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사과는 죽어도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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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사과는 죽어도 못한다’
  • 충청리뷰
  • 승인 2002.04.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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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측, ‘교사간 개인적 문제’로 희석시켜 상호사과 종용
여성의 사회진출이 늘어나면서 직장내 남성, 여성의 바람직한 역할과 조화가 직장문화의 새로운 화두가 되고 있다. 직장내 여성 비율이 급속히 높아지고 있는 교육계 일선 학교에서는 과거 남성 중심의 직장문화와 충돌을 일으키는 사례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 최근 청주권 B고교에서 발생한 ‘여교사 폭언·폭력사건’도 이러한 갈등이 직장내에서 해결점을 찾지못하고 외부로 표출된 경우라도 볼 수 있다. 피해 여교사는 공개사과를 요구했지만 가해 남교사가 이를 거부하고 학교측도 사건을 무마하기에 급급하면서 결국 인터넷 공개라는 최악의 상황을 초래하게 된 것이다. 두 교사의 주장을 근거로 사건의 내용을 간추려 본다.
올 3월 B고교로 부임한 김모 교사(37·여)는 국어과목을 맡고 있는 13년차 중견교사였다. 교내 생활지도과에서 학부모회의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김교사는 당초 11월 9일 정기회의 일자를 잡았으나 마침 서울 코엑스 학생견학 날자와 겹치면서 일정 조정이 불가피했다. 김교사는 학생부장 교사와 상의해 13일로 연기하기로 하고 멀티미디어 교실을 회의장소로 학부모회장에게 통보했다는 것. 문제의 발단은 회의 장소로 통보된 멀티미디어실 책임교사인 Q교사(43)가 이의를 제기하면서 비롯됐다.

교육자의 선을 넘었다

Q교사는 “회의예정 시간에 수업이 잡혀 있는데 담당교사인 내게 한마디 상의없이 결정하는법이 어디있느냐. 그날 수업은 중요한 수업이라서 바꿀 수가 없다”며 완강한 입장을 나타냈다. 같은 생활지도과내에서 업무협조가 여의치않자 감정이 상한 김교사는 “얼마나 중요한 수업인 지 모르겠는데, 학생들은 멀티미디어실을 게임방이라고 하더라”며 가시돋힌 한마디를 던졌다. 이때부터 흥분을 억제하지 못한 Q교사는 교직자로써, 동료로써 넘지 말아야 선을 넘어버렸다.
김교사에게 시중의 쌍욕을 퍼부으며 신고 있던 슬리퍼를 벗어 던지고 김교사가 앉아있던 의자를 발로 차고 흔드는 폭력을 행사한 것이다. 이때 상황에 대해 김교사는 인터넷 글을 통해 “순간, 저는 여기서 맞아서 어떻게 되는 것 아닌가…,위축감 위기감에서 나도 모르게 부장 선생님을 쳐다보았습니다. 그래도 교무실에서 제일 나이가 많은 분이고 그냥 순간적으로 어떻게 좀 해주었으면 하는 마음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무표정으로 바라만 보고있는 그 태도에 저는 그만 정신이 바짝났습니다…”고 밝혔다. 폭력을 당하는 상황에서 적극적으로 말리지않는 동료 남교사에 대한 원망(?)이 다분히 담겨있었다. 당시 상황을 목격한 동료 여교사 A씨는 “나도 너무 놀라 말릴 엄두를 내지 못했다. 흥분해서 김교사 의자를 붙잡고 흔들던 Q교사를 다른 남교사가 뒤에서 껴앉고 자리에 앉히는 바람에 가까스로 진정됐다. 그러고 나서도 10여분간 언쟁이 벌어졌던 것으로 기억한다. 직장동료간에 도저히 있을 수 없는 폭력적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개인사과 해도 공개사과는 못해

물론 가해자 입장인 Q교사의 주장은 크게 상반된다. “내 수업시간에 대해 게임방으로 비유하길래, 너무 화가 나서 욕설을 한 것은 사실이다. 자신의 학교수업에 대해 비꼬는 말을 들었다면 자존심 상하지 않는 교사가 어디있겠는가? 슬리퍼도 김선생에게 던진 게 아니고, 바닥으로 던진 것이다. 절대 폭력을 행사한 것은 아니다”고 부인하고 있다. 욕설은 했지만 폭력을 행사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현행법상 신체적 접촉이 없는 폭언·협박도 ‘폭력행위’에 해당될 수 있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

폭력사태는 교무실과 별도로 떨어져있는 생활지도과에서 벌어졌기 때문에 조용한(?) 수습이 가능했었다. 하지만 다음날도 Q교사는 사과할 기미를 보이지 않았고 견디기 힘든 김교사는 조퇴를 하고 일찍 퇴근했다. (Q교사는 자신이 작성한 사건일지에 ‘이튿날(11월 6일 화요일)은 아무 말이 없이 하루를 잘 지냈다’고 기재했다) 3일째인 7일에야 ‘보다 못한’ 학생지도과 A교사가 사과를 권유했고 김교사도 직접 Q교사에게 공개사과를 요구했다. 하지만 Q교사는 ‘생활지도과에서 개인적으로 사과하겠다. 공개사과는 할 수없다. 게임방이라고 얘기한 것부터 사과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거부했다.
이런 과정에서 교감, 교장도 사건내용을 보고받았고 두 교사의 화해를 주선했다. 하지만 중재과정은 김교사에게 더 큰 상처만 안겨주었다. “교감선생님은 ‘두 사람간의 개인적인 일인데 무슨 공개사과냐, 좋게 그냥 넘어가. 공개사과를 한다해도 내가 교무실은 못내줘’라면서 내게 호통을 쳤다. 교장선생님도 ‘서로 잘못 했으니 둘 다 사과하라’면서 적당히 넘기려는 입장이었다. 직원종례 때는 ‘선생님들 말과 행동을 조심하고 개인적으로 일어난 일은 앞으로 교장, 교감 귀에 까지 들어오는 일이 없도록 해달라’고 훈시해 교무실에서 내 입장만 난처하게 됐다”
특히 두 교사의 상호사과를 종용하던 교감은 김교사가 공개사과의 뜻을 굽히지않자 ‘여자가 왜 그렇게 고집이 센가, 직권내신으로 갈 줄 알어’라며 오금을 박았다. 직권내신이란 학교 관리자가 직무평점을 ‘양’ 이하로 평가할 경우 정례인사 규정과 상관없이 교육청 임의로 전보발령하는 것을 말한다. 이에대해 B고교 교감은 “두 교사간에 벌어진 일이기 때문에 원만하게 처리하느라, 상호사과하도록 유도했다. Q교사는 이미 교장실에서 김교사에게 사과를 했고, 서로 간에 부서를 분리해 근무토록 하라고 배려했다. 하지만 김교사가 끝까지 고집을 부리길래, 홧김에 해 본 소리다. 왜, 교사들간의 일을 공연히 외부로 알려 일을 확대시키는 지 알수가 없다”고 말했다.

가부장 이데올로기 한계 확인

전교조 충북지부 안수정 여성위원장은 “평교사 가운데는 여성이 많지만 교장, 교감등 관리자는 남성 일색이다보니 여교사에 대한 불이익이 상존하는게 현실이다.
승진에 필요한 공적조서는 당연히 남교사 몫이 되고, 관리자들과 남교사들이 술자리 등을 통해 어울리는 문화다보니 그려러니 할 수밖에 없다. 교사간에 괴롭힘, 업신여김 같은 갈등도 관리자들은 남성중심적 관점에서 해결점을 찾으려고 한다. 단순한 폭력사건에도 ‘뭔가 여자가 문제가 있으니까, 그런 일이 생기지 않았겠느냐’는 식의 가부장적 이데올로기를 드러낸다. 김교사도 개인의 아픔보다는 이러한 현실의 한계를 더 고통스러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취재를 마무리하면서 Q교사가 공개사과를 거부하는 솔직한(?)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했다. “내가 폭력을 썼다는 부분을 인정하라는 단서조건 때문에 공개사과를 할수 없다. 서로 폭언이 오고 간것 뿐인데 어떻게 폭력이 될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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