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단체장 공천배제 열린당 찬성, 한나라당 반대

기초자치단체장의 정당공천 여부가 여야의 핵심쟁점으로 떠올랐다. 차기 지방선거(2006년 5월 31일)가 실제적으로 l년밖에 안 남았기 때문에 정당공천여부는 이번 임시국회에서 반드시 결론이 나야 혼선을 피할 수 있다. 열린우리당은 기초자치단체장의 공천배제에 찬성하는 반면 한나라당은 반대한다.

여야가 내세우는 명분은 똑같이 지방자치 정착과 정치발전이다. 그러나 여야의 속셈은 다르다. 전국의 기초단체장중 현재 60% 정도가 한나라당 소속이다보니 여당은 아무래도 정치적 부담이 클 수 밖에 없고, 반대로 정권창출이 지상과제인 야당은 기초자치단체장 공천권만 잘 활용하면 대세를 형성하는데 훨씬 유리하다는 현실적 판단이 앞서는 것이다. 정치권의 논란이 있을 때마다 전국 시장 군수 구청장협의회는 줄곧 공천배제를 강력 요구해 왔다. 이 문제 역시 지금까지는 기초단체장이라는 수요자보다는 공급자(정치권) 논리에 좌우되어 왔다.

기초단체장 공천논란은 지난 18일 열린우리당 임채정의장이 신년교례회에서 “기초자치단체장의 정당공천은 지방자치행정에 절대 도움이 안 된다”며 재검토를 시사함으로써 본격 불거졌다. 전국 시장 군수 구청장협의회는 이에 응답이라도 하듯 24일 일간지에 ‘기초단체장 후보의 정당공천 폐지는 정치부패를 없애는 개혁’이라는 광고를 실어 분위기를 띄웠다. 하지만 이 문제는 지난해에도 한바탕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지난해 7월, 당시 허성관 행자부장관이 공식석상에서 잇따라 공천배제 방침을 밝히자 야당이 “정치적 의도가 깔려 있다”며 들고 일어난 것.

 이 때도 전국 시장 군수 구청장협의회는 잡지 ‘자치뉴스’를 통해 기초단체장 공천에 따른 제반 문제점을 조목조목 적시해 여론을 확산시켰다. 이처럼 당사자들이 공천폐지를 강력 원하기 때문에 열린우리당으로선 비록 무산되더라도 손해볼 건 없다. 논란의 확산 자체가 되레 득이 된다는 계산이다. 지금으로선 유권자들의 대세도 공천배제 쪽이다. 상대적으로 한나라당의 입장에선 이 문제가 정치권의 ‘쟁젼으로 부상하면 할 수록 정치적 부담은 커지게 된다.

정당공천 여부에 가장 촉각을 곤두세우는 사람들은 물론 현직 시장 군수다. 충북의 경우 정당의 존폐 기로에 놓인 자민련 때문에도 공천문제는 폭발력이 크다. 현재 도내 시장군수들의 정당 분포는 한나라당 청주(한대수) 충주(한창희) 제천(엄태영) 영동(손문주) 증평(유명호), 자민련 청원(오효진) 괴산(김문배) 음성(박수광), 열린우리당 옥천(유봉렬), 무소속 진천(김경회) 단양(이건표) 보은(박종기) 등이다.

이중에서도 특히 선거가 임박할수록 고민이 커지는 측은 자민련 소속 시장 군수들이다. 얼마전 진천 김경회군수가 태권도공원 유치 무산을 이유로 자민련을 전격 탈당한데 이어 나머지 자치단체장들도 탈당설에 휘말리고 있다. 현 정당구도상 자민련 소속으론 대세를 타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자민련 김학원대표가 지난 31일 신년기자회견을 통해 최근 불거지는 한나라당과의 합당론을 일축하고 보수 대연합을 천명했지만 충북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한 때 충청권의 맹주였던 자민련은 심대평 충남지사의 당 간판론이 무산된 후 충북에서도 좀체로 당세회복의 기운을 보이지 못한다. 이런 상황이 내년 지방선거까지 계속된다면 현 자민련 소속 시장 군수들은 어차피 남든 떠나든 정치적 승부수를 던져야 하는 상황에 몰리게 된다. 때문에 정당공천 배제는 충북에선 엉뚱하게도 논쟁의 당사자가 아닌 자민련 소속 단체장들에게 불감청고소원의 혜택(?)을 안길 수가 있다. 열린우리당 유봉렬 옥천군수는 이미 민선 3선에 해당되기 때문에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이미 이 지역에선 강력한 후계자가 나타나 공천여부에 상관없이 주목을 받을 조짐이다.

한나라당 소속 자치단체장들도 자민련 소속 못지않게 공천여부에 관심이 많다. 신행정수도 때문이다. 신행정수도 문제는 어차피 다음번 지방선거에서도 충북의 최대 변수가 된다. 특히 지난 17대 총선에서 대통령 탄핵과 함께 행정수도의 족쇄에 묶여 충북에서 단 한석도 얻지 못한 한나라당으로선 여전히 이 현안이 부담스럽다. 지금의 추세라면 행정수도 논란은 앞으로도 지루한 공방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어 특별법을 무산시킨 한나라당으로선 수세적 입장에서 좀체로 벗어나기가 힘들다.

열린우리당이 행정수도 논란의 ‘약발’을 내년 선거에까지 이어간다면 설령 한나라당이 전국적으로 앞선 지지도를 보인다고 하더라도 충북, 충청권에선 고전할 게 뻔하다. 이런 마당이라 기초자치단체장의 정당공천 배제는 한나라당 소속 시장 군수로서도 크게 반길 일이다. 차라리 그동안의 실적과 인물로써 심판받는게 훨씬 유리하다는 판단이 서는 것이다. 실제로 현직 자치단체장의 경우 출마에 따른 가장 큰 변수는 정당공천 즉 당적관계다. 능력이 출중한 시장 군수라도 정당 바람이 잘못 불면 한방에 나가떨어지는가 하면 부적격한 인물도 정당만 제대로 타면 엉겁결에 ‘지방대권’을 거머쥘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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