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누구 말이 맞는 거야.’
자구노력 차원에서 비핵심 생산설비를 매각하려는 하이닉스 반도체측의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는 가운데, 매각협상과 관련한 회사측의 설명이 명확하지 않거나 이 과정에서 불완전한 정보와 경영진의 한정된 발언을 근거로 보도할 수 밖에 없는 언론의 오보가 잇따르면서 혼선이 가중되고 있다.
비밀스럽게 진행될 수 밖에 없는 매각협상의 특성과 현재진행형이라는 시간적 제한까지 겹쳐 명확한 어법으로 말할 수 없는 입장의 회사와, 이를 받아들이고 해석해야 할 입장의 언론 양자가 의사소통 과정에서 미묘한 뉘앙스 차이를 해소하지 못함으로써 오보아닌 오보가 양산되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하이닉스 반도체의 직원은 물론 임원들조차 혼선을 겪는 등 하이닉스가 여전히 불투명한 시계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청주가 포함된 걸까
충청리뷰는 지난주 ‘청주사업장은 매각대상에 아직 포함돼 있지 않다’는 내용의 기사를 비중있게 다뤘다. 이 기사는 하이닉스반도체의 노화욱상무가 “현재로선 청주사업장의 어떤 생산설비도 구체적인 매각대상에 포함된 게 없다”고 밝힌 발언을 핵심적 내용으로 취급했다.
이런 점에서 본보 기사가 나간 직후 동아일보가 지난 12자 신문(A13면)에 보도한 하이닉스 전인백 부사장겸 구조조정본부장 인터뷰 기사는 내용의 폭발성과 의외성 때문에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다. 동아일보는 ‘하이닉스 4개 핵심 빼고 다 판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회로선폭 0.15㎛(마이크로미터)로 업그레이드하고 있는 이천공장 2개 팹(FAB)과 청주공장 1개 팹, 미국 유진공장 1개 팹을 제외한 나머지 9개 팹을 모두 매각하는 것을 검토중”이라는 전부사장의 말을 대서특필했다. 이 기사가 맞는 것이라면 노화욱상무는 본의든 아니든 기자에게 진실을 말하지 않은 셈이 된다. 과연 누구 말이 맞을까.

보도내용 부인에 전력
하이닉스측은 문제의 기사가 보도된 당일 아침부터 ‘일부 언론의 설비 매각보도에 대한 당사의 입장’, ‘설비매각 보도에 대한 하이닉스의 입장’이라는 문건을 2차례나 사내 임직원 열람용겸 보도자료용으로 발표하는 등 기사내용을 부인하느라 벌집쑤신 듯 부산했다. 하이닉스측은 해명자료를 통해 “반도체 설비중 4개를 제외한 나머지 설비를 모두 매각한다는 기사내용은 사실이 와전된 것으로, 핵심설비를 제외한 나머지 팹 모두가 매각검토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전인백부사장의 원칙론적 발언이 확대보도된 것”이라고 진화에 급거 나섰다.
하이닉스 청주사업장측도 “미묘하고 복잡한 변수가 언제 돌출할 지 모르는게 매각협상인 까닭에 모든 것을 밝히지 못하는 회사의 고충을 이해해 달라”면서도 “그러나 분명한 것은 (동아일보) 보도내용은 사실과 다르며, 0.15㎛급으로 전환예정인 팹만 핵심시설로 분류한 것은 기자의 자의적 해석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원칙적으로 모두 대상?
실제로 청주공장은 0.25㎛ 팹을 비롯, 0.18㎛ 0.16㎛ 0.15㎛ 0.13㎛ 팹등 모두 5개 팹이 있는데, 문제의 기사대로라면 1개팹이 아니라 2개 팹을 제외한 3개팹만 매각대상에 포함돼 있어야 한다. 더구나 0.16㎛ 팹은 0.15㎛ 팹과 기술차이가 크게 없어 0.15㎛ 팹으로 업그레이드가 가능하다. 그런 점에서 회사측 항변대로 동아일보의 보도가 모두 사실에 근거한 것은 아닌게 분명해 보인다. 다만 청주공장의 5개 팹중에서 과연 몇 개가 매각대상에 포함돼 실제로 팔릴지 최종 결과표가 나와봐야 현재의 논란은 보다 정확하게 가려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하이닉스측은 문제의 보도로 무엇보다 회사 임직원들이 동요하지 않도록 신신당부하는 등 집안단속에 어느 때보다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임철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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