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16일 전후해 청주예술의전당서 공청회 개최하자

김승환 교수(충청일보 바로세우기 범도민대책위 공동대표)는 지난 2일 '충북인뉴스' 글을 통해 2월 16일을 전후해 청주예술의전당 대회의실에서 각 3명씩 참가하는 공청회를 열자고 제안했다.

다음은 김 교수의 글 전문이다.

가상하다, 조충 전무

조 전무께서는 글로 싸워보자고 결투를 청하셨다. 참으로 가상한 일이다. 당랑이 거철하지만 그 용감한 기백만은 인정해 주기로 하겠다. 아무리 그렇더라도 싸우려면 낫이라도 들고 검객(劍客)으로 나서야 할 것 아닌가! 글의 검객을 자처하는 조충 전무가 든 것은 부뚜막에서 쓰이는 부지깽이다. 숨 검댕 뭍은 부지깽이로 시퍼런 칼에 맞서보겠다고 한다면 한판의 희극밖에 더 되겠는가? 앞으로 조전무님은 글을 쓰실 때 하다못해 헌 낫이라도 숫돌에 갈아서 나오실 것을 권한다.

스페인에는 투우라는 묘한 결투가 있다. 천 킬로가 넘는 전투적인 소와 사람의 대결인데 마지막 죽음의 장면이 특이하다. 검객인 투우사가 전광석화처럼 소의 등골에서부터 심장을 가로질러 깊숙이 꽂아 넣는 일발필살(一發必殺)의 검이 장관이다. 일초 정도의 이 필살의 검을 맞은 소는 무엇에 찔렸는지, 자신의 폐부에 어떤 상황이 일어났는지 모르는 채 멍한 눈으로 투우사를 바라본다. 누가 자기를 찔렀는지도 모르며 속절없이 죽어야 하는 자신의 운명도 모른다. 한동안 아무런 움직임도 없다가 마침내 앞발을 검투사 앞에 꿇고 장렬하게 무너져 내린다. 글도 그렇게 쓸 수 있다. 기사회생(起死回生)의 글이 있는가 하면 일발필살의 글도 있다. 일발필살의 글을 쓸 수 있다고 하더라도 나는 그런 글은 쓰지 않을 것이다. 너무나 잔인하기 때문이다.

조전무께서 김승환 교수에게 보낸 글은 수준 이하이기 때문에 논박할 가치가 없다. 하지만 가련하여 몇 마디 알려줄 것이니 경청하시라. 조전무님께서 흥분하신 것은 글을 잘못 읽었기 때문이다. 예를 들자면 ‘하늘이 친다’가 무슨 의미인지 모르므로 비나리로까지 짐작해 보았지만 흥분이 낳은 기발한 억측이다. 이 다섯 글자를 이해하려면 천명사상(天命思想)과 춘추대의론 그리고 기초적인 주자학과 성리학(性理學)의 이기철학 정도는 알아야 한다. 그리고 한 가지만 더 알려드린다면 글의 기법은 하늘의 목소리를 가탁한 가성법이다. 글로 결투를 하려면 상대 글의 정신이나 기법 정도는 희미하게라도 짐작할 수 있어야 실수를 하지 않는 법! 지금 여기는 한가한 무대가 아니라 검광이 달빛을 무색케 하는 실제 전투임을 명심하시라. 아직 나는 글의 검(劍)을 휘두르지도 않았다. 칼은 다만 칼집에서 울고 있을 뿐, 빈 칼 그림자만 그믐달을 가벼이 스친 정도다. 달빛에 흔들리는 그 미세한 기운에 이처럼 흥분을 한다면 조전무시어, 정녕 칼은 어찌 받아내실 것인가?

조충 전무께서는 김승환 교수가 돈을 받았을지 모른다는 발언을 했다. 박장대소 하하하, 딱하고도 딱하다. 충청일보 사태의 일에 돈을 받았으리라는 상상은 조충 전무의 세계관이다. 충청일보 사태의 일에 돈을 내고 일을 한다는 것이 김승환 교수의 세계관이다. 세상을 그렇게 인식했을 때, 상황이나 본질에 대한 이해가 달라지는 것은 물론이고 목표나 해법도 달라진다. 충청일보 경영자들께서 노동위원회 판정이 전혀 이해가 안 되는 것도 그런 맥락이다. 자신들이 올바른데 무엇인가 일시적으로 잘못되었다고만 생각할 것이다. 세상으로부터 자신들이 얼마나 고립되어 있는지 모르며 아직도 시대착오적인 환상에 빠져 있으니, 참으로 한심한 일이다. 이를 일러 각주구검(刻舟求劍)이라고 한다. 부디 세상을 정직하고 진실한 눈으로 보기 바란다.

조충전무께서는 김승환 교수가 돈을 내면서, 그리고 앞으로도 어떤 개인적 이익도 없으면서 이런 일을 하는 것이 전혀 이해가 되지 않을 것이다. 유사한 예가 있었다. 2002년 봄, 전직 문화부 기자 한 사람도 충북민예총이 돈에 관하여 부정할 것이라는 비판이 아닌 패악의 기사를 반복해서 여러 번 쓴 적이 있다. 당시 충북민예총 회장이었던 도종환 시인과 청주민예총 회장이었던 이홍원 화백은 그로 인하여 큰 정신적 상처를 받았다. 건전한 비판이 아닌 패악이었고 반성과 사과가 없었으므로 그 대가는 반드시 치르게 될 것이다. 나를 포함한 충북의 시민운동가들은 시민․민중운동을 하면서 간혹 공식 회의비나 심사비를 받는 적이 있지만 그 또한 공적(公的)으로 사용할 뿐, 돈을 받지 않는다. 따라서 그러한 인식방법은 조충 전무 개인의 생각이라기보다는 지금까지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던 모순과 부패의 표징(表徵)이므로, 조충이라는 한 개인을 탓하지는 않겠다.

여하간 조전무께서는 <공청회>를 개최하자고 제안하셨으므로, 그 제안에 대하여 기꺼이 응할 것임을 공개적으로 밝힌다. 조전무님께서 글에 쓰신 대로라면 언제 어디서나 괜찮은 것으로 읽히니 2005년 2월 16일(수)이나 그 전후, 청주 예술의 전당 대회의실에서, 각 3명의 패널로 구성할 것을 제안한다. 그리고 지헌정 사장님과 조충 전무님 두 분을 포함하여 세 분이 참석하기를 원한다. 인간일언중천금(人間一言重千金)이니 비겁하게 공청회를 회피하는 일은 없기 바란다. 이쪽에서는 김승환 대책위 대표와 문종극 노조위원장을 포함한 세 사람이 참석하겠다. 공청회를 열어 청천백일하에 무엇이 잘못인지를 가려보기로 하자. 지금이라도 충청일보 노조를 와해하기 위하여 위장폐업을 했다는 판정을 겸허하게 인정한다면 우리도 인정(人情)이 없는 사람들이 아닌즉, 그리 협량(狹量)하게 대하지는 않겠다.

거듭 천명(闡明)하건대 나는 누구를 가슴 아프게 만들거나, 고통스럽게 하고 싶지 않다. 이 지역의 주요 현안인 충청일보 문제를 슬기롭게 풀어보고, 민주적인 언론 환경을 만들며 공익(公益)을 위하여 다수가 좋은 쪽으로 해결하고자 할 뿐이다. 나는 충북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의 대표로 내가 사는 이 땅 충북이 이런 문제로 논란에 휩싸이지 않도록 하며, 지혜와 슬기로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보잘 것 없는 노력을 보탤 뿐이다. 따라서 임광수 회장님은 물론이고 지헌정 전 청주시장님이나 조충 전무님, 임재업 국장 등 개인에 대한 어떠한 감정도 없다. 또한 지금까지 개인을 비난하거나 비방한 적이 없고 또 없을 것임을 글로 밝힌다.

나는 이 논쟁의 과정이 나쁘다고만은 생각되지 않는다. 이러한 절차 역시 민주주의 사회에 중요한 것이다. 아울러 지헌정 사장님이나 조충전무께서 화가 나셨다면 본의는 아니었지만 죄송하며, 그에 대한 사과로 훗날 한 잔 술을 드릴 것을 약속드린다. 웃음과 아량을 잃지 않는 사회가 되기를 희망하면서 이 글을 줄인다.

세밑의 눈발을 그리면서 2005년 2월 2일 김승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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