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역자치단체간 연대에서도 외톨이, 충북 소외 우려
서울연락사무소 없어 안테나 없는 도정 ‘무기력’

   
최근 각종 국책사업과 현안을 둘러싸고 광역자치단체 사이에 발빠른 공조가 이뤄지고 있지만 이원종충청북도지사 등 충북지역 단체장들은 지역행사에만 얼굴을 내미는 등 안방관리에 치중하고 있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

더욱이 이원종지사의 소극성은 중앙부처를 상대로 한 대외활동과 도내 의견통합에 있어서도 그대로 드러나 충북의 경쟁력을 총체적으로 약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염홍철대전시장은 지난 11일 이명박서울시장과 손학규경기지사, 안상수인천시장 등을 만나 행정수도 이전 후속대책과 관련해 의견을 나눴다. 염홍철시장은 다음달 2일까지 계획된 임시국회 기간에 후속 조치 특별법을 성사시켜야 한다는 판단 아래 이 달 말 예정인 해외일정을 취소하고 승부수를 던진 것으로 알려졌다.

염시장은 이에 앞서 지난 4일 한나라당 박근혜대표 앞으로 보낸 편지에서 “한나라당이 정부안에 상응하거나 상회하는 행정수도 후속 정책을 하루빨리 발표하지 않으면 충청권에서 엄청난 반발이 있을 것”이라며 탈당의사까지 내비친 사실을 공개했다.
염시장은 또 이 편지에서 박근혜 대표가 호남고속철도 분기역으로 충북 오송을 지지한 것과 관련해 “특정 지역 지지발언을 철회해 달라”며 강력히 항의한 것으로 밝혀졌다.

호남고속철도 분기역 유치와 관련해 충북과 경쟁하고 있는 충남의 심대평지사도 이미 전북과 광주, 전남의 여론을 천안 지지로 모아 분출시키고 있다. 오는 24일 호남고속철도 분기역 결정과 관련한 3차 추진위원회가 열려 항목별 평가위원을 선정할 예정인 가운데 광주와 전주, 목포, 정읍, 익산 등 호남지역의 상공회의소가 공동성명을 발표하는가 하면 호남지역 구청장, 지방의원들의 천안지지 성명이 잇따르고 있는 것이다.

충청남도는 이미 2년 전 전북지역의 지지를 이끌어낸 뒤 광주, 전남지역에 대한 공략에 나서 호남의 여론을 통일했다. 염홍철대전시장과 심대평충남지사의 광역단체간 발빠른 공조는 최근 한나라당의 대권 예비경쟁으로 불거진 대선 예비주자들의 남진정책과 맞물려 가속화되고 있다.

이명박시장이 지난해 12월17일 전남도청에서 박준영 전남도지사와 서울·전남 간 우호교류협정을 체결하자 지난달 27일 손학규지사가 심대평 충남지사와 경기·충남의 지역상생 협약식을 가진 것이다.

특히 경기와 충남은 도계를 사이에 두고 맞닿아 있다는 점에서 단순한 교류 차원에 그치지 않고 적극적인 공조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경기와 충남은 매달 국장급 정례회의를 여는 등 지역 발전을 위해 머리를 맞대기로 해 이해가 엇갈리는 국책사업과 관련해 충북의 고립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밖에 이명박시장이 지난 11일 행정수도 이전 후속 대책과 관련해 염형철대전시장에게 충청권에 광역경제특구를 만들기 위한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고 밝힌 것도 당사자 가운데 하나인 충북을 당혹스럽게 하는 부분이다. 염시장도 이에 대해 “이 시장이 충청권 발전에 대한 관심과 대안까지 얘기를 해서 상당히 흡족했다”며 “신행정수도 문제로 국론 분열이 안 되도록 같이 협조하기로 했다”고 발언한 것으로 알려져 같은 당 소속 단체장 사이의 논의 구조 속에서도 충북만 배제됐다는 지적이다.

중앙 협력에도 소극적, 서울연락사무소도 없어
충북은 중앙 부처와 국회를 대상으로 한 대외활동에 있어서도 소극적인 자세로 일관하고 있다.대외활동에 있어 충북의 소극성은 중앙 부처와 국회 등을 대상으로 정보수집과 신속 대응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서울연락사무소를 두지 않고 있다는 데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대부분의 광역단체가 서울사무소를 두고 있는데 반해 충청북도는 국제통상 지원센터만 서울에 두고 5급과 6급 직원 2명을 파견했을 뿐이다.

이처럼 정보수집과 대응에 필요한 안테나를 갖추지 못하다보니 부처별로 다음 해 예산안을 수립해 기획예산처로 올리는 5~8월까지도 중앙에 올라와 협력활동을 벌이는 충청북도 공무원은 찾아볼 수 없는 상황이다. 국회의원 보좌관인 A씨는 다른 시도의 경우 단체장이나 부 단체장이 국회와 관련 부처를 오가며 줄을 서 기다리는 것과는 너무나 대조적이라며 도지사 등 충북지역 단체장들의 소극성을 꼬집었다.

A보좌관은 “충북의 대정부 협력활동이 감나무 밑에서 감이 떨어지기를 기다리는 격”이라면서 “단체장들이 먼저 세일즈 의식으로 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예산편성 과정에서 대정부 협력활동을 가장 활발하게 벌인 충북지역 인사는 자치단체장이 아닌 김승택 충북대병원장으로, 김 원장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찾아가거나 전화를 거는 스토커식(?) 활동으로 의료장비 구입비 등 20여억원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충청북도는 노무현정부가 들어서면서 강화된 이른바 톱다운(Top-Down)방식의 예산분배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톱다운 방식이란 특정사업에 대한 예산을 골고루 분배하는 것이 아니라 계획이 구체적이고 수행능력과 의지가 있는 자치단체에 몰아주는 방식이다. 예산지원의 기조가 이처럼 크게 변했지만 충북은 시대의 변화를 따라 잡지 못하고 중앙정부에서 일괄 분배하는 예산만 기다리는 구시대적 관행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정보통신부 차관 출신으로 17대에 국회에 입성한 변재일의원(청원)이 지난 1일 지역내 인사들을 대상으로 2005년 국가연구개발사업에 대한 설명회를 가진 것도 이같은 관행을 개선하기 위한 것이었지만 자치단체의 참여는 저조했다. 이날 설명회는 6조원이 넘는 국가의 연구개발비 가운데 70% 정도인 4조3000억원이 몰려있는 정통부와 산자부, 과기부, 교육부의 연구개발사업과 지원대상, 예산신청요령 등을 브리핑하는 자리였다.

중앙 부처에 몸담고 있는 한 지역 인사는 “콩나물에 물주기식의 지원은 앞으로 더욱 더 줄어들 것”이라며, “연락사무소를 시급히 설치하고 중앙 부처를 대상으로 한 각종 협력에 필요한 예산을 대폭 늘리지 않는다면 더욱 참담한 상황에 빠지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시군 간 조정자 역할마저 실패한 충청북도
충청북도는 외부에서의 실패를 안에서 만회하기는커녕 조정자 역할마저도 제대로 해내지 못하고 있다. 도내 시군 간의 갈등과 이해를 조정하는데 있어서도 번번이 실패해 각종 국책사업과 현안에 대한 경쟁력을 더욱 떨어뜨리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후보지가 결정된 태권도공원 조성사업의 경우 진천군과 보은군이 행정력을 총동원해 경쟁에 나서고도 1차 평가에서 탈락한 것이 그 예다. 이는 무주를 단일 후보로 추천한 전북이나 춘천, 강릉, 원주 가운데 춘천을 실질적 후보로 밀었던 강원과 대조를 보이는 것이다.

이같은 오류는 국가대표 제2선수촌과 축구센터 후보지 경쟁에서도 되풀이 됐다. 음성군에 이어 진천까지 발목잡기식 경쟁에 나서 축구센터의 경우 천안시에 자리를 내준 것이다. 축구센터는 2002월드컵 잉여금 375억원을 권역별로 모두 3개 시군에 지원해 축구관련 시설을 건립하는 것으로, 천안, 창원, 목포가 권역별 최종 후보지로 선정됐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후보지 경쟁에 나섰던 도내 시군 사이에 앙금이 가라앉지 않고 있어 앞으로도 당분간은 상호 발전적인 관계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실제로 진천에 밀려 제2선수촌 입지경쟁에서 탈락한 음성군민들은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법원에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는가 하면 지난 2일에는 서울 태릉선수촌에서 1200명이 상경 시위까지 벌여 지역의 경사가 될 일이 오히려 집안 간 싸움으로까지 비화되고 있다. 충청북도는 이에 대해 적극적으로 중재에 나서지 못해 다툼의 근본적인 원인을 미리 제거하지 못한데 이어 조정자 역할마저 하지 못한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

이에 앞서 충청북도는 지난해 청원시 승격 추진으로 불거졌던 청주시장과 청원군수의 갈등에 대해서도 방관하는 자세로 일관하다가 뒤늦게 중재에 나서 빈축을 사기도 했다. 청주시와 청원군은 최근에도 통합 여부를 둘러싼 논란에 다시 불을 지피고 있지만 조정 및 지휘자 역할을 해야 할 도지사가 뒷짐만 쥐고 있을 경우 주민들만 농락당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는데 ‘통합시가 되면 시장 출마를 포기하겠다’며 적극적으로 나오는 한대수시장의 통합론은 이원종지사의 이러한 미온적 대처때문에 선거용 카드이거나 도지사자리에 도전하기 위한 명분용 사전포석 이라는 오해를 사고 있다.

결국 선거를 염두에 둔 전시용 사업이나 치적을 위한 소모성 경쟁이 늘어나는 지방자치의 역기능을 광역자치단체가 조정하지 못할 경우 광역자치단체와 기초자치단체의 동반 추락은 불 보 듯 뻔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이래저래 이원종도지사의 과감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