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을 생각한다]공항 단상(斷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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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을 생각한다]공항 단상(斷想)
  • 충청리뷰
  • 승인 2002.05.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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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논문 발표차 주말을 이용해서 잠깐 외유를 했다. 청주공항에는 차편이 없어 인천공항을 이용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면서 드는 단상들이 여간 심난한 것이 아니었다.
아침 비행기라서 새벽에 떠나는 인천공항행 버스를 탔는데, 문제는 서울 근처의 휴게소에서 나를 버려놓고 버스가 훌렁 가버린 것이었다.
짐도 작아 좌석 옆에 놔두고 떠났는데, 그 때의 황당함이란. 실소는 뒤로 하고, 버스회사로 전화를 해도 자동응답기라서 대답이 없고, 결국 가경동 파출소에 연락하는 등, 부산을 떨다 기사와 통화가 되었다. 따질 기분도 여유도 없어 그저 짐을 어떡하겠냐고 묻자, 그곳 정류장 표 파는 곳에 남겨두겠다는 것이었다. -사실, 그것도 폭탄테러방지를 위한 금지사항이다.
새벽에 고속도로에서의 탈출도 쉽지는 않았다. 결국 순찰차를 타고 톨게이트에서 내려, 고생 끝에 인천공항에 도착했지만, 결국 오후의 다른 항공사 비행기를 타야 했다. 그나마 다행이었다. 사정을 들은 항공사관계자는 고소를 하든지 해야지 그런 경우가 어디 있냐고 했지만, 나는 오히려 우리 사회가 그렇게 단순하냐고 반문하며 담담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 일이 정말 작은 일일까?
그쪽에서 나올 관계자는 어떡하고, 더욱 만일 오후 비행기가 없었다면 어떠했나?
작게는 내 개인 일이지만 크게는 국가간의 일이고, 나의 자격은 한국을 대표하는 것이니 만큼 창피한 것은 나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였다.
그렇다고 어떻게 하겠는가? 이 일을 벌려 교육 및 감독의 책임이 있는 버스회사에게 배상을 하라고 하나? 그러면 오히려 한 개인만이 불행해지는 결과가 나오지 않겠는가?
아마도 라디오를 끄자는 어떤 승객의 항의에 못 마땅해 옥신각신했던 분위기의 결과가 아닌가 했다. 기사는 기분이 좋지 않았겠고, 그 마당에 승객까지 챙길 여유가 없었던 것 아닌가 싶었다.
나는 고래 싸움에 등터진 새우 꼴이었다. 자칫 어쩌면, 이 번 대만해협에서 추락한 비행기에 몸을 실었을지도 모른다. 아무리 이것이 우리의 수준이라고는 하지만, 자신의 한 행동이 미치는 일파만파의 파장에 대해 우리는 너무도 무감하지 않은가?
오면서도 착잡했다. 전에 북경에서 안면도를 거쳐 중부고속도로를 아래로 보며 청주공항으로 안착할 때의 생각 때문이었다.
항로는 기분이 좋은데, 왜 청주공항은 인천공항의 근처에도 못 갈까? 왜 한 여름에도 밖보다 후덥지근해야 했을까? 게다가 나를 더욱 속상하게 하는 것은 충북선 청주공항역의 현실이었다.
충북선 자체가 슬픈 철도인데다가, 아무도 타고 내리지 않는 작은 역은 너무도 쓸쓸했다.
공항의 면세점도 여러 생각을 하게 했다. 우리 나라는 비행기에 내려서 입국심사대까지 가는 길목에 면세점을 두지 않고 있다.
이는 외국과는 다른 처사이다. 이왕이면 자국 내의 면세점을 이용하라는 외국의 배려와는 달리, 우리는 그래야 덜 산다는 입장에서 만들지 않고 있는 것이다. 살 사람은 어디서고 사고 만다. 따라서 그것이 국내에 있으면 그 수입이 곧 우리의 것이 되는 것인데 너무 소극적인 대처 아닌가?
청주공항의 입출입면세점이라는 것을 생각해보면 안 될까? 면세점도 관광객 유치의 큰 소재이다.
청주는 비교적 작다. 그러나 크고 작은 것이 선진이나 행복의 기준이 될 수는 없다. 훌륭한 공공시설과 그것을 운영하는 사람들의 문화가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이다.
나는 돌아오면서 자정이 넘어서까지도 버스에서 내내 노래를 들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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