 작목반 사이에서는 애초부터 제천시농업기술센터가 충북원협으로 FTA 이행 지원 사업을 몰아주려 했던게 아니냐는 설들이 파다하다”며 음모론을 제기했다. /윤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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