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1]청남대는 주민들에 ‘애물단지’“이것도 안돼, 저것도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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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1]청남대는 주민들에 ‘애물단지’“이것도 안돼, 저것도 안돼”
  • 충청리뷰
  • 승인 2002.05.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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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관광휴양지 취소 속사정은 청남대 때문”
상권 죽는 바람에 손해 속출… 주민들 분노

“빚내서 3층짜리 건물을 지었으나 상권이 죽는 바람에 손해만 봤다. 지금도 우리 가족이 사는 곳만 빼고는 임대가 안돼 텅텅 비어 있다. 면 소재지 상가 20여군데가 이런 식이다.” 청원군 문의면에 사는 한 주민의 하소연이다. 88올림픽 전에 전국에서 제일가는 국민관광휴양지를 조성하겠다고 해서 정부 말만 믿고 상가를 지었으나 계획이 취소되는 바람에 빚더미에 앉은 사람들, 현재 문의면에 사는 주민들 중에는 이런 고통을 당한 사람들이 많다.

관광지 될까 기대 모았던 문의

지난 80년 당시 교통부는 문의면 미천지역을 국민관광휴양지로 지정했다. 이에 따라 주민들에게는 대로변에 2층 이상의 건물을 짓게 하고, 선착장 유람선 2척과 모터보트 17척을 허가했다. 호텔과 위락시설도 세울 계획을 세우는 등 문의는 중부권 최대의 관광지로 나설 채비를 서둘렀다. 대청댐의 건설로 하루 아침에 수몰민이 된 사람들에게 이것은 ‘눈에 확 띄는’ 꿈의 계획이었다. 이 때만 해도 대청호는 유성과 속리산, 화양동, 월악산, 충주호와 함께 관광벨트를 형성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같은 해 5월, 대청댐 준공식에 왔던 전두환 전 대통령의 말 한 마디가 이들을 고통속으로 몰아넣었다. “전 전 대통령이 댐 주변의 아름다운 경치를 둘러보며 ‘이런 곳에 별장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하자 당시 김 모 도지사가 이 곳이 명당자리라고 거들었다는 설이 내려오고 있는데 이는 주민들 사이에 넓게 퍼진 이야기”라는 게 문의주민 모 씨의 말이다. 이 때부터 청남대 건설이 은밀히 추진됐고 국민관광휴양지 계획은 휴지조각이 됐다. 그러나 주민들에게는 이에 대한 설명도 사과도 없었다는 것이다. 정부는 처음부터 주민들에게 공무원연수원을 짓는다고 속인 만큼 계획이 변동됐어도 일언반구 말이 없었던 것.
급기야 대청호를 가르던 유람선은 충주호로 이전되고, 주민들이 빚을 얻어 구입했던 모터보트는 헐값에 팔리거나 지금도 문의 곳곳에 뒹굴고 있다. 이미 고물이 된지 오래다. 이찬희 문의주민대책위원장은 “보트 한 대가 당시 집 한 채 값인 500∼600만원이었다. 이 보트를 17대 구입했으니 경제적 손실이 얼마나 컸겠는가”라고 분개했다. 국민관광휴양지 취소 건은 청남대로 인해 문의주민들이 본 피해중 가장 큰 것이었다. 이들은 지금도 이 문제를 가장 먼저 거론하며 분을 삭이지 못한다. 관계당국에서는 관광지 취소와 청남대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말하지만 이를 믿는 주민들은 거의 없다.

“청남대 때문 아니다” 당국 부인

청원군의 한 관계자는 “상수원보호구역이기 때문에 국민관광휴양지가 취소된 것이지 청남대 때문이 아니다. 주민들이 여러차례 관광지 재지정을 건의했어도 중앙에서 안 받아들인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아마 앞으로도 관광지로서의 역할은 어려울 것이다”고 잘라 말했다. 청원군 뿐 아니라 충북도나 기타 관련있는 기관에서 하는 말도 이와 다르지 않다.
신성국 신부가 지난해 2월 대통령 경호실로부터 받은 질의서 회신도 눈여겨 볼 만하다. 왜 김대통령 공약대로 청남대를 개방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경호실측은 “지난 99년 청남대 개방에 대한 의견수렴 차원에서 지역신문 기자단과 청와대 출입기자단을 대상으로 여론을 살펴 보았으나 대부분이 청남대는 소규모 단순건물로 관광대상이 되기에 미약한데다 진입로가 협소하고, 버스 주차공간이 확보되어 있지 않아 교통체증 및 안전사고가 우려되며, 관광객을 위한 편의시설이 없다는 여론이었다. 따라서 완전개방보다는 청남대 주변 주민들을 대상으로 금년중에 제한적 개방을 실시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 모 시사주간지는 “청와대 출입기자단이 다른 지방에 세미나를 하러 가는 길에 잠깐 청남대를 들른 일은 있으나 개방을 주제로 논의한 적은 없다. 경호실에서 답변이 군색해 기자단을 팔아 핑계를 댄 것 같다”며 이러한 사실을 전면 부인하는 기사를 게재했다. 어쨌든 경호실측은 지난해까지 실시한다는 제한적 개방마저도 하지 않았다. 또 청남대 경비목적 때문에 대청호를 과도하게 규제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도 이들은 “경비목적상 필수불가결한 최소구역에 대해서만 일반인의 출입을 통제할 뿐이다”며 “대청호는 90년 7월 팔당호와 함께 상수원보호구역과 수질보전 특별대책지역으로 지정돼 토지이용과 시설설치가 제한되고 있다”며 역시 상수원보호구역 때문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김대통령은 공약 이행하라”

김대중 대통령은 97년 대선 당시 청주·대전 유세에서 청남대를 개방하여 국민들과 가까이 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말 뿐인 공약(空約)이 됐다. 역대 대통령들은 문의 주민들이 시위를 할 때마다 우는 아이 달래는 식으로 지원금을 내려 보냈다. 이찬희 위원장은 “95년 시위 때 김영삼 대통령이 주민대표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수상분수대와 행운의 다리를 만들어 주겠다고 약속했으나 지키지 않았다. 그동안 정부와 관계기관은 소득기반을 위해 일부 지원금을 주고 융자로 딸기·포도·표고작목반 구성 및 장학기금 10억원을 준 것이 전부다. 그런데 이 장학금도 IMF 때는 금리가 떨어져 학생들에게 별로 혜택을 주지 못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주민대책위 관계자들은 대통령 휴가에 맞춰 면담을 요구한 적이 있었다. 남궁진 정무수석이 ‘국민의 정부는 다른 정부와 다르다’며 주민들의 요구를 들어주겠다고 약속한 뒤 아무 소식이 없자 대통령을 만나게 해달라고 요구, 한광옥 비서실장이 청와대로 이들을 부른 것. 이 때 주민대표들이 건의한 것은 청남대로 인한 피해조사 및 보상을 비롯해 국민관광휴양지 재지정, 유람선 모터보트 운행 허가, 자연환경보존지역 내 건폐율 20%에서 60%로 재조정, 행운의 다리와 수상분수대 설치, 문화재단지 확대 예산지원 등이었다.
정부에서는 청남대로 인한 주민 피해를 구체적으로 조사한 적도 없다는 것이 주민들의 얘기다. 다만 청원군에서는 지난해 12월 문의문화재단지 확대를 골자로한 문의지역종합발전계획을 세우고 현재 추진중인 것으로 알려졌으나, 주민들은 보다 피부에 와닿는 피해대책 수립을 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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