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간사 <충북학연구소>

충북지역은 역사적으로 보면 이미 통일신라시대에 서원경, 중원경을 중심으로 지방 정치와 문화의 중심지로서 특유의 독창적인 지방문화를 형성하기 위한 기반을 다져 왔다. 우리 역사상 지방의 토호세력이 가장 성했던 시기는 나말여초 때라고 할 수 있고 이들 삼국의 접경지로서의 지정학적 위치로 인해 우리지역에는 지금까지 다양한 불교유물이 전해 오고 있다.

특히 신라말 후삼국시대의 충북지역은 매우 중요한 전략적 요충지였던 관계로 견훤과 궁예 그리고 후에 삼국을 통일하여 고려를 세운 왕건에 이르기까지 충북의 호족세력을 무시할 수 없었다. 이러한 중앙세력과 지방세력과의 관계에서 이 지역만의 독특하고 수준있는 문화를 갖게 되는데 불교도 예외는 아니었다. 청주의 용두사지철당간과 충주지역에 많은 사례가 전하고 있는 철불들은 그 대표적인 사례라 하겠다.

우리 고유의 문화라고 하면 천년 역사의 불교문화를 빼놓을 수 없듯이 우리의 생활 곳곳에는 불교의 영향을 받지 않은 곳이 하나도 없다. 특히 8만 4000의 법문이라 일컫듯이 오랜 역사 동안에 전파된 해당지역의 고유한 문화와 결합하여 그 내용과 형태는 매우 복잡한 다양성을 띠게 되었던 것이다.

현재 우리지역에 전하는 사찰문화를 북부권으로부터 개략적으로 살펴보면, 우선 제천지역에는 수려한 자연환경을 배경으로 정방사, 무암사 등 산중고찰이 있고 또 단양지역에는 천태종총본산 소백산 구인사가 이 지역의 불력(佛力)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또 중원경의 중심도시인 충주지역에는 신라말 비운의 역사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덕주사와 미륵대원사지를 비롯하여 고려시대 철기문화의 중심지답게 아직도 많은 철불이 남아 전해온다. 음성지역에는 가섭사, 미타사, 화암사 등 이름만큼이나 예쁜 비구니 사찰들이 자리잡고 있다. 청주지역에는 통일신라시대로 거슬러 올라가는 운천동사지를 비롯하여 현존하는 최고의 금속활자인 직지가 인쇄된 흥덕사지가 있다.

또한 청주의 진산인 우암산자락은 서원경의 치소와 관련되어 주목되어 왔듯이 아직도 많은 불교의 흔적을 보여주고 있다. 청원군에는 다람절로 불리던 현암사, 괘불제로 유명한 안심사가 있으며, 괴산으로 가면 낙영산자락의 공림사와 채운암 그리고 비로자나불로 유명한 각연사 등이 있다. 생거진천 땅에는 저녁종소리 은은한 영수암을 비롯하여 20세기 전통 목조건축의 총아 통일대탑 보탑사를 빼놓을 수 없다.

충청, 호남, 전라 삼도의 접경지인 남부권으로 내려가면 금산사와 더불어 미륵신앙의 중심지인 법주사와 천년고찰 천태산 영국사 그리고 반야사, 중화사 등은 남부권의 중심사찰로서 면면히 그 법등을 밝혀오고 있다. 아는 것만큼 보인다고 했듯이 평소에 무심히 지나치던 이러한 유물들도 그 본래의 의미와 배경에 대해 알고 나면 또 다른 모습으로 보여지게 된다. 사찰의 경우 들어서는 일주문에서부터 석등과 탑을 거쳐 대웅전에 이르기까지 불국토의 이상을 담아 가지런히 배치되어 있다. 특히 사찰의 장식하고 있는 다양한 문양과 조형물들은 불교에 담겨 있는 뜻을 그대로 전해주는 살아있는 문화의 표상이라 하겠다.

책이 발간되기까지 자료협조를 아끼지 않으신 도내 각 대학박물관과 도청 및 각 시군의 해당 실과는 물론이고, 특히 표지에 법주사 그림을 싣도록 허락을 해주신 화가 이호신 선생님께도 이 자리를 빌어 감사의 말을 전한다. 이번에 발간된 충북사찰기행서가 타 지역 사람들에게 우리문화의 독창성과 창의성을 알림은 물론 지역민들 또한 우리 고유의 불교문화에 대한 이해와 관심의 폭을 넓히는데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

2001년 12월 충청북도 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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