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은 산외초 17회 졸업생 28명에 명예졸업장 수여

▲ 17일 보은 산외초등학교 77회 졸업식에서 일제시대에 창씨개명으로 일본식 졸업장을 받았던 28명의 17회 원로졸업생들이 학교측의 배려로 명예졸업장을 받았다. "동무들아 다시 만나니 반갑구나" 충북 보은군 산외면 산외초등학교가 17일 제 77회졸업식에서 지난 일제치하에서 창씨개명을 강요당해 낯선 졸업장을 받아야 만 했던 17회 원로 졸업생 28명에게 명예졸업장을 수여하는 이색 졸업식을 열어 눈길을 끌었다.지난 1945년 일제 강점기에 낯선 졸업장을 받았던 이들은 모두 68명, 이중 당시 학급 반장을 맡았던 박영식 옹(74·보은군 산외면 오대리)을 비롯한 28명(남자 22명 여자 6명)의 노인들이 학교측의 배려로 명예졸업장을 받은 것. ▲ 17회 명예졸업자가 학교측으로부터 한글로 쓰여진 졸업증서와 당시 졸업사진이 담긴 졸업장을 전달받고 있다.

60여년 만에 한글 졸업장을 받아 든 노인들은 저마다 벅차오르는 감격에 눈시울을 적시면서도 증손자뻘 되는 77회 졸업생 14명에 각각 수여되는 상을 보며 "우리 땐 저런 것 없었지"라며 부러운 시선을 보내기도 했다.

서병욱 교장은 "조국을 잃고 이름마저 빼앗긴 선배들의 한을 위로해 주고, 후배들에게는 민족정신을 일깨워 주는 좋은 자리였다"라고 졸업식의 의미를 전했다.

이날 명예졸업식은 지난해 3월21일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동창회를 원로 졸업생들이 열면서 우연히 학생 기록부에 적힌 치욕적인 일본식 이름을 보고 학교측에 '한국식 이름을 되 찾아달라'는 청원서를 내면서 성사됐다.

   
  ▲ 명예졸업장
학교 측과 총동문회도 선배들의 간절한 요청을 받아들여 60년 전 촬영된 사진과 함께 정성스레 만든 명예졸업장을 준비해 전달했다.

명예졸업장을 받은 박영식(74·보은군 산외면 오대리)옹은 "다케야마에이쇼쿠라는 이름으로 졸업장을 받았는 데 뒤늦게 나마 내 이름 석 자가 적힌 졸업장을 받으니 기쁘다"며 "독립이 된지 수십년 흘렀는데 우리는 이제야 독립을 맞은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77회 졸업생 14명(남 8명 여 6명)은 17회 졸업생 선배들이 정성들여 준비한 '한한사전'과 산외초등학교 총 동문회 등에서 준비한 10여만원의 장학금을 전달 받으면서 선후배간의 정을 나누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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